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희는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남우를 바라봤다. 곧이어 몸을 살짝 틀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하지만 남우는 거칠게 은희의 턱을 붙잡아 다시 자신을 보게 했다.“고은희, 나 지금 너한테 말하고 있어!”은희는 다시 마주친 남우의 눈은 예전과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제멋대로에, 막무가내였다.“그렇게까지 내가 한 짓이라고 확신해? 하나 물을게. 맑음이 깨어나서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 밝혀지면, 당신은 나한테 사과할 거야?”남우는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 은희에게 한 가닥 기대조차 남겨 주지 않는 말이었다.“그럴 일 없어. 증거가 뻔히 있는데 어디서 발뺌하려고 해?!”은희는 허탈하게 웃었다. 더는 대꾸할 힘도 없었지만 억지로 입을 열었다.“그래? 그럼 내기하자. 맑음이 깨어나서 내가 억울한 게 밝혀지면 나한테 반드시 사과해. 정말 내가 한 짓이라면 어떤 벌이든 받을게. 어때, 할 수 있겠어?”‘나와 내기를 하자고?’‘자기가 질 게 뻔하잖아!’“좋아, 해. 대신 네가 지면 벌도 받고, 내 번호 차단한 것도 풀어.”‘차단을 풀라고?’은희는 뜻밖의 요구에 잠깐 멈칫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누군가 자기 뜻을 거스르는 걸 못 견디는 남우의 자존심 때문인 듯했다.그녀는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곧바로 답했다.“좋아. 내가 이기면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사과해. 네가 나를 억울하게 범인으로 몰았다고 인정하면서.”남우는 망설임 없이 받아들였다. 자신이 질 거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남우가 보기엔 모든 일의 원흉이 은희였다. 이 내기는 이미 이긴 거나 마찬가지였다.하지만 남우는 그 사과 한마디가 은희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알지 못했다.내기를 정한 뒤, 남우는 무언가 떠오른 듯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앞으로 세준이랑 가까이 지내지 마. 좋은 놈 아니야.”은희는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세준 도련님이 아니었으면 난 벌써 너한테 끌려와서 치료도 못 받고 죽었을지도 몰라.”남우의 표정이 사납게 굳었다. “네 눈엔 내가 그런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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