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북적의 동토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살점을 도려낼 듯 사정없이 뺨을 긁어댔다.강연우가 마차의 휘장을 걷어 올렸다.순간, 끝을 알 수 없는 창망한 설원이 그녀의 두 눈에 안겨왔다."아가씨, 곧 도착합니다."행렬을 수행하던 남량의 사신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북적의 왕 제갈환이 친히 백관을 거느리고 성문 밖까지 마중을 나와 대기하고 있사옵니다."이윽고 가마가 천천히 멈추어 섰다.강연우는 차가운 공기를 깊숙이 들이쉬고는, 면사포를 고쳐 썼다. 그러더니 시녀의 조심스러운 부축을 받으며 가마에서 천천히 내려섰다.쏴아아아.몰아치는 눈바람이 얼굴을 강타하자 그녀는 가늘게 눈을 떴다. 백 걸음쯤 떨어진 성문, 거대한 그림자 아래 새까맣게 무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그 중심에서 무리를 압도하며 서 있는 남자의 모습은 기이할 정도로 거대했다. 칠흑 같은 검은 늑대 모피를 걸친 자태는,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 뽑혀 있는 한 자루의 검과도 같았다.그자가 바로 북적의 왕 제갈환이었다.소문에 의하면 그는 천성이 포악하여, 제 뜻을 거역한 배반자의 살가죽을 제 손으로 직접 벗겨 성벽에 걸어두는 미치광이라고 했다.강연우는 짓눌리는 위압감 속에서도 척추를 바로 세운 채,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거리가 좁혀질수록 면사포 너머로 제갈환의 얼굴이 선명하게 윤곽을 드러냈다.날카로운 칼로 깎아지른 듯한 턱선, 굳게 다문 얇은 입술, 그리고 매처럼 잔혹하게 빛나는 눈빛.사내의 그 흉포한 눈동자가 강연우를 포착한 순간, 검은 눈동자가 기이할 정도로 급격하게 수축했다.강연우가 그 이질적인 파동에 미처 대처하기도 전이었다.제갈환은 이미 거대한 보폭으로 그녀의 앞까지 걸어오더니, 망설임 없이 바로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포를 단숨에 거두었다.스르륵."신첩, 북적의 주인을 알현하옵니다.""역시, 너였군."사내의 낮은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꼬마 벙어리."순간, 강연우는 움찔하고야 말았다.'이건...'그녀가 본능적으로 고개를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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