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주먹을 세게 쥔 채 남우를 노려봤다. “그럼 소영은 씨를 데리고 여기까지 온 이유가 뭔데?”‘날 따라 여기까지 온 거야?’‘소영은이랑 같이 있어야 할 사람이 왜 굳이 여기까지 찾아왔지?’더구나 남우는 영은까지 데리고 왔다. 은희에게 보란 듯이 과시하려는 건지, 일부러 자극하려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남우는 표정만 굳힌 채 은희의 질문에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고은희, 네가 강이섭을 데리고 보미를 보러 왔다고?’그 생각만으로도 남우의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가 오히려 묻고 싶은데. 너랑 강 대표는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고은희, 네가 아직 누구 아내인지 잊었어?”“내가 누구 아내인지?” 은희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하 대표가 그 말을 할 자격이 있어? 소영은 씨를 여기까지 데려온 건 보미한테 자기 아빠가 엄마를 어떻게 대하는지 보여 주려고 온 거야?”영은은 남우 뒤에 서서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 같은 표정을 지었다.영은은 남우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기며 낮게 말했다. “남우야, 화내지 마. 은희 씨가 오늘 마음이 많이 힘든가 봐. 여기가 보미 묘인데... 내가 오지 말아야 했어.”사실 영은도 자신이 이곳에 올 자격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은희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어서 굳이 여기까지 따라왔다.보미의 죽음에 영은이 간접적으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영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보미의 묘 앞에 서니 속으로는 두렵기도 했다.“그만하세요!” 은희가 매섭게 고개를 돌렸다. “소영은 씨는 무슨 자격으로 내 딸 이름을 입에 올려요? 소영은 씨가 한 짓들, 제가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요?”영은의 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졌다.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났다가 곧 감정을 추스르고 눈가를 붉혔다. 목소리도 금방 울먹이는 듯 바뀌었다.“은희 씨, 저를 싫어하시는 거 알아요. 그래도 저는 정말 나쁜 뜻은 없었어요... 그냥 은희 씨가 걱정돼서...”“내가 걱정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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