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나는 죽었다. 남편에게 독살당했고, 내 유언장은 위조됐으며, 내 장례식은 그의 애첩에게 팔렸다. 에드릭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델라인의 재산과 이름, 마지막 숨까지 소유하려 한다. 그러나 관 속에서 깨어난 순간, 그녀는 알게 된다.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찾을 수 없다는 것을. 법은 그녀를 시신이라 부르고, 제국은 그녀의 죽음을 거래한다. 남편은 울며 거짓을 읽고, 애첩은 웃으며 장례식을 망친다. 이제 아델라인은 산 사람이 아니라 죽은 여자의 권리로 복수한다. 내 장례식은 끝나지 않았다.
View More수프 세 숟갈째, 혀끝의 감각이 꺼졌다.
나는 은수저를 내려놓고 맞은편의 남편을 바라봤다.
에드릭 벨리어드는 웃고 있었다.
그날 저녁, 그는 나를 죽이고 있었다.
벨리어드 저택 식당은 지나치게 조용했다.
창밖에는 저녁빛이 남아 있었지만 촛불은 벌써 낮게 잦아들었다.
하녀들은 진작 물러났다.
식탁에는 나와 에드릭, 그리고 흠잡을 데 없는 수프 한 그릇뿐이었다.
향도 온도도 알맞았다.
그래서 더 늦게 알아챘다.
지나치게 정갈한 음식일수록 감추려는 맛이 있는 법이었다.
“입에 안 맞아?”
“몸이 무거워서요.”
에드릭은 냅킨으로 내 입가를 닦아주었다.
손끝은 다정했고 눈빛은 계산적이었다.
다정한 남편, 병약한 아내, 조용한 저녁 식사.
남들이 보았다면 아름다운 부부라고 믿었을 것이다.
에드릭은 그런 그림을 만드는 데 능숙했다.
외출을 줄인 것도, 친정의 편지를 끊은 것도, 주치의를 바꾼 것도 전부 그였다.
방문 앞에 경비를 세운 날에는 내 손등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그 뒤로 친정 영지의 수익표는 그의 서재로 넘어갔고,
내 자선 기금 장부에는 벨리어드의 인장이 찍히기 시작했다.
“오늘은 왜 하녀가 없죠?”
“당신과 단둘이 있고 싶어서.”
“죽는 걸 지켜보려고요?”
촛불 하나가 흔들렸다.
에드릭의 미소가 사라졌다.
목 안쪽이 불에 덴 것처럼 타들어 갔다. 통증은 곧 무게로 변했다.
팔과 어깨, 눈꺼풀이 차례로 굳었다.
분명히 독이었다.
내 증상과 체질까지 계산해 고른 듯한 독.
이혼 서류의 봉인을 뜯으려고 숨겨둔 가느다란 금속침이 소매 안쪽을 찔렀다.
에드릭은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식탁 위에 펼쳤다.
내가 몰래 모아두었던 기록의 사본이었다.
벨리어드가의 전대 공작부인들.
병으로 죽은 여자들.
죽기 전 친정 재산이 사라진 여자들.
장례가 끝난 뒤에야 유언장이 발견된 여자들.
그리고 오늘, 그 명단 맨 아래에는 내 이름이 들어갈 예정이었다.
“이런 취미는 당신과 어울리지 않아.”
그가 종이를 촛불에 가져갔다.
여자들의 이름이 검게 오그라들며 사라졌다.
“제가 이혼 서류를 준비한 것도 알고 있었군요.”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대답이었다.
“그래서 죽이는 거예요?”
“공작부인의 입에서 그런 단어가 나오면 안 되지.”
“공작부인이기 전에 사람입니다.”
“당신은 내 아내야.”
사랑을 고백하는 말이 아니었다.
제자리를 벗어난 물건을 다시 밀어 넣는 말이었다.
손가락 끝이 굳어갔다.
반지를 빼려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관에 들어갈 때까지 빠지지 말라는 듯 살에 박혀 있었다.
“제가 떠나는 게 그렇게 무서웠어요?”
에드릭은 반지를 오래 매만졌다.
청혼하던 날처럼 조심스러웠다.
다만 이번에는 신부의 손이 아니라 수의를 정돈하는 손길 같았다.
“살아 있으면 떠날 수 있잖아.”
그가 말했다.
“죽으면 못 떠나.”
그는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내가 죽으면 자신이 원하는 아내가 완성된다고.
캐묻지 않고, 거절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는 아내.
“제 유언장은요?”
“걱정 마. 잘 정리했어.”
“누구 마음대로요?”
“남편 마음대로.”
그가 새 문서를 펼쳤다.
아래에는 내 서명이 있었다.
획의 굴곡과 떨림까지 정교했지만 내 손은 아니었다.
친정 영지의 관리권은 벨리어드 공작가에 귀속된다.
자선 기금은 에드릭 벨리어드의 이름으로 승계된다.
“제 이름을 지우겠다는 말이네요.”
“아름답게 남기겠다는 거야.”
그 순간 알았다.
그는 내 삶을 빼앗는 것보다 내 죽음을 예쁘게 꾸미는 데 더 몰두하고 있었다.
살아 있는 나는 성가셨다.
캐묻고, 따지고, 도망치려 했으니까.
죽은 나는 편했다.
웃지 않은 날도 웃었다고 쓸 수 있고, 싫어한 꽃도 사랑했다고 적을 수 있으니까.
“제 장례식도 준비했나요?”
에드릭의 손끝이 멈췄다.
정답이었다.
몸이 옆으로 기울자 그가 펼쳐둔 유언장이 내 손등 아래로 미끄러졌다.
나는 소매 안의 금속침을 빼내 공작가 인장의 오른쪽 모서리를 긁었다.
아주 작은 흠집이 생겼다.
가문의 정식 인장에는 없는 상처였다.
나중에 에드릭이 저 문서를 진짜 유언장이라고 내밀어도,
독살당하던 밤 그가 보여준 바로 그 문서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에드릭은 보지 못했다.
그는 내가 남긴 증거보다 내가 얼마나 얌전히 죽어가는지에 더 관심이 있었으니까.
바닥에 닿기 전 그가 나를 받아 안았다.
흐트러짐 하나 없는 시신을 만들려는 손길로.
“당신은 벨리어드의 공작부인이야.”
그가 귓가에 속삭였다.
“마지막까지 품위 있게.”
그때 식당 문이 소리 없이 열렸다.
바깥 공기가 먼저 들어왔다.
에드릭의 얼굴에서 표정이 지워졌다.
그의 어깨 너머로 검은 치맛단과 짙은 붉은 자수가 보였다.
리비아 모렌.
사교계가 남편의 애첩이라 부르는 여자였다.
“나가라고 했을 텐데.”
에드릭이 조용히 말했다.
“늦으셨어요, 공작님.”
리비아는 검은 밀랍 인장이 찍힌 문서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흐려지는 시야에도 내 이름은 선명했다.
아델라인 로엔베르크 벨리어드 공작부인 사후 장례 집행권 양도 계약서.
매수인, 리비아 모렌.
계약금 지급 완료.
잔금 지급 조건, 피장례인의 사망 선고.
계약서 가장자리의 붉은 글자가 촛불과 상관없이 한 번 번뜩였다.
“방금 공작부인의 장례식을 샀거든요.”
문서는 내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리비아는 아니었다.
그녀는 마치 내가 죽지 않을 것을 아는 사람처럼, 남은 숨을 세고 있었다.
[ 무명의 장례를 완료하려면 최초 소유자의 진명을 함께 매장해야 합니다. ]검은 장들이 루안의 몸을 감쌌다.종이는 살을 베지 않았다.그보다 깊은 곳에 박힌 이름을 끌어냈다.루안의 손목 위에서 두 글자가 희미해졌다.나는 붉은 장례 천을 붙잡았다.“중지해.”[ 장례가 중지되면 무명은 모든 진명을 다시 회수합니다. ]“그렇다고 루안을 묻을 수는 없어.”“묻으십시오.”루안이 내 손을 잡았다.검은 종이가 목까지 올라왔지만 그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처음부터 저것에게 속해 있던 이름이라면 돌려줘야 합니다.”“당신 이름이에요.”“아닙니다.”그가 손목에서 빠져나오는 글자를 바라봤다.“저것이 처음 훔쳐 기록한 루안이지, 제가 선택한 이름은 아닙니다.”나는 관 속에서 두 번째로 살아나던 순간을 떠올렸다.카엘이 관리자 진명을 지웠을 때, 나 역시 같은 이름을 새로 선택했다.글자는 같아도 주인은 달랐다.루안이 내 손바닥 안쪽을 새끼손가락으로 한 번 눌렀다.“당신이 물어봐 주십시오.”“무엇을요?”“제가 앞으로 불리고 싶은 이름을.”검은 장이 그의 입술 가까이 올라왔다.나는 두 손으로 그의 얼굴을 감쌌다.“당신 이름이 뭐예요?”루안이 웃었다.“루안입니다.”상위 원부가 크게 흔들렸다.[ 최초 진명과 동일한 문자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사용하는 게 아니야.”나는 장례 계약서 위에 그의 대답을 적었다.“이 사람이 지금 선택했어.”[ 자발적 진명 선택을 확인합니다. ][ 기존 진명과 신규 진명의 기원이 일치하지 않습니다. ]루안의 손목에서 오래된 이름이 완전히 빠져나왔다.검은 글자가 무명의 장례 천 안으로 끌려갔다.동시에 그의 맨살 위로 붉은 글자가 새겨졌다.[ 신규 진명: 루안. ][ 최초 등록일: 무명의 소유권을 거부한 날. ]검은 장들이 그의 몸에서 떨어졌다.[ 최초 소유자의 진명이 매장되었습니다. ][ 무명의 장례를 계속합니다. ]원부 속 얼굴들이 비명을 질렀다.[ 해당 진명은 반환될 수 없습니다.
“이걸 죽일 사람을 되살린 거예요.”상위 원부의 장들이 한꺼번에 벌어졌다.종이 사이에서 솟은 검은 손들이 광장에 남은 진명들을 움켜쥐었다.네이론의 손목에서 이름이 뜯겨 나갔다.테오란이 그의 팔을 붙잡았지만 이번에는 서로를 부르는 목소리조차 원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관리자 승계를 거부한 진명을 회수합니다. ][ 회수된 진명은 상위 원부의 생존 기록으로 전환됩니다. ]“서로의 손을 놓지 마요!”내가 외치자 서른 명이 다시 원을 만들었다.하지만 붉은 선은 이전처럼 이어지지 않았다.원부는 관계 기록부터 삼키고 있었다.누가 누구를 기억했는지.누구의 이름을 불렀는지.함께 살아남기로 한 순간까지 검은 장 위로 옮겨 적혔다.리비아가 장례 계약서를 펼쳤다.“저 존재에게도 장례를 열 수 있을까요?”[ 상위 원부는 사망 기록이 없습니다. ]“그럼 만들면 돼요.”나는 카엘의 장례 기록을 원부 위에 던졌다.카엘이 남긴 마지막 선택이 붉은 글자로 떠올랐다.[ 타인의 생존 기록을 복구함. ]“당신은 카엘의 죽음도 먹고 살아왔지.”원부 속 눈이 나를 바라봤다.[ 카엘 루시안은 본 원부가 생성한 사망 기록입니다. ]“생성했다고 소유한 건 아니야.”[ 모든 진명은 본 원부에서 시작됩니다. ]“거짓말.”루안이 원부의 표지를 칼로 꿰뚫었다.칼날이 종이를 찢었지만 피 대신 검은 글자가 흘러나왔다.수천 개의 이름이었다.태어나기도 전에 사망일이 정해진 자들.죽은 뒤 몸과 재산의 주인이 바뀐 자들.자기 이름으로 살지 못하고 기록 속에서 분할된 자들.그 이름들이 바닥을 기며 원래 주인을 찾았다.원부의 장들이 루안의 팔을 휘감았다.[ 최초 심박 소유자를 회수합니다. ]그의 가슴에 사라졌던 상처가 다시 벌어졌다.나는 검은 종이를 움켜쥐고 찢었다.손바닥이 베였지만 장은 끊어지지 않았다.“원부가 살아 있다면 진명이 있을 거예요.”리비아가 고개를 들었다.“그 이름을 찾으면 장례 대상으로 만들 수 있어요.”“어디에 숨겼지?”네이론이
카엘의 손이 두 문장 중 하나를 눌렀다.[ 아델라인 로엔베르크의 생존 기록을 복구한다. ]검은 글자가 붉게 타올랐다.나는 루안의 품 안으로 떨어졌다.사라지던 손끝에 온기가 돌아오고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뛰었다.쿵.루안의 팔이 내 허리를 힘껏 끌어안았다.“아델라인.”나는 그의 가슴에 손을 댔다.“여기 있어요.”“왜…….”카엘의 목소리가 들렸다.그는 자신이 선택한 문장을 믿지 못하는 얼굴로 손을 내려다봤다.관리자 인장이 손등에서 조각조각 떨어지고 있었다.“왜 내가 저 여자를 살렸지?”[ 최종 기록 수정이 완료되었습니다. ][ 카엘 루시안의 예정 사망은 유지됩니다. ][ 남은 시간: 00분 01초. ]리비아가 붉은 장례 인장을 움켜쥐었다.“장례를 종료하겠습니다.”카엘이 고개를 들었다.두려움은 없었다.다만 끝내 이해하지 못한 질문만 눈에 남아 있었다.“나는 살고 싶었어.”“알아요.”나는 그의 앞에 섰다.“그래서 마지막에는 남의 삶을 빼앗지 않은 거예요.”“동정하지 마.”“동정이 아니야.”카엘의 심장이 마지막으로 크게 뛰었다.“당신이 한 선택을 기록하는 거야.”루안이 카엘을 바라봤다.“처음 내 죽음을 가져갔던 것처럼.”카엘의 입술이 비틀렸다.“그때와 같다고 생각하나?”“이번에는 누구도 명령하지 않았다.”카엘은 상위 원부 위에 남은 두 문장을 바라봤다.자신의 죽음을 취소하는 문장.나를 되살리는 문장.그가 직접 선택한 흔적이었다.“결국 또 너를 살렸군.”루안이 대답하지 않았다.카엘의 시선이 내게 옮겨왔다.“내 장례식에 어떤 이름을 적을 거지?”“카엘 루시안.”“루안의 죽음이 아니라?”“당신이 직접 선택한 이름으로.”카엘은 한동안 나를 바라봤다.그러다 아주 천천히 눈을 감았다.[ 카엘 루시안의 심박이 정지했습니다. ]붉은 장례 천이 그의 몸을 덮었다.[ 예정 사망이 집행되었습니다. ][ 고인의 진명과 마지막 선택을 확정합니다. ][ 카엘 루시안. ][ 마지막 선택: 타인의 생존 기
“장례식 소유자 아델라인 로엔베르크의 생존 기록을 삭제해.”카엘의 열한 번째 권한이 내 이름을 꿰뚫었다.[ 명령을 실행합니다. ]심장이 멎었다.통증도 없이 몸 안의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사라졌다.루안이 나를 붙잡았지만 그의 목소리는 물속에서 들리는 것처럼 멀어졌다.“아델라인.”대답하려 해도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손등에 새겨진 붉은 장례 인장이 피부와 함께 희미해졌다.카엘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죽은 소유자는 장례를 끝낼 수 없지.”[ 아델라인 로엔베르크의 생존 기록이 삭제되었습니다. ]내 무릎이 꺾였다.루안이 바닥에 닿기 전 나를 끌어안았다.“돌려놔.”그가 카엘을 향해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나는 남은 힘으로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아직…… 끝나지 않았어요.”목소리가 나왔다.카엘이 굳었다.“생존 기록을 지웠는데 어떻게 말하지?”상위 원부가 붉게 흔들렸다.[ 아델라인 로엔베르크는 생존자로 확인되지 않습니다. ][ 그러나 진행 중인 장례 계약의 소유권은 소멸하지 않았습니다. ]“계약은 산 사람만 맺는 게 아니잖아.”나는 손등에 남은 인장을 원부 위에 눌렀다.살아 있는 사람의 권리가 아니었다.죽은 자의 마지막 뜻을 집행하는 권한이었다.“내가 죽었다면 더 확실해졌네요.”붉은 장례 천이 카엘의 몸을 다시 묶었다.[ 장례식 소유자의 사망이 확인되었습니다. ][ 미완료된 장례 절차를 우선 집행합니다. ]카엘이 관리자 인장을 내리쳤다.“중지해!”[ 열한 번째 수정 권한은 이미 사용되었습니다. ]그의 가슴 위 시간이 다시 움직였다.[ 00분 17초. ]나는 상위 원부에 남은 마지막 증언을 펼쳤다.[ 루안을 처음 죽인 사람은— ]카엘이 붉은 천을 찢으려 몸부림쳤다.“읽지 마.”“왜요?”“그 이름을 읽는 순간 네가 지켜온 모든 것이 거짓이 돼.”나는 마지막 줄을 눌렀다.검게 가려져 있던 글자가 한 획씩 나타났다.[ 루안을 처음 죽인 사람은 아델라인 로엔베르크다. ]루안의 팔이 굳었다.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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