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애첩이 내 장례식을 샀다의 모든 챕터: 챕터 71 - 챕터 79

79 챕터

제72화. 죽은 내가 내 이름을 되찾으러 왔다

관 속의 내가 눈을 떴다.죽은 여자의 시선이 사람들을 지나 정확히 내게 닿았다.그리고 내가 가장 싫어하는 방식으로 웃었다.남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입꼬리 한쪽만 올리는 버릇이었다.내 버릇이었다.“거기 있었구나.”목소리까지 내 것이었다.리비아가 나를 자기 뒤로 끌어당겼다.“관에서 나온 여자를 묶어요.”경비들은 검을 잡고도 움직이지 못했다.황후가 관 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아델라인 로엔베르크에게 손대지 마라.”리비아가 황후를 노려봤다.“둘 중 어느 쪽을 말씀하시는 거죠?”“진짜인 쪽.”관 속의 여자가 상체를 일으켰다.내가 죽던 날 입었던 검은 장례복이 어깨 아래로 흘러내렸다.손목에는 리비아 모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내 낙인과 같은 자리였다.하지만 저쪽의 문양에는 끊어진 획이 없었다.리비아가 내게 낙인을 새기던 순간, 내가 몸을 비틀어 생긴 흠이었다.“당신은 가짜예요.”나는 여자의 손목을 가리켰다.“내 낙인은 완전하지 않아요.”관 속의 여자가 자기 손목을 내려다봤다.“그 흠이 왜 생겼는데?”“리비아가 낙인을 새길 때 내가 저항했으니까.”“아니.”여자가 관 밖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그때 너는 의식이 없었어.”머릿속에서 기억이 펼쳐졌다.리비아가 내 손목을 누르고, 검은 문양이 살갗을 파고들던 순간이었다.나는 분명 이를 악물고 팔을 빼내려 했다.그런데 그 기억에는 통증이 없었다.냄새도, 온기도, 리비아의 손이 어느 쪽에서 들어왔는지도 없었다.그저 내가 저항했다는 결론만 남아 있었다.카엘이 내 앞을 막았다.“기억을 시험하겠다.”그가 관에서 나온 여자를 향해 물었다.“아델라인이 열두 살 겨울에 태운 것은?”“어머니가 남긴 편지.”“마지막 문장은?”여자가 나를 보며 대답했다.“벨리어드의 신부가 되느니 이름 없는 시체로 살아라.”내가 아는 문장과 달랐다.내 기억 속에는 결혼하지 말라는 말만 있었다.나는 곧바로 반박하려다 멈췄다.편지가 타던 장면은 떠올랐지만 글씨는 보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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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화. 황후를 살려야 내가 산다

내가 원본의 심장을 찌른 순간, 황후의 입에서도 피가 흘렀다.검은 바닥을 긁으며 멀어졌고, 원본과 나는 같은 자리를 움켜쥔 채 쓰러졌다.황후만 멀쩡히 서 있으려 했지만 붉은 자국이 턱 아래까지 번졌다.“왜 전하까지 다친 거죠?”리비아가 황후를 바라보며 물었다.카엘이 내 상처를 눌러 막았다.“모든 상처가 공유되는 건 아닙니다.”“상대의 존재를 지우려는 의지로 만든 상처만 연결됩니다.”그가 장부를 펼치자 세 사람의 이름 사이로 붉은 선이 이어져 있었다.원본 아델라인.기억 분리체 아델라인.그리고 황후 세실리아.“분리 명령에 서명한 사람이 생명권의 보증자가 됩니다.”카엘의 손가락이 황후의 이름을 짚었다.“둘 중 하나를 폐기하면 보증자가 절반의 죽음을 대신 받습니다.”황후가 입가의 피를 닦았다.“알고도 저 아이에게 칼을 쥐여줬느냐?”“증명하지 않으면 아델라인은 물건으로 폐기됐을 겁니다.”나는 카엘의 손목을 붙잡았다.“미리 말했어야죠.”“말했다면 찌르지 않았을 테니까요.”“당연하잖아요.”“그래서 속였습니다.”변명조차 없는 대답에 손가락이 그의 소매를 구겼다.나는 그의 손을 밀어내고 직접 상처를 눌렀다.“다시 제 목숨으로 시험하면, 다음에는 당신을 찌를 거예요.”“그건 기꺼이 받겠습니다.”리비아가 우리 사이를 가로막았다.“살아서 싸워요.”그녀는 찢은 치맛자락으로 내 가슴을 감쌌다.나는 그 손을 붙잡았다.“관에서 저 여자를 꺼낸 날부터 알고 있었죠?”리비아의 움직임이 멎었다.“왜 나를 아델라인이라고 불렀어요?”“당신이 그 이름으로 살고 싶어 했으니까요.”“나는 저 여자의 기억을 담은 그릇이었잖아요.”“저 여자는 첫 번째 관에서 깨어나자 이름부터 돌려달라고 했어요.”리비아가 원본을 돌아봤다.“당신은 두 번째 관에서 눈을 뜨자 살고 싶다고 했고요.”원본이 관을 붙잡고 일어났다.“내 기억을 훔쳐 살아남은 게 자랑이야?”나는 그녀를 마주 봤다.그녀에게는 내 과거가 있었다.내게는 그녀가 버린 공포와 분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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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황후를 살리면 황태자가 죽는다

황후의 맥이 한 번 끊겼다가 돌아왔다.자정까지 남은 시간은 12분이었다.카엘이 피에 젖은 장부를 바닥에 펼쳤다.찢어진 종이 위로 세 문장이 떠올랐다.분리 명령 재승인.생명 보증자 교체.이름 소유자의 자발적 소멸.“셋 중 하나를 자정 전에 선택해야 합니다.”리비아가 첫 번째 문장을 짚었다.“재승인은 누가 하죠?”“명령을 내린 황후가 두 아델라인을 독립된 생명으로 인정해야 합니다.”카엘이 황후의 손에 펜을 끼워 넣었다.황후는 펜을 쥐는 대신 손가락을 접었다.“거절한다.”“전하가 죽으면 우리도 죽습니다.”내 말에 황후의 입술이 피로 젖은 채 휘었다.“바로 그걸 원한다.”황태자가 옥좌 아래로 다가갔다.“어머니는 증거를 없애려고 죽으려는 겁니까?”“실패한 작품과 장부를 함께 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남은 시간은 11분이었다.카엘이 두 번째 문장을 눌렀다.장부 위에 조건이 나타났다.보증자는 두 아델라인과 같은 혈통이어야 한다.보증이 파기될 경우 가장 가까운 직계혈족이 죽음을 대신한다.리비아가 심의장 안을 훑었다.“로엔베르크의 피를 가진 사람이 여기 또 있다고요?”“조건이 나타났다는 건 존재한다는 뜻입니다.”원본 아델라인이 장부 앞으로 기어왔다.가슴의 상처에서 새어 나온 피가 내 피와 같은 자국을 만들었다.“찾을 필요 없어.”그녀가 나를 가리켰다.“저 애가 이름을 포기하면 돼.”“그러면 제가 사라져요.”“네 기억은 내게 돌아온다.”“내 선택은요?”원본이 대답하지 못했다.“에드릭을 의심한 것도, 관을 연 것도, 황후에게 맞선 것도 기억이 아니에요.”나는 손목에 떠오른 폐기 문장을 눌렀다.“내가 한 선택이에요.”“내 삶을 훔쳐놓고 선택이라고 부르지 마.”“당신은 그 삶을 살지 않았잖아요.”원본의 손이 내 뺨을 향해 날아왔다.손바닥이 닿기 전, 같은 통증이 그녀의 얼굴에 먼저 번졌다.서로를 지우려는 행동은 여전히 연결돼 있었다.나는 그녀의 손목을 잡아 내렸다.“나는 이름을 포기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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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화. 황후의 얼굴을 쓴 시체

원본 아델라인의 피가 내 팔을 타고 흘렀다.장부에 적힌 남은 시간은 3분이었다.“왜 원본이 죽는 거죠?”카엘이 피로 이어진 선을 짚었다.“황태자가 보증자가 되면서 두 생명은 황실 원부에 다시 묶였습니다.”“현재의 당신은 독립된 생명으로 승인됐지만,원본은 분리 명령이 시작된 과거에 남아 있습니다.”“원부가 잘못된 시작점을 지우려는 겁니다.”원본이 내 소매를 움켜쥐었다.“설명은 됐어.”그녀의 손에는 힘이 남아 있었다.죽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마지막 패를 감춘 사람의 손이었다.“나를 살려.”“방법부터 말해요.”“황실 장례 원부를 열어.”황후가 옥좌의 팔걸이를 짚고 일어났다.“그 입을 막아라.”경비들이 움직이기 전에 카엘과 리비아가 원본 앞을 가로막았다.문밖의 카엘도 검을 빼 들었다.두 카엘의 칼날이 맞물린 사이, 원본이 피 묻은 손으로 내 손목을 문질렀다.리비아의 낙인 아래에서 작은 문양이 드러났다.까마귀가 제 심장을 물어뜯는 형상이었다.카엘의 시선이 굳었다.“원부 개문인.”“그게 뭐죠?”원본이 황후를 보며 웃었다.“죽은 자의 기록을 안에서 열 수 있는 사람.”황실 장례 원부는 사망자의 이름과 재산만 보관하는 장부가 아니었다.황실이 지운 사람, 바꿔치기한 시신,살아 있는데 죽었다고 기록한 자들의 진명까지 묻어두는 무덤이었다.그 문은 황실의 피로 열리지 않는다.죽음을 거부하고 관에서 돌아온 사람만 열 수 있었다.황후가 나를 살리려 한 이유는 내 얼굴도, 로엔베르크의 이름도 아니었다.내가 원부의 문을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당신이 관에서 살아난 뒤 저 문양이 생겼어요.”리비아가 말했다.“그래서 계속 제 기억을 확인했군요.”리비아는 부정하지 않았다.“문을 열 사람이 당신인지 확인해야 했어요.”“말했으면 도망쳤을 테니까요?”“말했으면 황후가 먼저 당신을 죽였을 테니까요.”남은 시간은 2분이었다.원본의 몸이 한 번 크게 떨렸다.“내가 죽으면 문을 열 방법도 사라져.”“개문인은 나잖아요.”“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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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화. 내 어머니는 나를 죽은 황녀로 묻었다

“그래도 네 어머니인 건 맞단다.”가짜 황후가 목덜미에 박힌 은못을 뽑았다.살갗처럼 붙어 있던 세실리아의 얼굴이 턱부터 갈라져 바닥으로 떨어졌다.그 아래에서 드러난 여자는 내 눈과 똑같은 회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황태자가 검을 들었다.“이름을 밝혀.”“마레나 로엔베르크.”베티의 입에서 짧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언니는 황궁 화재 때 죽었어요.”“죽은 건 세실리아였어.”마레나는 발치에 떨어진 황후의 얼굴을 내려다봤다.“나는 그 여자의 시신을 태우고 얼굴과 이름을 가져갔지.”황태자의 손이 흔들렸다.“26년 동안 제 어머니인 척한 겁니까?”“네 어머니는 처음부터 베티였으니까.”마레나는 황태자를 지나 나를 바라봤다.“내가 대신해야 했던 건 황후가 아니라, 죽은 딸을 가진 여자였어.”나는 원본에게 받은 열쇠를 들어 올렸다.“그래서 저한테 죽은 황녀의 이름을 씌웠나요?”마레나의 입술이 다물렸다.원본 아델라인이 내 손목을 붙잡았다.“열쇠부터 숨겨.”“왜죠?”“저 여자가 네 진명을 들으면 원부를 열기 전에 다시 묻어버릴 테니까.”마레나가 우리 쪽으로 한 걸음 다가왔다.카엘이 검집으로 길을 막았다.“개문인의 진명을 아는 자는 원부 안에서 그 사람의 사망 기록을 만들 수 있습니다.”리비아가 나를 돌아봤다.“그러니까 이름을 말하지 마요.”평생 이름을 되찾으려고 싸웠는데, 이제는 진짜 이름을 숨겨야 살 수 있었다.나는 열쇠를 손안에 감췄다.“왜 아델라인이었죠?”마레나가 오래 미뤄둔 대답을 꺼냈다.“세실리아의 첫딸 이름이었어.”황실 장부에 낡은 기록이 떠올랐다.아델라인 세레니아.출생 당일 사망.“죽은 아이의 이름을 가진 사람은 살아 있는 황족으로 추적되지 않는다.”“그래서 살려뒀다고요?”“그래.”“에드릭에게 팔려가 독을 먹고 관에 들어갈 때까지도요?”마레나의 표정이 처음으로 흔들렸다.“네가 황궁으로 돌아오면 황제가 널 제물로 썼을 거야.”“그럼 당신이 데려갔어야죠.”“내가 곁에 두는 순간 세실리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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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화. 관을 열면 내가 사라진다

관 안에서 세 번째 신호가 울렸다.똑.눈앞의 마레나가 경비들을 향해 손을 내질렀다.“관째로 태워.”카엘이 계단 입구를 막아섰다.“진짜라면 불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겠지.”“저 안에 있는 건 원부가 만든 망령이다.”관 속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세실리아는 거짓말할 때 오른쪽 엄지를 숨겨.”모두의 시선이 눈앞의 여자에게 향했다.그녀의 오른손은 치맛자락 뒤에 감춰져 있었다.베티가 계단을 내려갔다.“언니라면 대답해요.”그녀는 관 뚜껑 위에 손을 올렸다.“열세 살 겨울, 온실에서 훔친 건 뭐였어요?”눈앞의 여자가 먼저 답했다.“아버지의 인장 반지.”베티의 눈꺼풀이 떨렸다.관 속에서는 한숨이 흘렀다.“반지를 훔친 건 나였어.”“넌 내가 맞는 동안 아버지 침대에 쥐를 풀었지.”“그날 밤 내 왼손에 약을 발라준 것도 너였고.”베티가 관 옆에 주저앉았다.그 일은 기록에 남지 않았다.자매 둘만 알고 있던 죄였다.눈앞의 여자가 베티에게 다가가려 했다.“기억 하나로 나를 가짜라 부를 셈이냐?”원부의 글자가 벽을 타고 올라왔다.세실리아 황후.사망 후 잔존 의식 이전.수용체 마레나 로엔베르크.황태자의 검끝이 그녀에게 향했다.“당신은 세실리아군.”마레나의 얼굴을 쓴 세실리아가 웃었다.“몸도 기억도 내 것이 되었는데 이름이 무슨 상관이지?”“상관있어요.”나는 계단 아래의 관을 바라봤다.“당신은 저 여자의 삶을 살지 않았으니까.”세실리아의 손짓에 경비들이 움직였다.두 카엘이 서로의 길을 막았고 리비아는 장부를 끌어안았다.원본 아델라인이 내 손에서 열쇠를 빼앗으려 했다.“열지 마.”“어머니가 저 안에 있어요.”“네 어머니라는 증거는 베티의 기억뿐이야.”“당신은 더 확실한 걸 알고 있죠?”원본의 입이 다물렸다.생명권을 나눈 뒤부터 그녀가 숨기는 두려움이 내 심장에도 닿았다.관 속의 여자가 나오는 것을 원본은 세실리아보다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막는 거예요?”“관을 열면 생명권 한 자리를 내야 해.”원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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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이번에는 애첩이 나를 죽인다

“엘리시아 로엔베르크.”원부 아래에서 에드릭이 내 진명을 부른 순간, 발목을 붙잡은 손들이 멎었다.검은 장부 위로 결혼 계약서가 떠올랐다.신랑, 에드릭 벨리어드.신부, 진명 미확인 황족.계약 목적, 개문인 각성.리비아가 계약서를 찢으려 했지만 종이는 손끝을 통과했다.계약서 아래에는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부 서명이 있었다.아델라인이 아니라 엘리시아라는 이름으로 찍힌 피의 인장이었다.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완성된 혼인 계약이었다.에드릭은 나를 사랑해서 선택한 적이 없었다.황실이 준비한 관까지 데려가기 위해 남편이 된 사람이었다.“저 남자가 어떻게 진명을 알아요?”세실리아가 마레나의 얼굴로 웃었다.“내가 알려줬으니까.”결혼 전부터 에드릭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다.내 취향은 몰라도 내가 어떤 죽음을 통과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었다.카엘이 계약의 마지막 줄을 읽었다.“임무는 살해가 아니라 일시 사망.”내가 독을 먹던 저녁이 다시 떠올랐다.세 숟갈 뒤에 멎은 심장.미리 준비된 관.관 안에서 돌아온 호흡.에드릭은 나를 죽이는 데 실패한 게 아니었다.정확히 죽였다가 되살렸다.“황실 원부는 한 번 죽은 황족만 열 수 있습니다.”카엘의 손이 계약서 위에서 굳었다.“공작은 전하를 개문인으로 만들기 위해 독을 먹인 겁니다.”원부 안에서 에드릭이 웃었다.“이제야 내 사랑을 이해하겠어?”결혼반지를 낀 손이 장부 밖으로 솟아 내 발목을 움켜쥐었다.“돌아와, 엘리시아.”나는 그의 손등을 발뒤꿈치로 짓밟았다.손가락뼈가 꺾이자 원부가 출렁였다.“사랑은 죽였다 살리는 게 아니야.”“당신이 한 건 길들이기였어.”원본 아델라인은 이미 허리까지 장부 속에 잠겨 있었다.그녀가 내 손목을 붙잡았다.“놓지 마.”내가 힘을 주자 이번에는 내 무릎까지 아래로 끌려갔다.카엘이 내 허리를 감아 당겼다.“손을 놓아야 합니다.”“놓으면 저 사람은 갇혀요.”“계속 잡으면 둘 다 갇힙니다.”원본의 손톱이 내 피부를 파고들었다.“우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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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화. 내가 그의 장례식을 샀다

리비아의 손바닥에서 열린 약병이 검은 연기를 토해냈다.독은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았다.손금 사이로 파고든 액체가 손목의 낙인을 따라 팔 안쪽으로 번졌다.“손을 잘라내요.”카엘이 검을 뽑자 마레나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잘라낸 자리에서 다시 자랄 거야.”장부 위에 숨겨졌던 조항이 떠올랐다.사망 기록이 확정되는 순간 장례식 소유자는 최종 집행자가 된다.집행을 거부할 경우 독은 소유자의 심장을 통과해 사망 대상에게 전달된다.리비아가 문을 향해 달렸다.세 걸음째에 내 몸도 바닥 위로 끌려갔다.우리 손목을 잇는 검은 선이 팽팽해지며 서로의 목을 조였다.“따라오지 마요.”“제가 따라가는 게 아니에요.”리비아가 문턱을 넘자 그녀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같은 박동이 내 가슴까지 밀려와 숨을 끊었다.도망칠수록 독이 더 빨리 가까워졌다.카엘이 검으로 계약선을 내리쳤다.선에서 튄 검은 글자가 그의 손등에 들러붙었다.장례 방해자.예비 시신.“건드리지 마요.”내가 그의 팔을 잡아당겼다.카엘은 손등의 글자를 문질러 지우지도 않았다.“집행자를 바꾸면 됩니다.”원본 아델라인이 계약서를 펼쳤다.새 장례식 소유자라는 빈칸이 피처럼 벌어졌다.이름을 옮길 수 있는 대상은 넷뿐이었다.에드릭 벨리어드.리비아 모렌.카엘 루시안.원본 아델라인.에드릭은 원부 안에 갇혀 있었다.리비아를 다시 쓰면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원본을 쓰면 나눈 생명권 탓에 함께 죽는다.남은 사람은 카엘뿐이었다.“제 이름을 쓰십시오.”카엘이 펜을 들었다.나는 계약서를 그의 손에서 빼앗았다.“당신을 죽이고 살라는 뜻이잖아요.”“사망 예정자가 집행자를 먼저 죽이면 기록은 무효가 됩니다.”“그래서 제가 당신 심장을 찌르면 끝이라고요?”“당신은 삽니다.”“당신은요?”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침묵으로 사람을 설득하려는 태도가 몹시 싫었다.“당신 목숨까지 계산에 넣지 않은 선택은 거절할게요.”검은 독이 리비아의 쇄골 아래까지 올라왔다.계약서에 새로운 시간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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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남편이 둘이면 하나는 죽여야 해

카엘의 심장이 멎은 순간 장례 계약서가 내 피를 빨아들였다.사망자 카엘 루시안.매입 가능 시간, 10분.“사겠습니다.”내가 계약서를 움켜쥐자 문밖의 카엘이 검을 뽑았다.“매입할 수 없습니다.”그의 신분패에는 현직 황실 장례감찰관이라는 문장이 선명했다.내 품에 안긴 카엘의 패에서는 이름이 완전히 지워져 있었다.“죽은 쪽은 폐기된 대체체입니다.”“이 사람은 저를 살리고 죽었어요.”“황실의 명령을 수행했을 뿐입니다.”“명령받아서 자기 심장까지 내놓는 사람은 없어요.”나는 계약서의 뒷면을 펼쳤다.부활을 위해 매입자가 가져야 할 것은 사망자의 기억, 이름, 생명권 중 하나였다.기억을 사면 카엘은 깨어나도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이름을 사면 그는 더 이상 카엘로 살 수 없다.생명권을 사면 내 허락 없이는 숨조차 끊을 수 없다.리비아가 마지막 조항을 짚었다.“배우자는 세 가지를 보존할 수 있어요.”“대가는요?”“혼인이 유지되는 동안만 살아 있어요.”이혼도, 혼인 무효도 곧 두 번째 죽음이었다.살아 있는 카엘이 계약서에 취소 인장을 찍었다.폐기체는 가족관계를 맺을 수 없음.“당신이 정할 일이 아니에요.”“현재 카엘 루시안은 접니다.”“그럼 제가 사랑한 카엘도 당신인가요?”그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흔들렸다.“첫 만남에서 제가 무슨 말을 했죠?”“회수 대상은 질문할 권리가 없다고 했습니다.”정답이었다.두 카엘 모두 같은 기억을 가졌다.나는 질문을 바꿨다.“그날 제 손에 뭐가 묻어 있었죠?”살아 있는 카엘이 입을 다물었다.기록에는 남지 않은 일이었다.내 관에서 떨어진 흙을 그가 손수건으로 닦아냈고, 손수건을 돌려주지 않았다.죽은 카엘의 옷 안쪽을 뒤지자 낡은 천 조각이 나왔다.한쪽 모서리에는 내가 관 안에서 긁어 만든 세 줄의 흠집이 남아 있었다.“그것은 복제되지 않은 기억입니다.”마레나가 말했다.“대체체가 명령을 어기며 스스로 만든 기억은 원본에 돌아가지 않아.”나를 사람으로 본 쪽이 내가 살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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