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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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이건 두 번이나 나를 구해 준 데 대한 감사 인사야.”은희는 속에서 올라오는 불편한 감정을 눌러 삼키고 웃으며 다가갔다. “한 번 먹을래?”은희가 할 수 있는 예의는 다 지켰다. 먹든 말든, 누구와 먹든 그건 남우가 정할 일이었다.남우는 은희를 차갑게 바라봤다. 말끝에는 비꼬는 기색이 묻어났다.“됐어. 난 이미 먹었어. 너 아직 몸도 다 안 나았는데 괜히 무리하지 마.”영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치 은희를 걱정해 주는 사람처럼 서둘러 끼어들었다.“은희 씨, 아직 몸도 다 회복되지 않았잖아요. 이런 건 하지 마세요. 남우도 은희 씨가 무리할까 봐 걱정하는 거예요.”‘하남우가 날 걱정한다고? 내가 힘들까 봐 신경을 쓴다고? 그럴 리가...’은희가 속으로 생각하며 말했다.“걱정해 줘서 고맙네요, 소영은 씨. 하지만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영은은 은희의 차가운 태도에 말문이 막혔다가 곧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은희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그만해.”남우가 갑자기 입을 열어 영은의 말을 끊었다.남우는 은희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매번 그렇게 날 세우지 마. 영은이는 좋은 뜻으로 말한 거잖아. 괜히 사람 성의까지 무시하지 말고.”은희는 둘과 더 말씨름할 생각이 없어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민영순이 하씨 집안에 머물러 달라고 부탁한 이상, 할머니가 퇴원하기 전까지는 그 뜻을 거스를 생각이 없었다.은희는 방에서 한참 쉬다가 화장실에 가려고 밖으로 나왔다.그런데 문을 나서자 옆방에서 작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은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문가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틈을 벌렸다. 바깥에서 무슨 얘기가 오가는지 자신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정말 내가 어깨 좀 주물러 주면 안 돼? 요즘 일도 많아서 힘들잖아. 어깨 많이 뭉쳤을 것 같은데.”영은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부드럽고 달콤했다. 남우의 마음을 끌려는 의도가 분명했다.엿들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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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남우는 핸드폰 화면을 한참 바라봤다.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자판 위에서 손가락을 멈췄다가 짧고 차가운 답장 하나만 보냈다.[이혼? 꿈도 꾸지 마.]남우는 더 말하지 않고 핸드폰을 옆에 던져둔 뒤 다시 손에 든 서류를 처리했다.영은은 침대에 누운 채 남우의 표정을 몰래 살폈다.‘고은희가 질투해서 메시지를 보낸 거겠지. 그걸 보고 남우가 또 화가 난 거고.’‘분명 그럴 거야.’ 영은은 벌써 속으로 기뻐했다.“무슨 일이야?” 영은이 걱정하는 척 물었다.남우는 기분이 상한 듯 영은을 차갑게 흘겨봤다.“아무것도 아니야. 넌 일찍 쉬어.”영은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우를 화나게 한 건 고은희야.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조금만 더 지나면 남우가 먼저 은희한테 이혼하자고 하겠지.’‘그때는 내가 하씨 집안의 안주인이 되는 거야.’...며칠 뒤, 민영순은 마침내 병원에서 퇴원했다.은희는 아침부터 병원으로 가 직접 민영순을 모시고 집으로 돌아왔다.민영순의 몸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전보다 기운을 차린 상태였다.민영순은 은희의 손을 꼭 잡았다. 민영순이 보기에는 그동안 은희와 남우의 사이도 제법 좋아진 것 같았다.“은희야, 그동안 고생 많았다.”“아니에요, 할머니. 제가 할머니 챙기는 건 당연하죠.”집에 도착하자 민영순은 곧바로 남우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당장 집으로 들어오라고 했다.남우는 내키지 않는 기색을 보였지만 결국 알겠다고 답했다.그런데 남우가 현관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본 은희와 민영순은 동시에 굳어 버렸다.남우는 혼자가 아니었다. 옆에는 영은이 함께 서 있었다.민영순이 병원에 있는 동안 영은을 집에 데려온 것까지는 억지로 이해할 수도 있었다.‘이제 할머니가 돌아오셨는데도 영은을 데리고 있다니...’‘하남우한테 이런 배짱이 있었나?’은희는 속으로 어이가 없었다.“남우야, 얘를 왜 데리고 왔어?” 민영순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은희와 남우가 요즘 잘 지낸다고 믿었는데, 자신이 없는 사이 남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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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소영은 씨가 우리 세준 도련님이랑 함께 있는 영상, 저한테 있어요. 하남우를 어떻게 붙잡고 늘어지든 그건 제가 상관하지 않지만, 또 할머니를 힘들게 하면 그 영상으로 다 밝힐 겁니다.”전에 은희가 영은과 세준이 다투는 모습을 우연히 본 적이 있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눈치챈 뒤부터 더 유심히 지켜봤고, 결국 두 사람이 함께 있는 영상도 남겨 뒀다.그 말을 들은 영은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영은은 더 따지지도 못하고 곧장 자리를 떠났다. 머릿속에는 은희에게 어떻게 되갚아 줄지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빌어먹을 고은희가 정말 증거까지 갖고 있었어.’‘그런데 증거가 있으면서 왜 바로 폭로하지 않은 거지?’‘설마 고은희는 정말 남우와 이혼할 생각인가?’그제야 영은은 자신이 하씨 집안의 안주인이 되는 걸 막고 있는 사람이 은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혼을 거부하고 손을 놓지 않는 쪽은 남우였다....요즘 은희의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쳐 있었다. 손에 잡은 일마다 제대로 끝낸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너무 힘들어.’사람은 기운이 다 빠지면 작은 일에도 감정이 쉽게 흔들리기 마련이었다.은희는 보미의 묘소를 찾아갔다. 비석에 새겨진 사진을 손끝으로 쓸어내리자 참았던 눈물이 다시 흘렀다.“보미야, 엄마 왔어.”은희는 목이 멘 소리로 나직이 속삭였다. “엄마가 미안해. 엄마가 우리 보미를 지켜 주지 못했어...”앞으로의 삶이 온통 어둡게만 느껴졌다. 어디를 봐도 희망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그때 뒤쪽에서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렸다.은희가 돌아보자 이섭이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다.“괜찮아요?” 이섭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은희는 애써 웃어 보이고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그냥 보미 보러 왔어요.”이섭은 은희 곁으로 다가와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너무 힘들어하지 마요. 지나간 일에만 애달프게 매달려 있을 수는 없잖아요. 앞도 봐야죠.”앞을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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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은희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주먹을 세게 쥔 채 남우를 노려봤다. “그럼 소영은 씨를 데리고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뭔데?”‘날 따라 여기까지 온 거야?’‘소영은이랑 같이 있어야 할 사람이 왜 굳이 여기까지 찾아왔지?’더구나 남우는 영은까지 데리고 왔다. 은희에게 보란 듯이 과시하려는 건지, 일부러 자극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남우는 표정만 굳힌 채 은희의 질문에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고은희, 네가 강이섭을 데리고 보미를 보러 왔다고?’그 생각만으로도 남우의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오히려 묻고 싶은데. 너랑 강 대표는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고은희, 네가 아직 누구 아내인지 잊었어?”“내가 누구 아내인지?” 은희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하 대표가 그 말을 할 자격이 있어? 소영은 씨를 여기까지 데려온 건 보미한테 자기 아빠가 엄마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 주려고 온 거야?”영은은 남우 뒤에 서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 같은 표정을 지었다.영은은 남우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낮게 말했다. “남우야, 화내지 마. 은희 씨가 오늘 마음이 많이 힘든가 봐. 여기가 보미 묘인데... 내가 오지 말아야 했어.”사실 영은도 자신이 이곳에 올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은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어서 굳이 여기까지 따라왔다.보미의 죽음에 영은이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영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보미의 묘 앞에 서니 속으로는 두렵기도 했다.“그만하세요!” 은희가 매섭게 고개를 돌렸다. “소영은 씨는 무슨 자격으로 내 딸 이름을 입에 올려요? 소영은 씨가 한 짓들,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요?”영은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가 곧 감정을 추스르고 눈가를 붉혔다. 목소리도 금방 울먹이는 듯 바뀌었다.“은희 씨, 저를 싫어하시는 거 알아요. 그래도 저는 정말 나쁜 뜻은 없었어요... 그냥 은희 씨가 걱정돼서...”“내가 걱정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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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은희가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병실의 하얀 천장이 시야에 들어왔다.머리는 아직 멍했고 몸에도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이섭이 침대 곁에 앉아 무거운 표정으로 은희를 바라보고 있었다.“깼어요?”이섭의 목소리는 낮았고 평소보다 기운이 없었다.은희는 힘겹게 웃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고마워요, 강 대표님.”이섭은 잠시 말없이 은희를 바라봤다. 그 소식을 지금 알려 줘야 할지 망설이는 듯했다.결국 이섭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은희 씨, 의사 말로는 은희 씨가 임신했는데... 6주 정도 됐다고 하셨어요.”은희는 그대로 굳었다. 손이 저도 모르게 아랫배 위로 올라갔다.‘내가 어떻게 임신한 거지?’‘계속 하남우와 관계를 피했는데...’‘딱 한 번... 설마 내가 술에 취해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그날인가?’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이였다. 은희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아이를 지킬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아버지가 남우라고 해도 임신을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이 아이 역시 자신의 아이였다. 이미 보미를 잃은 은희는 다른 아이까지 잃을 수 없었다.“알았어요.”이섭은 그런 은희를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하 대표님은...”“하남우 얘기는 하지 마세요.” 은희가 차갑게 말을 끊었다. “이 아이는 제 아이예요. 하남우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요.”이섭은 고개를 끄덕이고 더 묻지 않았다.은희의 성격을 아는 이섭은 한번 내린 결정을 누구도 쉽게 바꾸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은희는 며칠 더 병원에서 쉬었다. 그동안 남우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오히려 이섭이 병원을 오가며 은희에게 필요한 일들을 전부 챙겨 줬다.은희는 속으로 헛웃음이 났다. 이혼은 죽어도 안 해 주겠다는 남편은 정작 자신이 가장 힘들 때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친구가 곁을 지켜 주었다.퇴원한 은희는 하씨 저택으로 돌아가지 않고 곧장 부모님이 남겨 준 집으로 향했다.은희는 임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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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하남우가 이 아이를 전무님 아이로 믿게 하면 돼요.”세준은 잠깐 굳었다가 차갑게 웃었다. “하남우한테 고은희의 아이를 내 아이로 믿게 하자는 거야?”영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하남우가 정말 전무님 아이로 믿으면, 그 아이를 그대로 둘까요?”세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차갑게 말했다. “좋아. 네 말대로 하지. 다만 다른 생각은 하지 마. 혹시라도 네가 뒤에서 딴마음 품는 걸 알게 되면 어떤 일이 생길지는 너도 알고 있지?”...최근 남우는 영은의 곁에 있는 시간이 꽤 많았다.반대로 은희에게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 남우에게 은희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날 저녁 남우가 집에 들어오자 영은은 곧바로 현관 쪽으로 다가갔다.“이제 왔네.” 영은이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나직이 말했다.남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목소리는 무심했다. “왜 그래?”영은은 입술을 깨물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척했다. “요즘 은희 씨한테 한 번도 안 갔잖아. 네가 계속 내 옆에만 붙어 있으면 안 된다는 거 알아.”말을 이어 가던 영은은 조금씩 흐느끼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굉장히 이해심 많은 사람이라도 되는 듯한 모습이었다.“알았어. 그럼 은희한테 한번 가 볼게.”남우도 최근 은희에게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일부러 관심을 끊으려 했지만 영은이 먼저 이렇게 말하니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원하던 대답을 들었는데도 영은은 속이 편하지 않았다. 대충 몇 마디 권했을 뿐인데 남우가 너무 쉽게 은희를 만나러 가겠다고 한 게 못마땅했다.‘이렇게 쉽게 간다고?’ 영은은 묘한 패배감을 느꼈다.그래도 지금 필요한 건 남우가 직접 은희의 상태를 확인하게 하는 일이었다.남우는 은희를 바로 찾아가지는 않았다. 대신 은희가 전에 쓰러졌을 때 치료받았던 병원부터 찾아갔다.그때 은희가 실신한 건 몸이 약해서 그런 거라고만 생각했기에 남우도 따로 자세히 묻지 않았었다.그런데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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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남우는 차를 거칠게 몰아 은희의 부모님이 남겨 준 집까지 달려왔다. 은희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남우는 배신을 가장 혐오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은희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니 더 견디기 힘들었다.예전부터 은희가 세준이나 이섭과 가깝게 지낸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남우는 오래전부터 세 사람의 관계를 의심해 왔다.이섭이 몇 번이나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남우는 끝까지 믿지 않았다.이섭보다 세준이 더 거슬렸다. 남우가 보기에도 세준은 은희와 훨씬 가까이 접촉해 온 사람이었다.남우는 핸들을 세게 움켜쥐었다. 손등에 핏줄이 선명하게 솟았다.차에서 내린 남우는 곧바로 집으로 들어가서 은희의 방으로 들이닥쳤다. 문이 거칠게 열리며 큰 소리가 울렸다.은희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육아 관련 책을 읽고 있었다. 누가 들어올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터라 큰 소리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남우의 눈에는 은희 손에 들린 책이 유난히 거슬렸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 가슴 한쪽이 아프게 조여 왔다.그 책만으로도 은희가 실제로 임신했다는 사실은 충분히 드러났다.문 앞에 선 남우의 분노 어린 표정을 보자 은희도 남우가 임신 사실을 알아냈다는 걸 짐작했다.‘하남우가 이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걸 알면 분명 원하지 않을 거야.’‘나를 그렇게 싫어하니까.’그래서 은희는 아이가 남우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려 줄 생각이 없었다.“여기까지 왜 왔어?”은희는 차갑게 물었다.남우는 은희 앞까지 걸어와 내려다봤다. 눈빛은 차갑고 날카로웠다.“고은희, 네가 가진 아이 누구 아이야?”낮게 깔린 목소리에는 억눌린 분노가 묻어 있었다.은희는 잠깐 멈칫했다가 차갑게 웃었다. “하 대표가 무슨 자격으로 나한테 그걸 따져? 이 아이가 누구 아이든 그쪽이랑 무슨 상관인데?”은희의 태도는 남우의 분노를 완전히 건드렸다. 남우는 은희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다. 뼈가 부서질 듯 힘이 세게 들어갔다.“잊었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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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남우는 잠깐 멈칫했다가 은희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아이가 아니라면 차라리 유산돼도 상관없다’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소유욕에서 비롯된 끔찍한 생각이 머리를 잠식하고 있었지만, 고통스러워하는 은희를 보자 남우는 가까스로 이성을 되찾았다.“왜 그래?”은희는 이미 통증 때문에 제대로 말도 하지 못했다. 두 손으로 배를 감싼 채 안색이 종이처럼 하얗게 질렸다.남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곧바로 은희를 안아 들고 침실 밖으로 뛰어나갔다.“집에 아무도 없어? 119 좀 불러!”소리를 지르고 나서야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없다는 걸 떠올린 남우는 은희를 안은 채 급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은희의 의식은 빠르게 흐려졌다. 남우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과 귓가에서 거칠게 이어지는 숨소리만 희미하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은희는 완전히 정신을 잃었다.119의 구급차는 곧 도착했다. 남우는 은희와 함께 차에 올라 이동하는 내내 은희의 손을 놓지 않았다.“조금만 버텨...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하지만 은희는 이미 아무 말도 듣지 못했다.은희의 의식은 깊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아랫배를 찢는 듯한 통증과 절망감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구급차는 사이렌을 울리며 병원으로 향했다. 은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남우는 평생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병원 수술실 표시등이 켜져 있는 동안 남우는 문밖에서 두 손을 꽉 쥔 채 서 있었다.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내가 은희를 망칠 뻔했어.’ 남우가 낮게 중얼거렸다. “은희야, 제발 무사해...”초조한 시간이 계속 흘렀다. 남우는 살면서 이렇게 긴 기다림을 겪어 본 적이 없었다.마침내 수술실 표시등이 꺼지고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남우는 곧바로 다가갔다.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선생님, 제 아내는 어떻습니까?”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며 무겁게 말했다. “사모님은 위험한 고비를 넘기셨습니다. 태아도 현재는 안정적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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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은희는 눈을 뜬 뒤에도 한동안 머리가 지끈거렸다. 의식이 돌아오자 전에 벌어진 일들이 차례로 떠올랐다.남우는 은희의 뜻을 무시한 채 강압적으로 행동했다.은희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남우의 아이가 아니라고 말했는데 왜 남우가 그렇게까지 분노했는지 알 수 없었다.남우가 질투한 거라는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사랑하지도 않는데 무슨 질투를 하겠어?’어쩌면 남우가 아이가 자기 아이가 아니라는 말을 믿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몰랐다.그때 병실 문이 열리고 민영순이 지팡이를 짚은 채 들어왔다. 뒤에는 몇 명의 직원이 함께 따르고 있었다.“은희야, 깼구나!”민영순은 은희가 눈을 뜬 걸 보자 서둘러 침대 곁으로 와 손을 꼭 잡았다. “얼마나 놀랐는지 아니? 너도 아이도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민영순을 보자 은희의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 눈가도 금세 붉어졌다. “할머니, 죄송해요. 또 걱정시켜 드렸어요.”민영순은 고개를 저으며 은희의 손등을 부드럽게 토닥였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지금은 네 몸부터 챙겨.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은희는 고개를 숙였다. 목소리가 조금 잠겼다. “자꾸 저 때문에 마음 쓰시게 해서 죄송해요.”민영순은 원래도 몸이 좋지 않았다. 그런 사람에게 계속 자기 일로 걱정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은희의 가슴이 아팠다.‘이 아이는 너무 남부터 생각해.’ 민영순은 속으로 안타까워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은희야, 너랑 남우 사이에 오해가 많다는 건 알아. 그래도 남우가 널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건 아니야. 지금은... 잘못 보고 있는 게 너무 많은 거지.”은희는 고개를 저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남우 씨는 저를 사랑하지 않아요. 이 아이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그런 생각 하지 마. 이 아이가 남우 아이인 건 이 할머니가 누구보다 잘 알아.”조건 없이 은희를 믿어 주는 사람은 늘 민영순이었다.반대로 아무 근거 없이 은희를 의심하는 사람은 언제나 남우였다.민영순의 믿음이 너무 따뜻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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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알았다. 할미가 약속할게.” 민영순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남우한테 이 아이가 자기 아이라는 말은 하지 않으마. 대신 너도 약속해. 몸 잘 챙기고 할머니 걱정하게 하지 마.”민영순의 대답을 들은 은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감사해요. 저도 아이도 꼭 잘 챙길게요.”민영순은 은희의 손등을 다정하게 두드렸다. “이제 울지 마. 지금은 푹 쉬는 게 제일 중요해. 쓸데없는 생각도 하지 말고. 맑음이 여기서 네 곁에 있어 줄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바로 할머니한테 말해.”민영순은 병실을 나가며 맑음을 은희 곁에 남겨 뒀다. 원래부터 사이가 나쁘지 않았던 두 사람은 금세 편하게 웃고 이야기했다.그때 병실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영은이 높은 굽의 구두 소리를 내며 안으로 들어왔다.침대 곁에 앉아 있는 맑음을 발견한 영은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맑음아, 네가 왜 여기 있어?” 영은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차가웠다. 못마땅한 기색을 숨길 생각도 없어 보였다.엄마 목소리를 들은 맑음은 몸을 살짝 굳혔다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엄마, 나... 은희 언니 돌봐 주려고 왔어.”‘은희 언니?’ 예전에는 늘 ‘은희 이모’라고 부르던 아이가 어느새 호칭까지 바꿔 버렸다.맑음이 한동안 자기 곁에 없었던 것부터 영은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은 맑음이 은희 곁에 붙어 있었다. 민영순이 데리고 있을 때는 억지로 빼앗아 올 수 없었지만, 은희 곁에 있는 것까지 영은이 그냥 두고 볼 이유는 없었다.영은은 차갑게 웃으며 맑음의 앞까지 걸어가 손을 들어 뺨을 세게 때렸다.짝!마른 소리가 병실 안에 울렸다. 맑음의 뺨이 금세 붉게 부어올랐다.“엄마...” 맑음은 뺨을 감싸 쥔 채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그 모습을 본 은희는 급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소영은 씨,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맑음이는 소영은 씨의 딸이잖아요. 어떻게 아이를 때릴 수 있어요?”영은은 은희를 싸늘하게 바라봤다. “은희 씨, 좋은 사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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