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이 화월시의 본가 앞에 서자, 아버지 유정호가 성큼성큼 달려 나와 딸을 와락 끌어안았다.“어쩌다 이렇게 야위었어?” 유정호의 목소리가 메었다. 손바닥으로 등을 토닥이는 손길이, 어릴 적 달래 주던 그대로였다.익숙한 유정호 냄새에 서린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빠, 제 눈이 삐었나 봐요.”“쓸데없는 소리!” 유정호가 딸의 얼굴을 감싸 쥐고 엄지로 눈물을 닦아 냈다. “그놈이 내 딸한테 못 미쳤던 거지. 참, 윤씨네 아들이 내일 귀국한다더라. 어릴 때 맨날 너 쫓아다녔잖아?”서린은 울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빠! 저 이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러세요.”“옛 친구 얼굴 본다 생각해.” 유정호는 딸의 어깨를 감싸고 안으로 들어가며, 고개를 돌려 가사도우미에게 외쳤다. “주 여사! 고아 놓은 전복죽 좀 내오고, 주방에 일러 둬. 지금부터 한 달 동안 모든 음식에 설탕 넣지 말라고!”방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연보라색 침대 시트, 창가의 화장대, 침대맡의 작은 무드등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서린은 문득 재현과 꾸민 신혼집이 떠올랐다.제 손으로 하나하나 채워 넣은 그 집은... 지금 어떤 꼴이 되었을까?한숨을 내쉬며 아랫배를 쓸었다.재현이 한눈만 팔지 않았다면, 아이가 태어났다면, 분명 행복했을 텐데...아쉽게도, 도재현은 그런 남자가 못 됐다.핸드폰에 뉴스 알림이 떴다. [도원테크 주가 폭락, 창업주 도재현 길거리 만취 목격]기사 사진 속 재현은 수염이 덥수룩한 채 회사 앞에 서 있었다. 눈에 초점이 없었다.서린은 사진을 삼 초쯤 들여다보다가, 화면을 끄고 핸드폰을 던져 놓았다.“아가씨, 식사하세요.” 주미선이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다이닝 룸엔 능이백숙 냄새가 그윽하게 퍼져 있었다.서린은 상 가득한 요리를 바라봤다. 담백한 농어찜, 새우찜, 데친 나물... 전부 서린이 좋아하는 심심한 맛이었다.유정호는 서툰 손으로 새우를 까 주고 있었다. 손에는 온통 새우 껍질이 가득했다.“아빠, 제가 할게요.”“가만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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