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피츠로이 저택의 뒷바당은 낮 동안의 소란이 무색할 만큼 깊은 정적에 잠겨 있었다.멜버른 특유의 서늘한 밤공기가 가라앉을 무렵,나의 집사 캘런은 평소 입던 편안한 트레이닝복 대신 빳빳하게 각이 잡힌 남색 셔츠를 입고 마당을 서설였다.그의 손에는 작은 구급상자와 얼음주머니가 들려 있었다."기네스, 이 형님이 지금 오지랖을 부리고 있는 걸까?"캘런이 내 정수리를 슬쩍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묘생 5회차인 내가 보기에 ㄴ녀석의 상테는 아주 가관이었다.5분마다 손목시계를 확인하고,옆집 문이 열리는 기척이 없는지 귀를 쫑긋거리는 꼴이 영락없이첫 데이트를 앞둔 사춘기 소년 같았다.정형외과 의사로서 환자의 예후를 살핀다는 핑계는이미 녀석의 붉어진 귀 끝에서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였다.마침내 옆집 아델의 현관문이 열리고 그녀가 마당으로 걸어 나왔다.아델은 편안한 베이지색 가디건을 걸치고 있었지만,평소와 달리 갈색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내려 묘하게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두 인산의 시선이 공중에서 마주치자, 어제 트램 안에서의 숨 막히던 밀착의 기억이떠올랐는지 순간 분우기가 어색하게 얼어붙었다."늦어서 미안해요, 포스터 씨. 단원들 악보를 체크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뒤퐁 씨. 저도 방금 전에 나왔습니다."거짓말 마라, 인간아. 집사 너는 30분 전부터 마당 잔디를 밟으며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잖아.나는 한심하다는 듯 꼬리를 살랑이며 담벼락 위로 올라갔다.담벼락 구석에는 이미 블랑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하얗고 가녀린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오드아이 눈동자를 반짝이는 블랑의 모습에,나는 슬그머니 녀석의 옆으로 다가 가서 몸을 밀착시켰다.서늘한 밤공기 속에서 블랑의 몸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온기가 나의 검은 털 속으로 스며들었다."기네스 오빠, 우리 집사 손목 진찌 만이 부었다옹. 아까 낮에 피아노 치다가 아프다고 찡찡 거리더라고."블랑이 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나는 블랑의 하
Last Updated : 2026-07-10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