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쌍둥이 섬의 색귀: Bab 121 - Bab 130

167 Bab

[121화] 백 년의 업보 2

시어머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 이름은 우리 가문의 조상과 얽힌 피비린내 나는 업보의 뿌리이자, 무덤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지독한 사연이니라.”“한 치의 숨김도 없이 바른대로 고하거라!"가문의 조상과 얽힌 업보.인영은 그 무인도의 동굴 한구석에 나란히 누워있던 애달프고도 처연한 해골 한 쌍이 뇌리를 스치자, 심장이 차가운 심연으로 곤두박질치는 듯했다.더 이상 거짓으로 얼버무릴 가벼운 사안이 아니었다.인영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자신이 겪었던 무인도에서의 타락과 열락, 그리고 죽은 자들의 안식처에 대해 낱낱이 자백하기 시작했다."어머니…… 실은, 제가 이전에 친정 섬에 다니러 가는 길에 무서운 폭풍우를 만나 바다에 수장될 뻔한 적이 있었습니다."인영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그때 기적처럼 그 쌍둥이 섬 사이의 무인도로 피신하여 목숨을 건졌사옵니다.”“차가운 바닷물에 젖어 체온이 식어 죽어가던 찰나……."눈앞에 환상이 스치는 듯했다."삼석이가, 짐승 같은 저 사내가 벌거벗은 몸뚱이로 제 알몸을 부둥켜안고 체온을 나누어 저를 살려내었사옵니다."이씨 부인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으나, 그녀는 며느리의 배덕한 고백을 막아 세우지 않았다."그때 사내의 뜨거운 체온과 압도적인 양기에 제 혼백이 하얗게 타버렸고……”“저는 친정에 가는 것도 잊은 채 사흘 밤낮을 그 무인도에서 삼석과 짐승처럼 살을 섞었사옵니다."인영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그 후 친정 섬으로 갔던 이번 걸음에, 십 년을 수절하던 언니가 제 이야기를 듣고 자신도 그 섬에 가보고 싶다 애원하여 삼석을 앞세워 다시 그곳을 찾았던 것이옵니다."인영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핵심을 꺼냈다."그 섬 안쪽 깊숙한 곳에 폭포와 담소가 굽이치는 은밀한 동굴이 하나 있었사옵니다. 헌데……”“그 동굴 가장 깊고 서늘한 안쪽에, 마치 어제 잠든 부부처럼 남녀 한 쌍의 해골과 뼈가 가지런히, 아주 애틋하게 손을 맞잡고 놓여 있었사옵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이씨 부인의 핏기 가신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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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화] 백 년의 업보 3

"대를 잇지 못해 멸문의 위기에 처하자, 핏줄에 광적으로 집착하시던 선대 고조모께서는 가문의 수치를 덮기 위해 짐승의 짓거리를 꾸미셨다."이씨 부인의 눈가에 냉소가 어렸다."인간으로서 감히 저질러서는 안 될 짓거리였지.”“뒷간에서 똥지게나 지던, 산 덩이만 한 체구에 양기가 무쇠처럼 뻗치던 머슴 '돌쇠'를……”“은밀히 안방으로 끌어들인 것이다."인영의 눈동자가 거세게 흔들렸다.씨받이가 아니라, 종놈을 씨내리로 안방에 밀어 넣었다는 끔찍한 진실이었다."선대 고조모는 머슴을 안방으로 밀어넣고, 며느리인 증조모에게 강제로 천한 짐승의 씨를 받도록 하셨다."부인의 목소리에 슬픔과 조소가 뒤섞였다."평생 내훈을 읽으며 정숙함을 목숨처럼 알던 증조모께서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머슴에게 짐승처럼 유린당하셨지. 허나……."그녀는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여인의 자궁이란 참으로 얄궂고도 기묘하지 않느냐.”“처음엔 짐승의 폭력에 죽을 듯 발버둥 치시던 증조모께서는, 서방의 메마른 몸짓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수컷의 압도적인 쇳덩이와 펄펄 끓는 양기, 그리고 투박하지만 맹목적인 진심에 점차 혼백이 녹아내려 돌쇠를 깊이 연모하게 되셨던 게다."이씨 부인은 인영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너와 내가, 삼석의 흉포한 육봉에 꿰뚫려 양반의 껍데기를 찢고 색귀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말이다!"이씨 부인의 말은 인영의 폐부를 비수처럼 찔러댔다.가문의 대를 이어 흐르는 타락의 유전자.그것은 백 년의 세월을 거슬러 이미 이 가문의 뼈대에 깊숙이 박혀 있었던 것이다."그런데……."인영이 숨죽여 물었다."어찌하여 두 분이 그 무인도에서 해골로 나타나신 겝니까?"이씨 부인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돌쇠의 무자비한 파종으로 증조모의 아랫배에 태기가 맺히면, 비정한 고조모는 비밀을 영원히 땅에 묻기 위해 돌쇠를 죽이려 하셨지.”“낌새를 챈 두 사람은 피눈물을 삼키며 폭풍우를 뚫고 거룻배에 몸을 실어 바다로 도망쳤다.""모두가 풍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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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화] 백 년의 업보 4

"하아…… 하아……."어머니의 입에서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나는 어찌하여 여태껏 저 사내의 눈빛에 숨겨진, 그 범상치 않은 기백을 몰라보았단 말인가.""내 늙은 육신이 저 사내의 거대한 품에 안겨서 사지가 녹아내리도록 유린당할 때, 내 혼백이 순순히 복종하며 혼백을 놓았던 것은……."탄식은 점차 색귀의 찬탄으로 변해갔다."단순히 수컷의 양물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가문의 진짜 주인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기운 앞에, 내가 본능적으로 무릎을 꿇었던 것이로구나."그녀는 다시 나른하게 마루에 주저앉으며, 다관(茶罐)을 들어 빈 잔에 미지근한 찻물을 따랐다.찻물을 따르는 그녀의 손은 더 이상 떨리지 않았다.오히려 모든 세속의 번뇌와 위선의 허울을 벗어 던진 해탈한 색귀의 얼굴이었다.그녀는 찻잔을 들어 올리며, 인영을 향해 한없이 부드럽고도 섬뜩한 미소를 보냈다."인영아."어머니가 고요하게 며느리를 불렀다."네가 삼석이의 정체를 밝혀 내게 이리도 놀라운 세상을 열어주었으니……""이제 나 역시, 네가 까무러칠 만한 이 안채의 가장 깊고 더러운 비밀 하나를 더 꺼내어 네게 보답해야겠구나."인영의 숨이 턱 막혔다.이보다 더 끔찍한 비밀이 존재한단 말인가.이씨 부인은 비장한 눈빛으로 인영을 직시하며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말했다."인영아. 네 지아비, 겉으로는 고고하게 사서삼경을 읊는 내 아들 박 진사 말이다.”“그놈은……”“내 배 아파 낳은 핏줄이 아니니라.""……!!"인영의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지며 숨이 멈추었다."박 진사의 아비 역시 조상의 업보를 고스란히 물려받았는지, 아랫도리의 씨가 말라붙은 허수아비 고자 사내였다."이씨 부인의 눈매가 독기로 날카로워졌다."시어머니는 나를 안방에 가두어두고, 백 년 전 고조모가 그러했듯 가문의 수치를 가리고 문중의 눈을 속이기 위해……”“아무도 모르게 아주 먼 친척의 사내아이를 몰래 데려와서 내 아들로, 이 집안의 양자로 둔갑시켜 앉힌 것이다."그녀의 목소리는 이십 년간 억눌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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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화] 썩은 씨앗 1

시간의 도도한 물길을 아득히 거슬러 올라간 백 년 전이었다.거친 남해의 해풍조차 첩첩이 쌓인 기와지붕 아래서는 숨을 죽이고 납작 엎드려야 했던 쌍둥이 섬.그 섬을 굽어보는 박씨 가문의 안방은 지엄하고도 육중했다.조선의 남단, 육지와 아득히 단절된 고립무원의 섬은 늦은 밤이 되면 마치 수백 년 묵은 거대한 왕릉처럼 적막하고 무겁게 가라앉았다.세상을 삼킬 듯 구름에 가려진 달빛조차 겹겹이 발린 두꺼운 창호지를 뚫고 들어오지 못해 문밖에서 처량하게 서성이는 칠흑(漆黑) 같은 어둠.사방이 숨 막히게 꽉 막힌 지엄한 안방,그 한가운데 깔린 두꺼운 명주 이부자리 위로는 오직 가쁘고 탁한 사내의 숨소리만이 위태로운 거미줄처럼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그것은 천지 음양(陰陽)이 조화를 이루어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는 화기애애한 숨소리가 결단코 아니었다.짐승의 덫에 걸려 목이 졸린 가련한 산짐승이 마지막 남은 진액을 쥐어짜 내며 토해내는 고통스럽고도 메마른 단말마에 가까웠다."하아…… 하아…… 으읏……."당시 스물여덟 살이던 박 생원의 호흡은 험산준령 수십 리를 맨몸으로 넘어온 노비의 그것처럼 얕고 헐떡거렸으며,이마에는 차가운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흐르고 있었다.그러나 정작 그가 사시나무 떨듯 바들바들 떨며 기어 올라탄 곳은 가파른 산비탈이나 거친 들판이 아니었다.그것은 제 지어미인 스물다섯 도연의 탐스럽고 풍만한 가슴이자, 만물을 잉태할 기름진 대지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너른 하얀 배 위였다.겹겹이 몸을 옥죄던 명주 의복을 걷어낸 두 사람의 벌거벗은 육신은,과연 이 남녀가 부부라는 천륜의 연을 맺고 한 이부자리에 누워있다는 사실조차 기괴하게 느껴질 만큼, 극단적인 불협화음을 이루고 있었다.박 생원.그는 명색이 이 쌍둥이 섬의 지엄한 권력과 전답을 틀어쥐고, 훗날 뭍으로 나가 관복을 입고 세상을 호령할 종손이자 예비 관료였다.허나, 두꺼운 도포 자락을 벗어 던지고 어둠 속에 드러난 그의 적나라한 알몸뚱이는, 성장이 멈춘 십 대 소년처럼 뼈마디가 툭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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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화] 썩은 씨앗 2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한다는 종손으로서의 지엄하고 숨 막히는 강박, 그리고 눈아래 깔려 헐떡이는 지어미의 압도적인 육체적 기운에 기가 눌린 탓일까.그의 양물(陽物)은 참담하리만치 초라하고 왜소했다.어린아이의 손가락만 한 빈약한 물건은 제 무게조차 버티지 못하고 가련하게 까닥거리고 있을 뿐이었다.사내의 듬직한 기둥이라기보다 겨울 가뭄에 말라비틀어진 앙상한 나뭇가지에 불과했다.도연은 어둠 속에서 입술을 짓씹으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풍만한 가슴이 파도처럼 크게 오르내렸다.‘제발…… 제발 오늘 밤만은…….’‘내 뱃속 가장 깊은 자궁 끝을 갈기갈기 찢어발길 듯, 무자비하게 박아다오.’‘나를 부수고, 이 미칠 듯한 갈증을 태워다오.’혼례를 치른 지 칠 년.단 한 번도 온전한 포만감을 느끼며 눈을 뒤집어본 적 없는 텅 빈 자궁이 비명을 지르고, 그녀의 붉은 옥문은 벌름거렸다.그것은 날고기를 갈구하는 굶주린 짐승의 울부짖음이었고, 가뭄에 쩍쩍 갈라진 논바닥이 세찬 단비를 갈구하며 내지르는 원초적인 통곡이었다."흐읍……!"박 생원이 이를 악물고 얄팍한 허리를 튕기며, 도연의 흠뻑 젖어 벌어진 옥문 안으로 제 보잘것없는 성기를 쑤셔 넣었다."찌걱……."그의 앙상한 성기는 뜨거운 용암 속으로 흔적도 없이 빨려 들어가듯 쑤욱, 허망하게 빠져들어 갔다.도연의 음부는 왜소하지만 꼿꼿하게 서려 애쓰는 지아비의 물건이 들어오자마자,그것을 통째로 씹어 삼킬 듯 맹렬하게 조이고 벌렁거리면서 이내 음액을 더욱 질척하고 게걸스럽게 쏟아내기 시작했다.거대하고 끈적한 진흙 늪이 길 잃은 작은 조약돌 하나를 삼켜버린, 참으로 허탈한 형국이었다."퍽…… 퍽…… 흣, 하아……!"박 생원은 사내의 체면을 지키고 종손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를 악물고, 턱밑까지 차오르는 사정감(射精感)을 애써 참으며 가엾은 허리질을 시작했다.그러나 그것은 단단한 박달나무 방망이로 대지를 무자비하게 내리치는 묵직하고 파괴적인 타격이 결코 아니었다.봄바람에 흔들리는 가느다란 수양버들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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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화] 썩은 씨앗 3

시집온 지 일 년 후부터 시작된 "태기가 없느냐"는 은근한 물음은 해가 거듭될수록 가혹한 멸시와 패악질로 변해갔다.강씨 부인에게 며느리는 더 이상 가문의 일원이나 아들의 지어미가 아니라, 박씨 가문의 맑은 기운을 갉아먹는 악귀(惡鬼)와 다름없었다.집안에 작은 우환이라도 생기면, 가령 지아비 박 생원이 앓아눕거나 애지중지 기르던 황소가 병들어 죽어나가고 섬에 흉년이 들어도,강씨 부인은 모든 불행의 화살을 도연에게 돌리며 저주했다."씨를 말려 죽이는 흉측한 석녀(石女)가 기어들어 와, 가문의 양기를 갉아먹고 조상님의 재수를 꽉 막는구나!"폭언이 가슴을 후벼 팠다."네 친정어미도 사내를 여럿 잡아먹더니, 네년의 핏줄 자체가 생명이 자라지 못하는 썩은 돌밭이로다.”“조상 뵐 낯이 없게 만드는 저주받은 년!"멀리 바다 건너 친정 식구들까지 능욕하는 패악질에 도연은 창자가 끊어지고 피가 거꾸로 솟는 고통을 느꼈다.허나 자식이 없다는 거대한 원죄 아래,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굵은 눈물만 떨굴 뿐이었다.지아비인 박 생원은 묵묵히 밥만 씹으며 지어미의 수모를 비겁하게 방관했다.시어머니의 학대는 언어의 폭력에만 그치지 않았다.그녀는 며느리의 육신을 학대하며 그 불임의 원인을 강제로 '치료'하려 들었다.엄동설한의 한겨울, 살을 에는 북풍이 몰아치고 처마 끝에 고드름이 맺히는 새벽이면, 강씨 부인은 자는 며느리의 머리채를 쥐어짜듯 우물가로 끌어냈다.그녀는 꽁꽁 언 얼음장을 깨고 길어 올린 찬물로 며느리에게 목욕재계를 강요했다."네년의 그 음탕하고 부정한 기운을 씻어내야 삼신할미가 자식을 점지해 주신다!"강씨 부인의 호통에 도연은 얇은 하얀 속적삼 하나만 걸친 채 찬물을 뒤집어써야 했다.그것은 살갗이 찢어지는 고통일 뿐만이 아니었다.아이를 품어야 할 자궁을 더욱 차갑게 얼려 임신을 막아버리는 모순적인 고문이었다.찬물에 젖은 육신은 파르르 떨며 비명을 질렀으나, 시어머니의 독기 어린 눈에는 그저 학대받아 마땅한, 저주받은 고깃덩어리로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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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화] 팔려온 씨받이 1

천지가 얼어붙는 동짓달의 매서운 삭풍(朔風)이 남해의 거친 파도를 타고 넘어와,쇠락하여 기둥뿌리마저 썩어 들어가는 황 진사 댁의 낡은 행랑채 지붕 위를 귀곡성(鬼哭聲)처럼 울리며 휩쓸고 지나갔다.한때는 쌍둥이 섬 건너 본토에서 남부럽지 않은 세도를 누렸던 명문가였으나,이제는 도박과 주색잡기로 가산을 탕진한 황 진사의 알량한 양반 허울만이 앙상한 서까래처럼 매달려 있는 몰락한 폐가(廢家)에 불과했다.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행랑채 뒷방 앞.문풍지가 파르르 떨리는 차가운 토방 위로 곧 가마에 올라 박씨 가문의 후처(後妻),아니 명색만 번지르르할 뿐 실상은 씨받이 첩년으로 팔려 가는 여식 소월(素月)이 파리한 얼굴로 서 있었다.달빛조차 구름에 가려 스며들지 못하는 어둠 속에서, 아비 황 진사의 두 눈만이 탐욕과 근심이 뒤섞인 채 형형하게 번들거렸다.황 진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제집 행랑채에 기거하며 장작을 패던 머슴놈과 눈이 맞아, 제 딸년의 치마끈이 풀린 지가 이미 오래라는 참담한 사실을.가문의 지엄한 법도대로라면 당장 딸년의 머리채를 끌어다가 목을 매달아 자결을 강요해야 마땅했다.그러나 주린 배를 움켜쥐고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는 몰락한 양반에게, 딸의 정조 따위는 이미 한 줌의 먼지보다 못한 것이었다.오히려 쌍둥이 섬 최고의 권력자이자 대지주인 박 생원 댁에서, 칠 년 묵은 석녀(石女) 정실을 밀어내고 대를 이을 젊은 자궁을 구한다는 소식.그것은 황 진사에게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울 동아줄이자 천재일우의 기회였다.그는 딸의 뱃속에 천것의 더러운 씨가 맺히기 전에 서둘러 박 생원의 이부자리에 밀어 넣고, 그 대가로 옥답 열 마지기와 두둑한 전대금을 챙길 요량이었다.허나, 첫날밤 합궁에서 처녀의 순결한 증거인 낙홍(落紅)을 보지 못한다면 당장 소박을 맞을 것이고, 머슴과의 통정이 들통나면 온 집안이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소월아, 내 말을 똑똑히 새겨듣거라."황 진사의 앙상한 손이 제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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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팔려온 씨받이 2

시어미의 지엄한 하명이었다."문밖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방 한구석에 자리를 깔고 앉아 박 생원과 새 아기의 방사(房事)를 직접 수발 들며 도우란 말이다."충격적인 하명이 이어졌다."네년의 그 차가운 돌밭이 씨를 품지 못했으니, 정실의 부덕(婦德)을 다하여 새 아기 몸에서 싹이 트도록 너의 기운이라도 보태야 할 것이 아니냐!""……!"그 말은 도연의 머리 위로 벼락이 떨어지는 것과 같았다.지아비가 다른 여인의 속살을 파고들며 헐떡이는 성교를, 조강지처인 자신이 방 안에 머물며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며 수발을 들라는 것이었다.그것은 인격 살인을 넘어 영혼을 산 채로 태워버리는 극악무도한 형벌이었다.도연은 숨을 헐떡이며 입술을 깨물었다.그녀는 억장이 무너지는 한을 억누른 채, 바닥에 이마를 찧으며 대답해야 했다."……예, 어머님. 명심하여…… 받들겠사옵니다."한편, 그 청천벽력 같은 지시를 들은 소월 역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숨이 턱 막히고 눈앞이 아득해졌다.'정실 눈을 속여 호리병에 든 피를 묻혀야 하는데, 저 독살스러운 여편네가 방 안에 버티고 앉아 내 가랑이 사이를 불을 켜고 지켜본다면 어찌한단 말이냐!'두려움이 소월의 목을 졸랐다.'이대로라면 첫날밤에 내 부정한 몸뚱이가 들통나고, 나는 꼼짝없이 쫓겨나게 될 것이다.'합방을 몇 식경 앞둔 그날 늦은 오후, 안방 옆에 딸린 서늘하고 비좁은 작은 골방.문고리를 단단히 걸어 잠그고 주저앉은 소월은 가슴팍 깊숙이 숨겨둔 청자 호리병을 꺼내어 달달 떨리는 손으로 꽉 쥐었다.창백한 빛이 문풍지를 뚫고 들어와, 그녀의 파리한 손등과 호리병의 붉은 마개를 섬뜩하게 비추었다.'어찌해야 한단 말이냐? 어떻게든 저 정실의 시선을 가리고 피를 흘려야 한다.'생각이 꼬리를 물었다.'아니, 어쩌면 저 여편네는 내가 이미 더럽혀진 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절망과 공포가 그녀의 가녀린 목을 졸라왔다.그러나 궁지에 몰린 짐승은 결국 이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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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화] 팔려온 씨받이 3

소월의 눈동자에는 정실에 대한 두려움과 함께, 닭 피 호리병을 들킬까 노심초사하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도연은 대답 대신 더욱 힘을 주어 소월의 사타구니 사이를 씻어냈다.칠 년 전 박씨 가문의 문턱을 넘을 때 자신이 지녔던 그 빳빳한 처녀의 자존심이, 이제 이 가련한 계집의 살덩어리 위로 겹쳐 보였다.목욕을 마친 도연은 땀과 열기로 젖은 제 치마를 무릎 위까지 거칠게 걷어 올린 채, 소월의 팔을 이끌어 향나무 평상 위로 앉혔다.물기를 머금은 향나무의 짙은 색조와 눈부시게 하얀 나신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공간을 압도했다.도연은 소월과 마주 앉았다.자욱한 수증기 사이로 두 여인의 시선이 허공에서 팽팽하게 부딪혔다.도연은 참담한 한숨을 삼키며, 빗물을 머금은 수양버들처럼 길게 늘어진 소월의 머리카락을 나무 빗으로 천천히 빗겨 내렸다."정갈하게 단장하시게."도연의 목소리에는 뼈를 깎는 한(恨)이 서려 있었다."오늘 밤 지아비의 눈을 멀게 할 만큼…… 그렇게 요사스럽게 피어나야 할 게야."그녀의 손끝이 소월의 젖은 머리칼을 타고 가슴팍까지 흘러내릴 때마다, 소월은 뱀의 혀가 훑는 듯한 소름을 느꼈다.한 명은 억눌린 욕망과 흉년 든 자궁을 끌어안고 죽어가는 비옥하고도 거대한 대지(大地).다른 한 명은 그 대지를 찬탈하기 위해 독을 품고 기어 들어온 하얀 뱀.수증기 가득한 밀실 속에서 서로의 살 냄새를 맡으며 마주한 두 여인의 그림자는, 이제 바야흐로 숨 막히는 첫날밤을 예고하며 검은 먹물처럼 번져가고 있었다.도연의 눈에서 기어이 흘러내린 눈물 한 방울이 소월의 하얀 허벅지 위로 툭 떨어져 번졌다.그것은 마치 수묵화의 화폭 위에 잘못 떨어진 먹점처럼, 지워지지 않을 치욕과 파멸의 낙인이 되어 소월의 육신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었다.천지가 얼어붙은 동짓달, 쌍둥이 섬의 거친 해풍마저 하얗게 질려 숨죽인 밤이었다.하늘의 둑이 터진 듯 쏟아져 내리는 탐스러운 함박눈은, 세간의 모든 더러운 욕정과 피비린내 나는 가문의 업보를 기만하듯 온 세상을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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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씨받이의 첫날밤 1

박 생원은 마치 쫓기는 죄인처럼 덜덜 떨리는 손으로 다시 제 잔에 술을 가득 채워 급하게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소월의 창백한 얼굴에는 공포와 절망의 그림자가 짙어졌다.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남은 술을 억지로 삼킨 뒤, 빈 잔을 다시 채워 도연을 향해 내밀었다.살려달라는, 이 지옥 같은 밤을 견뎌내게 해달라는 처절한 무언의 구조 신호였다.도연은 말없이 그 잔을 받아 들고는, 창자가 끊어지는 한(恨)을 삼키듯 단숨에 술을 비워버렸다."이제 잔을 치우고, 옷을 벗고 누워라."문밖의 강씨 부인이 다시금 채찍질하듯 명을 내렸다."큰아기는 지체 말고 새 애기의 옷을 벗겨주고, 네 서방의 옷도 모두 훌렁 벗겨 합방의 채비를 갖추거라."도연의 기다란 손가락이 사시나무처럼 떨렸다.조선 팔도 어디에 조강지처가 제 손으로 지아비와 후처의 알몸을 드러내고 교미의 자리를 깔아준단 말인가.허나 거역할 수 없는 굴레 속에서, 도연은 짐승의 멱을 따는 백정의 심정으로 소월에게 다가갔다.스르륵-.붉은 명주 끈이 풀리고, 얇은 생초(生綃) 적삼과 속곳이 도연의 손에 의해 하나씩 바닥으로 허물 벗듯 떨어졌다.마침내 촛불 아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소월의 완전한 나신(裸身)이 드러났다.눈이 부시도록 하얗고 가녀린, 그러나 사내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히 농염한 그 육신은, 마치 도마 위에 오른 생선처럼 붉은 이부자리 위에 뻣뻣하게 반듯이 누웠다.이어 도연은 피눈물을 삼키며 제 지아비 박 생원의 바지춤을 풀고 옷을 벗겨냈다.뼈마디가 앙상하고 핏기없는 사내의 초라한 알몸뚱이가 드러났고, 박 생원은 쫓기는 산짐승처럼 도망치듯 소월의 옆자리로 기어들어가 누웠다."급하게 서둘러서는 아니 된다."강씨 부인의 기괴한 방중술(房中術) 훈육이 끝도 없이 이어졌다."천천히 일을 치르거라.”“새 아기의 몸이 충분히 더워지고 옥문(玉門)이 흥건히 젖어, 그 안에서 스스로 기운을 빨아들일 때, 정기(精氣)를 쏟아내야 씨가 밖으로 흘러내리지 않고 단단히 밭에 심어지는 법이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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