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효민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늘 그렇듯 부드러웠지만 약간 억눌린 듯한 답답함이 묻어났다.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배진성 곁으로 다가오더니 그의 팔짱을 꼈다.배진성 손에 쥔 물티슈와 남예린 치마 위의 물 자국을 번갈아 보자마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지만 끝내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여보, 아까 엄청 불렀는데도 대답 안 한 거 알아? 당신도 참, 남 선생님 옷이 젖었으면 나한테 말하지 그래. 내가 닦아줬을 텐데. 괜히 당신 불편하게...”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남예린에게 미소를 지었다.여전히 아주 예의를 차린 미소였다.“남 선생님, 죄송해요. 우리 현우가 너무 말썽꾸러기라서 선생님이 이해해 주세요. 저랑 남편이 집에 가서 잘 타이를게요.”남예린은 그저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돌리려 했다.하지만 정효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몸으로 유일한 통로를 막았다. 말투에는 상대방을 깔보는 듯한 감정이 묻어 있었다.“남 선생님, 다음에 연극 보러 오실 때는 짝꿍이라도 데려오시는 게 어때요? 그래야 무슨 일 생겨도 돌봐줄 사람이 있잖아요. 연극 보러 온 분들 좀 보세요, 다 커플이거나 저희 같은 가족이잖아요.”한 번 숨을 고르고는 입꼬리를 더 올리며 말했다.“그리고 남의 남편한테 자꾸 폐 끼치면 안 되잖아요, 안 그래요?”“정효민.”배진성이 정효민의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말투는 매우 무거웠다.정효민은 즉시 사과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실제 눈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남 선생님, 죄송해요. 제 말, 너무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저도 진심으로 선생님을 위해서 한 말이니까. 여자는 선생님 나이 정도 되면 더 늦기 전에 결혼 서둘러야 해요. 안 그러면 나중에 정말 못 갈지도 몰라요. 평생 혼자 살 순 없잖아요? 얼마나 외로워요.”배진성이 정효민의 팔을 세게 움켜쥐었다.“말 좀 그만해.”이를 악문 듯 한 글자 한 글자 겨우 내뱉었다.하지만 정효민은 팔이 아픈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늘 끝장을 보겠다는 듯 웃으며 말을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