은희는 자신이 어떻게 여기까지 버텨 왔는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이미 한계를 넘어선 뒤였는지도 몰랐다.무엇이 자신을 지금까지 붙들고 있었는지, 정작 은희 자신도 알지 못했다.몸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한 통증은 여전히 이어졌지만, 겉으로는 상처 하나 보이지 않았다.이 모습만 봐서는 은희가 다쳤다고 믿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세준이 쓴 수법은 잔인할 만큼 교활했다.그곳에서 죽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세준은 은희를 풀어주었다.분명 다른 속셈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의 은희에게는 그 이유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세준의 부하들은 은희를 대문 앞까지 데려다 놓고 돌아서려 했다. 직접 은희를 데려왔다는 건 자신들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도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최근 남우가 세준을 찾느라 온갖 곳을 뒤지고 있었으니, 이들도 달아날 길은 없을 것이다.은희를 본 남우는 곧장 다가와 휘청이는 몸을 붙잡았다. 손끝에 닿은 몸은 차갑게 식어 있었고 쉴 새 없이 떨리고 있었다.“은희야, 괜찮아?”다급한 목소리가 쏟아졌지만, 은희는 남은 힘을 쥐어짜 남우를 밀어냈다.‘그때 소영은을 택한 건 너였잖아. 이제 와서 나를 생각하는 척은 왜 하는데...’은희의 초점 잃은 눈동자가 흔들렸다. 입술도 가늘게 움직였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지옥 밑바닥에서 겨우 살아서 나온 사람 같았다. 지금은 누구와도 말하고 싶지 않았다.숨을 쉬고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가 고통스러웠다. 울고 싶었지만 눈물조차 나오지 않았다.은희의 상태를 본 남우도 쉽게 손을 대지 못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채 은희를 안으려 했지만, 은희에게는 밀어낼 힘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검사부터 받자.”겉으로만 보면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그렇다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볼 수는 없었다. 은희가 사람으로서 견디기 힘든 일을 겪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은희의 입술이 희미하게 움직였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지만 끝내 힘이 풀리며 남우의 품으로 쓰러졌다.남우에게 기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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