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연은 도경환이 끝없이 따라다니는 상황을 더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한 번은 확실히 말하고 선을 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부모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적당히 둘러댄 뒤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도경환 앞으로 걸어갔다. 원희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 다 해. 10분 줄게. 끝나면 돌아가고 앞으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첫 마디를 들은 도경환은 작은 희망이라도 잡았다고 생각했다.뒤의 말을 모두 듣고 나서야 손에 들어온 게 희망이 아니라 곧 툭 끊어질 실낱같은 끈이라는 걸 알았다.그게 무엇이든 지금은 놓치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싶었다.도경환은 조금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오래 준비한 말을 전부 꺼냈다.“희연아, 너 생일에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나한테 들으라고 한 말이라는 거 알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이제는 마음을 정했어. 너와 결혼하고 싶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고 나랑 가정을 꾸리는 거 어때?”예전의 원희연이라면 꿈에서라도 듣고 싶어 했을 말이었다.진실을 알기 전에는 도경환이 청혼하는 모습을 수없이 상상했다.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을지, 결혼 뒤에는 어떤 하루를 살게 될지도 머릿속에 그려 봤다.하지만 모두 오래전의 일이었다.도경환의 입에서 직접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들어도 원희연의 마음에는 작은 흔들림조차 없었다.고개를 들어 6층 집의 불이 켜지는 걸 바라보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원희연은 어느 때보다 분명히 알았다. 자신의 집은 오지 않을 내일에도, 멀리 떨어진 경복시에도 없었다.바라보면 닿을 수 있는 곳, 스스로 붙잡은 삶 안에 있었다.원희연은 고개를 저으며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싫어. 너와 결혼하고 싶지 않아. 너는 네가 좋아하는 사람도 따로 있었고, 내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집안이 있어.”“우린 처음부터 다른 세계에 살았어. 난 몇 년 동안 붙들었던 마음을 완전히 내려놨어. 너도 이제 나를 놔줘.”한마디 한마디가 도경환의 귀에 박히며 간신히 버티던 마음을 깊은 낭떠러지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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