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그 사람이 나한테 이럴 리 없어!”심예훈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마음이 그렇게 여린 사람이 어떻게 나에게 이토록 단호할 수 있을까?’어제 오전 임초이가 아무 설명 없이 내밀어 서명하게 한 서류가 무엇이었는지 떠올리는 것조차 두려웠다.심예훈은 끝까지 믿지 못한 채 임초이의 담당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모르셨습니까? 아내분께서 어제 오전 혼자 오셔서 임신중절수술을 받으셨어요.”심예훈의 눈이 붉게 충혈됐다. 쉰 목소리로 어렵게 물었다.“그럼 제 아내는... 뭐라고 한 말은 없었습니까?”“특별한 말씀은 없었어요. 수술 전에 아기가 아프냐고 한 번 물으셨습니다.”의사는 조금 망설이다 덧붙였다. “아내분께서 지난번 태아 심장이 멈춘 원인이 잘못 복용한 탕약 때문이라는 것도 모르고 계신 것 같습니다.”심예훈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입안에 피 맛이 가득 퍼졌다.옆에 서 있던 채영숙도 표정이 심하게 굳었다.“너는 대체 어떻게 된 여자를 아내로 들인 거야? 그 아이는 우리 집 핏줄인데 감히 제멋대로 없애?”“심예훈, 잘 들어. 임초이가 아이를 버렸으니 이제 은경이는...”말을 끝내기도 전에 채영숙은 증오로 번뜩이는 아들의 눈과 마주쳤다.“너... 엄마를 원망하는 거니?”“제가 어머니를 원망하면 안 됩니까?”심예훈은 어머니를 원망했고, 서은경을 증오했으며, 그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끔찍했다.채영숙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붉혔다.“네가 엄마를 미워할 자격이 어디 있어! 너는 내가 낳아서 키운 아들이고, 은경이 일도 네가 동의했잖아. 은경이 뱃속 아이를 건드리고 싶으면 먼저 나부터 인연 끊어야 할 거다. 나를 네 엄마로 생각하지 마라!”그 말을 남기고 채영숙은 돌아서 나갔다.심예훈은 한참 넋을 잃고 있다가 병원에 연락해 CCTV 영상을 확보하라고 지시했다.영상이 도착한 뒤에도 몇 분 동안 파일을 열지 못했다.재생 버튼을 누른 심예훈의 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영상에는 임초이도 있었고, 심예훈 자신도 있었다.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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