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의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윽고 목소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려왔다."태자 전하, 소신은... 도저히 못 하겠사옵니다. 연우 낭자께서는 전하와 함께 삼천 리 유배길을 버텨내시느라 이미 몸이 만신창이이옵니다. 여기서 심장의 피까지 뽑으신다면, 설령 깨어나신다 한들... 그 고통에 숨이 끊어지실 것이옵니다...""그만."서제겸의 목소리가 어의의 말을 가차 없이 끊었다.그의 눈빛은 얼음보다 차가웠다. 그 시선 하나에 방 안 공기까지 얼어붙는 듯했다."네가 못 하겠다면."그가 어의의 손에서 단검을 낚아챘다."내가 하면 될 일이다."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칼끝이 그대로 강연우의 심장을 향해 내리꽂혔다."윽..."침상 위, 다 꺼져가는 불씨 같던 여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으나 침소 안의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울컥, 선혈이 쏟아졌다. 서제겸이 그릇을 기울여 재빨리 피를 받아냈다.그릇이 가득 차자, 그는 뒤 한 번 돌아보지 않고 냉정하게 침전을 나섰다.어의 역시 비틀거리며 그 뒤를 쫓았다.쾅.무거운 문이 닫히고 멀어지는 발소리가 복도 끝으로 사라졌다.고요해진 침상 위에서, 강연우가 천천히 눈을 떴다.살이 찢기는 통증에 관자놀이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비명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그녀는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어 삼켰다.'아파. 너무 아파...'아무도 몰랐다. 그녀가 애초에 잠든 적이 없었다는 걸.반 시진 전, 서제겸이 손수 가져온 약탕. 그 한 모금을 삼키자마자 속이 뒤틀리는 위화감이 느껴져 그녀는 몰래 다 게워냈었다.'마비산...''나를 재워놓고 심장의 피를 뽑아, 모설희를 살리려 했던 거였어.'강연우는 떨리는 손을 들어 피가 뿜어져 나오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손가락 틈새로 붉은 피가 끊임없이 배어 나와 새하얀 옷을 붉게 물들였다.우습기 짝이 없었다.삼 년 전, 태자 서제겸이 황제의 노여움을 사 변방으로 유배당했을 때, 조정의 대신들은 앞다투어 그를 외면했었다. 왕손귀족들 역시 그를 독사 보듯 멀리했고, 죽마고우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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