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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설연
당황해 울먹이는 서라인의 목소리를 듣자 도경환의 표정이 무섭게 굳었다.

도경환은 황급히 액셀을 깊게 밟고 운전대를 거칠게 꺾어 차를 반대 방향으로 돌렸다.

미처 대비하지 못한 원희연은 차 문에 머리를 세게 부딪혔다.

튕겨 날아온 장식품이 이마를 스치며 5센티미터가량의 상처를 냈다.

피가 흘러내렸다.

원희연은 통증에 이마를 감싸 쥐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으로 도경환을 바라봤다.

도경환은 원희연이 다친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서라인과의 통화에만 정신이 팔렸었고 눈에는 분노가 들끓었지만,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서라인을 달랬다.

“무서워하지 마. 지금 어디야? 전화 끊지 말고 있어. 5분 안에 갈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원희연의 질문은 그 말에 모두 사라졌다.

원희연은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계속 피가 배어 나오는 상처를 눌러 지혈했다.

내비게이션은 연달아 과속 경고를 알렸지만 도경환은 무시했다.

가는 동안 교통신호를 일곱 번 넘게 위반했다.

계기판의 속도가 끝까지 치솟는 것을 보며 원희연은 안전벨트를 다시 단단히 조였다.

5분 뒤 차는 라운지 바 앞에 멈췄다.

도경환은 차 안에 원희연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듯 안전벨트를 풀어 던지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눈 깜짝할 사이 멀어지는 도경환의 뒷모습을 보던 원희연은 잠시 망설인 끝에 뒤따라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서자 로비의 탁자와 의자가 엉망으로 부서져 있었다.

원희연은 일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아챘다.

2층 룸에서 고성이 들렸다.

계단을 올라가자 서로 밀치고 있는 두 무리가 보였다.

룸 입구 쪽에는 막 도착한 도경환과 친구 네다섯 명이 서 있었다.

맞은편에 있는 사람은 원희연도 아는 인물이었다.

재벌가 모임에서 도경환과 늘 부딪히던 차남혁이었다.

도경환은 외모도 성격도 뛰어났고 어려서부터 모든 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연애사가 난잡하다는 흠은 있었지만 재벌가 자제들 가운데 방탕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기에, 여러 집안에서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후계자라는 평판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차남혁은 도경환과 정반대였다. 밤마다 놀러 다니고 사고를 치는 것으로 유명해 사교계에서도 골칫거리로 통했다.

차남혁은 도경환이 늘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이유로 사사건건 시비를 걸었다.

도경환이 상대조차 하지 않자 증오는 더 커졌다.

오늘 도경환이 아끼는 여자가 자신을 다치게 했으니 마침내 빌미를 잡은 셈이었다.

차남혁은 10명이 넘는 일행과 룸을 에워쌌다. 붕대를 감은 오른손에서는 여전히 피가 흘렀고, 그 눈에는 음산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도경환, CCTV에 똑똑히 찍혔어. 네가 그렇게 아끼는 여자가 먼저 나한테 손을 댔다고. 설마 사실을 뒤집어서 감싸 줄 생각이야?”

도경환은 차갑게 웃으며 서라인을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

“얼마를 원해? 금액만 말해.”

서라인을 보호하는 태도를 본 차남혁은 비웃음을 흘렸다. 도발적인 기색이 눈에 가득했다.

“이걸 돈으로 때우겠다고? 저 여자가 내 손을 망가뜨릴 뻔했어. 당연히 경찰서에 가야지. 재판받을 일이면 재판받고, 감옥에 갈 일이면 감옥에 가야 하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듣자 도경환과 친구들의 표정이 모두 달라졌다.

도경환의 관자놀이에 핏줄이 돋았다. 속에서 치미는 분노를 억누른 채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 정도 일로 끝까지 가야겠어? 여자 하나 몰아세워서 뭐가 남는데? 싸움을 걸고 싶으면 나한테 걸어.”

차남혁은 그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을 굴리던 차남혁은 부하에게 탁자 위 과도를 가져오라고 했다. 목소리에는 악의가 가득했다.

“좋아. 나도 어렵게 굴지 않지. 저 여자가 내 손을 망쳤으니 너도 손 하나를 내놔야 공평하지. 그러면 끝내 줄게.”

말이 끝나자 날카로운 과도가 문짝에 깊이 박혔다.

친구들은 황급히 도경환 앞을 막아섰고 차남혁을 향해 거칠게 소리쳤다.

“차남혁, 우리끼리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선 넘지 말고 적당히 해!”

하지만 오늘 일이 얼마나 심각한지 도경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

차남혁의 손이 다친 이상 지금 사태를 잠재워도 끝이 아니었다. 자신을 증오하는 차남혁은 언젠가 반드시 보복할 기회를 찾을 것이다.

도경환에게 직접 손을 댈 수 없다면 약점을 노릴 게 분명했다.

도경환의 약점은 서라인이었다.

서라인을 지킬 자신은 있었다. 그래도 모든 곳을 매번 지켜볼 수는 없었다. 앞으로 서라인이 위험해지는 걸 막으려면 오늘 여기서 완전히 끝내는 편이 나았다.

손익을 따져 본 도경환은 더 망설이지 않고 앞을 막은 사람들을 밀어냈다.

친구들은 놀라 달려들어 도경환의 팔을 붙잡고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말렸다.

“경환아, 미쳤어? 너 파일럿이야! 손을 못 쓰게 되면 경력도 끝난다고!”

“여자 하나가 네 손 하나를 잃을 정도의 가치가 있어?”

도경환은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차가운 눈으로 차남혁을 바라봤다.

“약속 지킬 거지?”

“당연하지.”

대답을 들은 도경환은 문에 박힌 칼을 뽑았다.

그 모습을 본 원희연의 심장이 목구멍까지 치솟는 것 같았다. 막기도 전에 도경환은 겁에 질려 울다 기절할 듯한 서라인을 품에 안고, 자기 옷으로 시야를 가려 준 뒤 낮은 목소리로 달랬다.

“무서워하지 마. 금방 끝나.”

도경환은 모두가 경악한 가운데 칼을 들어 거리낌없이 자신의 오른쪽 손바닥을 꿰뚫었다.

피가 세차게 솟구쳐 사방으로 튀었다. 보기만 해도 섬뜩한 광경이었다.

도경환은 종이처럼 창백해졌지만 이를 악물고 짧은 신음만 삼켰다.

품 안의 서라인이 놀랄까 두려워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도경환은 조금 떨어진 곳에서 새하얗게 질린 자신의 여자친구 원희연을 단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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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비와 함께 떠나는 나   제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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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비와 함께 떠나는 나   제2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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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비와 함께 떠나는 나   제21화

    밤 8시, 하늘에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공기에서는 비가 오기 전 특유의 흙먼지 냄새가 났다.눈 밑이 짙게 내려앉은 박지석은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경환아, 오후에 의사도 쉬어야 한다고 했잖아. 오늘 밤에는 비까지 온대. 호텔로 돌아갔다가 내일 희연이를 다시 만나러 오면 안 될까?”도경환의 시선은 줄곧 단지 입구에 고정돼 있었다. 쉰 목소리로 대답했다.“피곤하면 너 먼저 쉬어. 난 신경 쓰지 마. 알아서 할게.”‘이게 알아서 하는 사람의 모양인가?’박지석은 속으로 앓는 소리를 냈다.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옆 가게로 가서 음식과 우산을 사 오기로 했다.박지석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낯익은 승용차 한 대가 도경환의 시야에 나타났다.며칠 전 봤던 남자를 떠올리자 온몸의 신경이 팽팽하게 곤두섰다. 날 선 기운이 도경환 주위로 번졌다.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원희연이 차에서 내렸다.전날보다 훨씬 환하게 웃는 원희연의 입가를 보자 도경환은 가슴이 꽉 막혀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며칠 동안 눌러 두었던 고통이 무너질 듯 한계까지 차올랐다.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마침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던 원희연의 부모가 두 사람을 보고 반갑게 다가갔다.네 사람이 함께 웃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은 사정을 모르는 사람에게 단란한 가족처럼 보일 정도였다.원재환은 임정엽의 어깨를 두드리며 흐뭇하게 말했다.“정엽아, 아버지한테 들으니 바둑을 아주 잘 둔다면서? 언제 시간 나면 우리 집에 와서 나랑 몇 판 두자.”“아버님께서 불러 주셨으니 내일 저녁은 어떨까요? 낮에는 원희연 씨와 꽃시장에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데려다주고 아버님과 바둑도 두겠습니다.”두 사람이 다음 날에도 만난다는 말에 부모는 더 기뻐하며 연달아 좋다고 했다.한수원은 손뼉을 가볍게 치고 임정엽을 향해 웃었다.“이제 여러 번 만났는데 ‘원희연 씨’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잖아. 우리는 다 ‘희연’이라고 부르니 자네도 편하게 이름 불러.”임정엽의 눈이 밝아졌지만 자기

  • 봄비와 함께 떠나는 나   제20화

    두 번째 면접을 마치고 건물 아래로 내려왔을 때 도경환과 박지석이 보이지 않자 원희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서쪽으로 기운 해를 바라보며 밖에서 저녁을 먹을지 집에 갈지 고민하던 때, 핸드폰에서 알림음이 울렸다.[면접 끝났어요? 분위기는 어땠어요?]임정엽이 보낸 메시지였다.두 차례 면접 모두 분위기가 좋았던 걸 떠올린 원희연은 합격 가능성이 꽤 높다고 생각했다.곧이어 귀여운 강아지가 앞발로 ‘확인’을 표시하는 이모티콘을 보냈다.곧바로 답장이 왔다.[잘된 것 같으니 축하해야겠네요. 저녁은 제가 살게요.]원희연은 자신도 모르게 거절하려 했다.두 번째 면접은 임정엽이 추천해 준 자리였다. 거절하기도 미안해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요’를 지우고 ‘제가 사야죠’라고 고쳐 보냈다.[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요. 지금 어디예요? 제가 데리러 갈게요. 주소를 보내고 기다리는 동안 저녁 메뉴도 골라 주세요.]주소를 보낸 원희연은 맛집 앱을 열어 식당을 검색했다.청온시에 오래 살지 않아서 명절마다 친척들과 몇 군데를 가 본 게 전부였다. 당장 어디로 가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20분쯤 살펴본 끝에 무난한 스테이크 집을 선택했다.예약을 마치자 임정엽이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원희연은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 안전띠를 매고 예약한 스테이크 식당이 어딘지 알려줬다.임정엽은 바로 출발하지 않았다. 뒷좌석에서 작은 케이크 상자를 꺼내 원희연에게 건넸다. 표정에는 부드러운 웃음이 가득했다.“전에 이 집 케이크를 먹어 봤는데 정말 좋아했다고 했잖아요. 마침 근처를 지나서 하나 샀습니다. 예전 맛과 같은지 먹어 봐요.”무심코 한 말을 기억해 뒀을 줄 몰랐다. 원희연은 뜻밖의 배려에 놀라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했다.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배가 고팠지만 임정엽이 깔끔한 성격이라는 말을 떠올렸다.원희연은 상자를 열지 않고 무릎 위에 올려뒀다. 식당에 도착한 뒤 먹을 생각이었다.먹지 않는 모습을 본 임정엽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말투는 여전히 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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