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건하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지만 나는 내 손에 든 그릇이 흔들릴 정도로 놀라지 않았다.나는 남은 오미자화채를 마지막까지 마시고, 휴지를 뽑아 입가를 닦았다.“잘못 찾아오셨네요. 여기는 개인 주택이에요.”심건하는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와, 뒤돌아 마당 문을 닫았다.이 남자는 많이 말라 있었다. 살이 많이 빠졌고, 턱에는 시퍼런 수염이 돋아 있었다. 평소 늘 빳빳하게 다려 입던 셔츠가, 지금은 구깃구깃하게 몸에 들러붙어 있었다.이 초라한 모습은, 늘 번드르르하던 기장의 겉모습과는 딴사람 같았다.“소이야, 내가 잘못했어.”심건하는 내 앞에 섰다. 목소리는 심하게 쉬어 있었고, 눈에는 핏줄이 선명했다.“진한나는 내보냈어. 진한나 물건도 다 버렸고, 앞으로 내 조종실의 관찰석은 너한테만 줄 거야. 핸드폰 비밀번호도 네 생일로 바꿨어. 나랑 집에 돌아가자.”심건하는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자신이 고쳤다고 믿는 것들을 급히 늘어놓았다.나는 담담하게 그를 바라봤다. 낯선 사람을 보듯이.“이 먼 데까지 날아와서 하는 이야기가 고작 쓰레기 다 버렸다는 이야기야?”심건하가 멈칫했다.그는 내가 화를 내거나, 울고불고하거나, 큰 소리로 따질 거라 예상했었다.이렇게까지 차갑게, 물결 하나 일지 않을 줄은 몰랐다.“아니야... 이거, 너 주려고 가져왔어.”심건하는 품에서 갈색 종이봉투 하나를 꺼내 두 손으로 내 앞에 내밀었다.예전에는 내가 아무리 매달려도 절대 내주지 않던 것이었다.“이거 회사에서 특별 승인받은 관찰석 출입증이야. 기간 제한도 없어. 네가 구름 위의 하늘을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나랑 같이 가자.”이어서 심건하는 주머니에서 네모나게 접힌 ‘소이에게 빚진 목록'을 꺼냈다.“이건 내가 너한테 빚진 것들이야. 결절 수술 때 네 곁에 없던 건 되돌릴 수 없지만, 제일 좋은 검진 센터 예약해 놨어.”“오로라 보러 다음 달에 바로 가자. 네가 가고 싶은 곳이면 내가 어디든 함께 갈게. 장모님 병은 서림시의 심장 전문의를 알아봤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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