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아빠, 엄마. 나... 고향에 내려가서 선도 보고, 결혼할 사람을 찾아보기로 결정했어. 이번 달 말에는 돌아갈게.” 이미 계절은 초봄에 접어들었지만, 공기 중에는 아직 겨울의 찬 기운이 남아 있었다. 원희연은 집 현관문을 열며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낮고 잔잔한 목소리가 촘촘히 내리는 빗소리에 섞여 희미하게 흩어졌다.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자, 수화기 너머로 부모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희연아, 엄마 아빠도 해가 갈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구나. 네가 하루라도 빨리 가정을 꾸렸으면 했는데...] [이제라도 마음을 정했다니 정말 다행이다. 돌아오면 미정 이모한테 부탁해서 괜찮은 사람 몇 명 만나 보게 자리 마련하마.] 벌써부터 맞선 자리를 알아보겠다는 말에 희연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정작 자기 입으로 결혼을 말하고도, 아직은 모든 것이 남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몇 마디 안부를 더 주고받은 뒤에 통화가 끝났다. 희연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한동안 아무도 없는 고요한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이내 방으로 들어간 그녀는 말 없이 자신의 물건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ดูเพิ่มเติม원희연과 임정엽의 결혼식은 10월 말의 어느 좋은 날로 잡혔다.도경환은 하루 먼저 청온시로 가서 호텔방에 혼자 앉은 채 밤을 지새웠다.다음 날 오전 열 시, 정장을 갖춰 입고 혼자 결혼식장으로 향했다.축의금을 받던 신부 측 사람은 도경환을 알아보지 못해 이름을 물었다.도경환은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고등학교 동창들이 함께 보내는 축의금이라고만 말하고 방명록에는 ‘고등학교 동창’이라고만 적어 달라고 했다.다섯 글자가 적히는 걸 확인한 도경환은 주머니에서 카드 한 장을 꺼냈다. 주변 사람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담담히 말했다.“비밀번호는... 희연이 압니다. 꼭 받아 달라고 전해주세요. 옛 동창들이 보내는 작은 마음입니다. 행복을 빈다고도 전해주십시오.”결혼식은 산 중턱에 자리한 호텔에서 열렸다. 예식장은 연핑크 장미로 가득했고 곳곳에서 밝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도경환은 빈자리가 있는 테이블을 골라 앉아 예식이 시작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정오가 되자 예식이 시작됐다.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은 원희연이 아버지 원재환의 팔을 잡고 힘찬 박수 속에 버진 로드에 입장했다.원재환은 딸의 손을 직접 임정엽에게 건넸다.도경환의 눈에도 행복으로 가득한 원희연의 표정이 보였다.원희연의 입가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조금 긴장했는지 곁에 선 신랑을 자주 바라봤다.임정엽은 원희연의 마음을 알아차릴 때마다 고개를 돌려 한없이 다정하게 웃어 줬다.두 사람은 조명 아래 나란히 서서 가장 가까운 가족과 친구들 앞에서 평생 손을 놓지 않고 함께 늙어 가겠다고 엄숙히 약속했다.반지를 교환하자 하객들은 신랑과 신부에게 입을 맞추라며 환호했다.임정엽이 원희연의 면사포를 들어 올릴 때 도경환은 자리에서 일어나 예식장을 조용히 나왔다.두 사람을 축하하느라 도경환이 떠나는 모습을 알아챈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호텔을 홀로 빠져나온 도경환은 굽이진 산길을 따라 더 위로 올라가 달라고 기사에게 말했다.늦가을이 되자 푸르던 산은 주황색과 붉은색, 짙은 노란
도경환은 친구의 권고를 듣지 않고 비를 맞으면서도 아래층에 남아 원희연이 마음 돌리기를 기다렸다.밤 12시가 되기도 전에 더 버티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박지석은 밤중에 도경환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검사한 의사는 상처 감염이 심하다며 서둘러 경복중앙병원으로 옮기라고 했다.박지석은 자신도 쓰러질 만큼 놀랐다. 떨리는 손으로 도경환의 가족에게 전화해 상황을 설명했다....새벽 3시, 고열이 떨어지지 않는 도경환은 경복시로 향하는 응급 항공편에 실렸다.다음 날 동이 트기 전 수술실로 들어갔다.수술을 시작한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의사가 다급하게 밖으로 나왔다.의사는 믿기 어려울 만큼 나쁜 소식을 전했다.“감염이 너무 심합니다. 지금 이 병원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생명을 지키려면 오른손을 절단해야 합니다.”“여건이 된다면 바로 유럽 의료진에게 옮겨 보십시오. 손을 보존할 가능성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어머니 채화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아버지 도수현도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가까스로 정신을 붙들었다. 곧바로 전용기를 준비하게 하고 유럽의 병원과 교수들에게 연달아 연락했다.그날 오후 도경환은 해외 병원으로 이송됐다.도수현도 함께 떠났다.사흘 동안 의료진이 사력을 다한 끝에 오른손은 절단하지 않을 수 있었다.하지만 신경이 모두 괴사해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었다.겉모양만 남았을 뿐 손의 기능은 잃은 셈이었다.가족은 이것을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비를 맞은 뒤 감염이 전신으로 퍼지는 패혈증으로 도경환은 수술이 끝난 뒤에도 중환자실에서 깨어나지 못했다.의사는 상태가 매우 위중하다고 했다. 의식을 되찾아도 수많은 합병증을 오랫동안 치료해야 했다.길고 힘겨운 치료가 기다리고 있었다.실제 경과도 의사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도경환은 수술 사흘 뒤 의식을 회복했지만 몸 곳곳에 이상이 생겼다. 매일 수많은 검사를 받고 여러 약을 먹으며 하루 종일 관찰을 받아야 했다.날짜는 그렇게 하루씩 흘러갔다.
도경환은 원희연의 말을 이해했다. 다만 이해하지 못한 척하고 싶었다.원희연이 이미 마음을 정리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계속 고개를 저었다. 표정에는 고통과 절망이 가득했다.“난 모르겠어. 희연아, 그런 말 하지 마. 제발...”원희연이 도경환에게서 이렇게 약하고 무너진 표정을 본 건 두 번째였다.처음은 진실을 알게 된 날이었다. 정신이 멍한 채 술에 취한 도경환을 부축해 집으로 돌아왔다.도경환은 원희연을 안고 밤새 서라인의 이름을 불렀다.동이 틀 무렵 도경환은 잠들었고 원희연의 마음도 완전히 죽었다.한 달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 돌이켜 보면 아주 먼 전생의 일처럼 느껴졌다.‘세월이 약’이라는 말은 틀리지 않았다.떼를 쓰듯 붙잡는 도경환을 앞에 두고도 원희연의 마음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차분히 시선을 내려 도경환의 오른손 상처를 바라본 뒤 조용히 말했다.“현실을 부정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생긴 상처를 없던 일로 만들 수도 없고, 내가 이제 너를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바꿀 수 없어.”“내가 정말 너를 좋아했던 8년을 생각해서라도 이제는 나를 찾아오지 마.”말을 마친 원희연은 대답조차 하지 못하는 도경환을 마지막으로 바라봤다. 붉어진 눈가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하지만 원희연은 그 눈물이 누구 때문에 흐르는지 궁금하지 않았다.가느다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원희연은 더 머물지 않고 단지 안으로 뛰어갔다. 그녀의 모습이 멀어질수록 빗줄기는 거세졌다.차가운 빗물이 도경환의 얼굴에 떨어져 뜨거운 눈물과 섞여 흘렀다. 옷과 상처까지 흠뻑 젖었다.상처에서는 다시 피가 떨어졌다.비는 밤새 그치지 않았다.잠에서 깬 원희연은 오늘 약속을 취소해야 하나 생각했지만 때맞춰 하늘이 맑아졌다.핸드폰을 집어 들자 임정엽이 이미 출발했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원희연은 서둘러 씻고 준비했다. 임정엽이 차를 세울 시간에 맞춰 가까스로 아래층에 내려갔다.비가 그친 뒤 공기는 상쾌했다. 아침 운동을 나온 어르신 몇 명이
원희연은 도경환이 끝없이 따라다니는 상황을 더 방치하고 싶지 않았다. 한 번은 확실히 말하고 선을 그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부모에게 먼저 올라가라고 적당히 둘러댄 뒤 뜨거운 시선을 받으며 도경환 앞으로 걸어갔다. 원희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지금 다 해. 10분 줄게. 끝나면 돌아가고 앞으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첫 마디를 들은 도경환은 작은 희망이라도 잡았다고 생각했다.뒤의 말을 모두 듣고 나서야 손에 들어온 게 희망이 아니라 곧 툭 끊어질 실낱같은 끈이라는 걸 알았다.그게 무엇이든 지금은 놓치지 않고 끝까지 붙잡고 싶었다.도경환은 조금도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오래 준비한 말을 전부 꺼냈다.“희연아, 너 생일에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잖아. 나한테 들으라고 한 말이라는 거 알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이제는 마음을 정했어. 너와 결혼하고 싶어.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고 나랑 가정을 꾸리는 거 어때?”예전의 원희연이라면 꿈에서라도 듣고 싶어 했을 말이었다.진실을 알기 전에는 도경환이 청혼하는 모습을 수없이 상상했다. 어떤 웨딩드레스를 입을지, 결혼 뒤에는 어떤 하루를 살게 될지도 머릿속에 그려 봤다.하지만 모두 오래전의 일이었다.도경환의 입에서 직접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들어도 원희연의 마음에는 작은 흔들림조차 없었다.고개를 들어 6층 집의 불이 켜지는 걸 바라보자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원희연은 어느 때보다 분명히 알았다. 자신의 집은 오지 않을 내일에도, 멀리 떨어진 경복시에도 없었다.바라보면 닿을 수 있는 곳, 스스로 붙잡은 삶 안에 있었다.원희연은 고개를 저으며 진심을 담아 대답했다.“싫어. 너와 결혼하고 싶지 않아. 너는 네가 좋아하는 사람도 따로 있었고, 내가 감히 넘볼 수도 없는 집안이 있어.”“우린 처음부터 다른 세계에 살았어. 난 몇 년 동안 붙들었던 마음을 완전히 내려놨어. 너도 이제 나를 놔줘.”한마디 한마디가 도경환의 귀에 박히며 간신히 버티던 마음을 깊은 낭떠러지 아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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