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생원은 마치 쫓기는 죄인처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시 제 잔에 술을 가득 채워 급하게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소월의 창백한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의 그림자가 짙어졌다.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남은 술을 억지로 삼킨 뒤, 빈 잔을 다시 채워 도연을 향해 내밀었다.살려달라는, 이 지옥 같은 밤을 견뎌내게 해달라는 처절한 무언의 구조 신호였다.도연은 말없이 그 잔을 받아 들고는, 창자가 끊어지는 한(恨)을 삼키듯 단숨에 술을 비워버렸다."이제 잔을 치우고, 옷을 벗고 누워라."문밖의 강씨 부인이 다시금 채찍질하듯 명을 내렸다."큰아기는 지체 말고 새 애기의 옷을 벗겨주고, 네 서방의 옷도 모두 훌렁 벗겨 합방의 채비를 갖추거라."도연의 기다란 손가락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조선 팔도 어디에 조강지처가 제 손으로 지아비와 후처의 알몸을 드러내고 교미의 자리를 깔아준단 말인가.허나 거역할 수 없는 굴레 속에서, 도연은 짐승의 멱을 따는 백정의 심정으로 소월에게 다가갔다.스르륵-.붉은 명주 끈이 풀리고, 얇은 생초(生綃) 적삼과 속곳이 도연의 손에 의해 하나씩 바닥으로 허물 벗듯 떨어졌다.마침내 촛불 아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소월의 완전한 나신(裸身)이 드러났다.눈이 부시도록 하얗고 가녀린, 그러나 사내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히 농염한 그 육신은, 마치 도마 위에 오른 생선처럼 붉은 이부자리 위에 뻣뻣하게 반듯이 누웠다.이어 도연은 피눈물을 삼키며 제 지아비 박 생원의 바지춤을 풀고 옷을 벗겨냈다.뼈마디가 앙상하고 핏기없는 사내의 초라한 알몸뚱이가 드러났고, 박 생원은 쫓기는 산짐승처럼 도망치듯 소월의 옆자리로 기어들어가 누웠다."급하게 서둘러서는 아니 된다."강씨 부인의 기괴한 방중술(房中術) 훈육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천천히 일을 치르거라.”“새 아기의 몸이 충분히 더워지고 옥문(玉門)이 흥건히 젖어, 그 안에서 스스로 기운을 빨아들일 때, 정기(精氣)를 쏟아내야 씨가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단단히 밭에 심어지는 법이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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