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각, 심령의의 처소 안은 더없이 평온했다.부청월은 태자가 보내 준 비단과 장신구를 하나하나 꺼내 보였다.“조모님, 이것 좀 보십시오. 이 운금은 올해 강남에서 새로 올린 공물입니다. 태자께서 특별히 조모님께 드리라며 제게 들려 보내셨습니다.”그녀는 다시 양지옥 구슬이 든 상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옥의 결은 기름이 엉긴 듯 온윤하고 매끄러웠다.“어머니, 이것은 번국 사신이 바친 것입니다. 모두 합쳐 여섯 알뿐이라 합니다. 마침 옥비녀 한 쌍을 만들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녀가 하나씩 꽂으면 되겠지요.”심령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마른 손가락으로 운금을 쓰다듬었다.그 순간 얼굴의 주름 하나하나가 펴지는 듯, 흐뭇한 기색이 가득 번졌다.“좋구나, 좋아… 우리 월이는 참으로 효성스럽다.”이완의는 더욱 입이 귀에 걸릴 듯 웃었다.서둘러 옥구슬을 창가로 가져가 자세히 들여다보았다.햇살이 옥 속을 지나자, 부드러운 흰빛이 둥글게 번져 나왔다.“내가 보기에는 역시 월이가 복이 많다. 태자께서 이리도 너를 아끼시니…”그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큰일 났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노마님!”취 어멈이 거의 기어들어 오듯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늙은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녀는 바닥에 엎드려 무릎을 꿇고, 입술을 덜덜 떨었다.“태자비께서, 태자비께서 돌아오셨습니다! 게다가, 게다가…”“게다가 무엇이냐?”부청월이 벌떡 일어섰다.그녀가 어찌 돌아올 수 있단 말인가.지금 온 도성이 그녀의 추문을 떠들고 있는데, 무슨 낯으로 모습을 드러낸단 말인가.취 어멈은 조 집사의 처참한 모습을 떠올리자 온몸을 떨었다.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그분이 조 집사의 두 눈을 폐하셨습니다! 게다가 대리시 사람들까지 불러들여 종장 일행을 대리시에 넘겨 조사하게 하려 하십니다!”부청월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녀는 거칠게 심령의를 바라보았다.쿵.심령의는 얼굴을 굳힌 채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그 천한 계집애가 가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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