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안에 차곡차곡 쌓인 수십 통의 연애편지.옷장 깊숙이 숨겨 둔 몰래 찍은 사진첩 몇 권.책장 한편을 채운 몇 년 치 일기장까지. 모두 짝사랑에 관한 것이었고, 전부... 도경환이라는 남자와 이어져 있었다.원희연은 그것들을 상자에 담아 아래층으로 옮겼다. 망설임 없이 불을 붙이자 상자 속 추억이 한꺼번에 타올랐다.주황빛 불길이 흔들리던 때, 뒤에서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다.원희연이 무심코 고개를 들자, 번듯한 조종사 제복을 입은 도경환이 서 있었다.비행을 마치고 막 돌아온 모양이었다. 아래층에 있는 원희연을 발견한 도경환이 옅게 웃었다. “뭘 그렇게 태워?”도경환은 허리를 굽혀 아직 다 타지 않은 분홍색 봉투 하나를 주웠다.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연애편지? 연애편지도 써 봤어? 누구한테 쓴 건데?”원희연은 도경환을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도경환은 웃으며 편지를 불길 속에 던지고 원희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됐어. 그냥 놀려 본 거야. 순진하게 굴긴.”“난 여자친구 옛날 일엔 관심 없고, 캐물을 생각도 없으니까, 다 태웠으면 얼른 들어와. 밖은 춥잖아.”말을 마친 도경환은 더 머물지 않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도경환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원희연은 시선을 거뒀다.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신경 쓰지 않는 걸까, 애초에 관심조차 없는 걸까?’편지봉투에는 도경환의 이름이 또렷하게 적혀 있었다. 조금만 자세히 봤다면 알아챘을 것이다.그런데도 도경환은 편지를 불 속에 던졌다.원희연은 자신의 남자친구를 꼬박 10년 동안 짝사랑했다. 정작 도경환은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15살 때, 원희연은 뛰어난 성적으로 특별 전학 기회를 얻어 대도시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그 무렵의 원희연은 외모를 꾸밀 줄도 모르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수수하다 못해 전혀 눈에 띄지 않았고, 존재감도 희미했다.도경환은 같은 반 남학생이었다.그때의 도경환은 손에 닿을 수 없이 멀리 있는 달처럼 빛났다.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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