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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의 기다림 끝에

여섯 번의 기다림 끝에

作家:  사이다 독설完了
言語: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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概要

결혼

능력녀

편애/이기적인

가식적인

후회

“임초이 씨, 여섯 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겨우 찾아온 아이예요. 정말 포기하시겠어요? 남편분도 임신중절수술에 동의하셨고요?” “확실해요. 그 사람도 동의할 거예요.” 밤을 꼬박 새운 임초이의 목소리는 잠겨서 몹시 거칠었다. 하지만 의식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선명했다. “그럼 수술은 일주일 뒤로 잡아 드릴게요.” 일주일 뒤, 하필이면 임초이와 심예훈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래. 시작했던 날에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떠날 비행기표까지 예매한 뒤, 임초이는 천천히 제 아랫배를 쓸어내렸다. 아직 제대로 된 형체조차 갖추지 못한 작은 생명이... 그 안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지난 5년 동안, 임초이는 이 아이 하나만을 바라며 버텨 왔다. 여섯 번의 시험관 시술도, 끝없이 반복되는 기다림과 절망도 모두 이 순간을 위해 견뎠다. 그토록 간절히 바라던 소원이 마침내 이루어진 날. 자기 손이 그 아이를 놓게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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第1話

제1화

띵동-

핸드폰 화면에 보름째 내려가지 않는 인기 검색어 알림이 또 울렸다.

심예훈, 거액 들여 대저택 매입.

결혼 5주년 기념을 위해 직접 장미 정원 조성.

세상 사람들 앞에서 다시 한번, 심예훈이 오직 임초이만을 사랑한다고 떠들썩하게 알리는 기사였다.

하나같이 두 사람의 사랑을 부러워하는 댓글이 끝도 없이 달렸다.

[연상연하 커플은 오래 못 간다더니 누가 그래요? 심 대표 최고의 혼수는 사랑에 미친 마음인 듯. 아내가 여섯 살이나 연상인데도 3년이나 쫓아다녀서 겨우 결혼했다잖아요.]

[심 대표의 아내 사랑은 유명하죠. 2년 전 큰 지진이 났을 때 아내가 갇히니까 목숨도 안 아끼고 들어갔다가 온몸이 다친 채 구조됐는데, 오히려 놀란 아내부터 위로했다니까요. 뉴스 영상에서 보니까 아내를 끌어안고 울기까지 했어요.]

[작년엔 어떤 매체가 아내가 나이 많아서 아이도 못 낳는다고 비꼬았다가 심 대표한테 고소당해서 문 닫았잖아요. 아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지만 그 일로 자기 아내에게 상처 주는 건 절대 못 참는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고요.]

[...]

그 댓글을 읽던 임초이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누구도 임초이를 해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약속만큼은 심예훈이 확실히 지켰다.

다만 임초이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 칼을 쥔 사람이, 바로 심예훈이었다.

임신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때만 해도 임초이는 하루라도 빨리 심예훈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모르는 번호에서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첨부된 건 임산부 화보 사진이었다.

젊은 여자는 달콤하게 웃고 있었고, 심예훈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불룩 나온 배에 경건한 표정으로 입을 맞추고 있었다.

행복과 만족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임초이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여섯 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겨우 받아 든 초음파 사진이, 임초이의 지난 시간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

결혼식 날, 심예훈은 맹세했다.

평생 임초이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고.

그 평생은 고작 5년짜리였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심예훈도 이제 필요 없어.’

진심이 사라지고 남은 거짓말 속에서 이 아이를 태어나게 할 생각도 없었다.

방문이 열렸다.

새빨갛게 충혈된 임초이의 눈을 본 심예훈은 바로 당황한 기색을 드러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울지 마. 내가 다 해결해 줄게.”

옆에 놓인 초음파 사진을 흘끗 본 심예훈은 자세히 들여다보지도 않고 임초이를 품에 안았다.

“시험관 시술이 또 안 됐으면 그걸로 됐어. 우리한테 아이가 없어도 괜찮아. 나한텐 자기만 있으면 돼.”

“응? 이제 울지 마. 자기가 울면 내 마음이 아파.”

임초이는 울음보다 더 서글픈 미소를 지었다.

‘정말 가식적이네.’

‘밖에서 낳을 아이가 태어날 날만 기다리고 있으면서.’

심예훈은 임초이의 이상한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달랬다.

“일주일 뒤면 우리 결혼기념일이잖아. 당신 보라고 장미 정원도 만들었고 파란 불꽃놀이도 준비했어. 그날 꼭 같이 보자.”

“당신은 파란색 제일 좋아하잖아.”

임초이는 멍하니 심예훈을 바라보다가 웃었고,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심예훈은 잊은 모양이었다. 임초이는 파란색을 특별히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럼 나도 일주일 뒤에 당신에게 기념일 선물 하나 줄게.”

심예훈의 눈이 금세 반짝였다. 기뻐서 우는 줄 아는지, 임초이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

“기대된다. 우리 여보가 줄 서프라이즈 기다리고 있을게.”

임초이는 아무 말 없이 초음파 사진을 내려다봤다.

‘그때는 정말 내가 내밀 소식을 ‘서프라이즈’로 생각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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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화
띵동-핸드폰 화면에 보름째 내려가지 않는 인기 검색어 알림이 또 울렸다.심예훈, 거액 들여 대저택 매입. 결혼 5주년 기념을 위해 직접 장미 정원 조성.세상 사람들 앞에서 다시 한번, 심예훈이 오직 임초이만을 사랑한다고 떠들썩하게 알리는 기사였다.하나같이 두 사람의 사랑을 부러워하는 댓글이 끝도 없이 달렸다.[연상연하 커플은 오래 못 간다더니 누가 그래요? 심 대표 최고의 혼수는 사랑에 미친 마음인 듯. 아내가 여섯 살이나 연상인데도 3년이나 쫓아다녀서 겨우 결혼했다잖아요.][심 대표의 아내 사랑은 유명하죠. 2년 전 큰 지진이 났을 때 아내가 갇히니까 목숨도 안 아끼고 들어갔다가 온몸이 다친 채 구조됐는데, 오히려 놀란 아내부터 위로했다니까요. 뉴스 영상에서 보니까 아내를 끌어안고 울기까지 했어요.][작년엔 어떤 매체가 아내가 나이 많아서 아이도 못 낳는다고 비꼬았다가 심 대표한테 고소당해서 문 닫았잖아요. 아이가 있든 없든 상관없지만 그 일로 자기 아내에게 상처 주는 건 절대 못 참는다고 직접 말하기도 했고요.][...]그 댓글을 읽던 임초이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누구도 임초이를 해치지 못하게 하겠다는 약속만큼은 심예훈이 확실히 지켰다.다만 임초이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긴 칼을 쥔 사람이, 바로 심예훈이었다.임신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때만 해도 임초이는 하루라도 빨리 심예훈에게 이 기쁜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보다 먼저, 모르는 번호에서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첨부된 건 임산부 화보 사진이었다.젊은 여자는 달콤하게 웃고 있었고, 심예훈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불룩 나온 배에 경건한 표정으로 입을 맞추고 있었다. 행복과 만족이 가득한 표정이었다.임초이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여섯 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겨우 받아 든 초음파 사진이, 임초이의 지난 시간을 비웃는 것만 같았다.결혼식 날, 심예훈은 맹세했다.평생 임초이 한 사람만 사랑하겠다고.그 평생은 고작 5년짜리였던 모양이다.‘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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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다음 날 점심, 심예훈은 임초이를 데리고 본가로 갔다.시어머니 채영숙은 임초이를 탐탁해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결혼하던 날에도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을 정도였다.결혼 뒤 심예훈은 임초이와 곧바로 따로 살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어른들에게 인사드리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본가에 들렀다.“여보, 이따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해도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난 언제나 당신 편이야. 밥만 먹고 바로 가자.”심예훈은 임초이의 손을 꼭 잡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안쪽에서 채영숙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아이고, 아기 좀 봐. 손도 발도 어쩜 이렇게 예쁘니? 보기만 해도 마음이 다 녹는다.”임초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채영숙 옆에 앉은 여자는 임초이도 본 적이 있었다. 바로 그 임산부 화보 속 주인공이었다.“내 친구 딸이야. 서은경이라고 해.”“아기가 생겼는데 가족들이 다 외국에 있어서 내가 좀 챙겨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오늘 오전에도 같이 검진 다녀왔고.”채영숙은 서은경의 팔을 끼고 다가와 입체 초음파 사진을 심예훈에게 내밀었다. 눈빛에는 묘한 뜻이 담겨 있었다.“자, 한번 봐. 아기가 엄마 아빠 중 누구를 더 닮은 것 같아?”심예훈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낮아진 목소리에는 은근한 경고가 섞였다.“어머니, 쓸데없는 농담하지 마세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은경 씨는 오늘 처음 보는데요.”채영숙은 임초이를 한번 흘겨보더니 서은경을 앞으로 밀었다. “그럼 제대로 소개해 줄게. 서은경이야, 여기는 예훈 오빠야.”서은경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예훈 오빠.”심예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한 팔로 임초이를 감쌌다. “이쪽은 내 아내 임초이 씨.”“언니, 안녕하세요.”임초이의 심장은 바닥까지 싸늘하게 식었다. 몸 옆으로 늘어뜨린 손이 뜻대로 멈추지 않고 떨렸다.서은경에 관한 일을 본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임초이 하나뿐이었다.“왜 그래?” 심예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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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핸드폰 화면이 저절로 꺼졌다.심예훈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임초이를 끌어안아 등을 천천히 토닥였다.“응? 이제 울지 마. 자기가 울면 나도 마음 아파.”“내가 잘못했어. 괜히 여기 데려와서 이런 소리 듣게 했잖아. 어머니는 내 어머니지 당신 어머니가 아니야. 나 때문에 참아 줄 필요 없어.”“나를 때려도 되고 욕해도 돼. 당신 화만 풀리면 내가 뭐든 할게.”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심예훈은 임초이를 달랬다.임초이는 아예 눈을 감고 잠든 척했다.간간이 메시지 알림음이 들렸다. 돌아오는 길 후반에는 심예훈이 계속 누군가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집 앞에 도착하자 심예훈은 임초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여보, 회사에 급하게 처리할 일이 좀 생겼어. 집에서 기다리고 있어. 오늘은 일찍 들어올게.”임초이는 조용히 차에서 내렸다.심예훈이 떠난 뒤 임초이는 서은경의 친구 추가 요청을 받아들였다.곧바로 서은경의 SNS 피드를 봤다.맨 위에는 사진 두 장이 고정돼 있었다.첫 번째는 장미를 심고 있는 심예훈의 뒷모습이었다.두 번째는 끝없이 펼쳐진 파란 장미가 있는 ‘로즈가든’이었다.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란 장미를 이렇게 많이 심어 줬으니 이번 한 번은 용서해 줄게. 얼른 와서 날 달래 줘.]임초이의 가슴이 꽉 막혔다.파란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임초이가 아니라 서은경이었다.장미를 심은 것도 임초이를 위해 한 일이 아니었다.임초이는 택시를 잡아타고 곧장 그 집으로 향했다.도착하자마자 심예훈이 타는 검은색 고급 세단이 눈에 들어왔다.조금 떨어진 로즈가든 앞에 심예훈이 등을 보이고 서 있었다. 임초이가 여기에 온 줄은 전혀 모르는 듯했다.“내 와이프가 아이를 못 가지지만 않았어도 내가 너를 찾을 일은 없었어. 그 사람은 내가 꼭 지켜야 할 사람이야. 그런데 네가 내 와이프 앞에 나타나 놓고도 지금 이렇게 당당하게 섭섭한 내색을 해?”서은경은 눈물을 글썽였다. “그럼 오빠는 왜 나를 찾아왔는데요? 그냥 신경 쓰지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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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임초이의 병원 등록 정보에는 심예훈의 번호가 보호자 연락처로 등록돼 있었다. 진료와 처방 내역이 심예훈의 핸드폰에도 알림으로 전송된 것이다.“여보, 말 좀 해 봐. 나 진짜 당신 걱정돼 죽겠어.”임초이는 약 봉투를 심예훈에게 내밀었다.“의사가 약을 바꿔 보자고 했어. 다음 시험관 시술 성공률이 조금이라도 올라갈 수 있대.”“아무 일 없는 거지? 다행이다.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심예훈은 약 봉투를 열어 보지도 않고 거실 테이블 위에 툭 내려놓았다.임초이는 차갑게 웃었다.예전에는 임초이가 무슨 약을 먹든 심예훈이 하나하나 설명서를 꼼꼼히 읽어 봤다.혹시라도 먹는 약에 작은 부작용이라도 있을까 봐 늘 걱정했다.심예훈은 자신이 시험관 시술의 고통을 대신 겪어 줄 수는 없지만, 임초이가 자신 때문에 아파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지금 임초이는 임신중절수술에 필요한 약을 직접 심예훈의 손에 건넸다.그런데 심예훈은 그 약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공기에는 낯선 향수 냄새와 장미 향기가 뒤섞여 있었다. 임초이는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뒤이어 아랫배까지 아팠다.곧이어 괴로운 듯 배를 감싸 쥐었다.“생리 앞두고 몸이 차가워져서 그런가?” 심예훈이 몸을 숙여 다가오며 임초이의 배를 따뜻하게 감싸 주려 했다.임초이는 그 손을 거칠게 쳐 냈다.“몸에서 나는 냄새, 역겨워.”심예훈은 제 옷깃에 코를 대 보더니 웃었다.“장미 냄새 말하는 거지? 결혼 5주년 준비가 자꾸 마음에 걸려서 로즈가든에 하루에도 몇 번씩 들락거리거든. 제대로 준비 못 할까 봐 신경 쓰여서 그래. 바로 씻고 옷 갈아입을게.”오늘 심예훈은 분명 회사에 간다고 했다.임초이는 굳이 거짓말을 들춰낼 힘도 없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래.”심예훈이 욕실로 간 뒤 임초이는 조용히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지난 5년 동안 임초이의 인간관계는 거의 모두 심예훈의 주변 사람들로 채워졌다. 정작 임초이만의 친구는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았다.떠난다고 해서 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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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임초이는 늦게 잠든 만큼 늦게 눈을 떴다.방에서 나오자마자 심예훈이 마침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집에서 새우만두 사 왔어.”심예훈은 보물이라도 내미는 듯 포장된 새우만두를 품에서 꺼냈다. “식을까 봐 안고 왔어. 따뜻할 때 먹자.”예전에도 심예훈은 실수로 임초이를 화나게 할 때마다 이 집 새우만두를 사 와서 기분을 풀어주곤 했다.사실 임초이가 새우만두를 그렇게까지 좋아한 건 아니었다. 번번이 마음이 누그러져 용서했던 건 그저 심예훈을 사랑했기 때문이었다.‘오늘 이건 또 무슨 뜻일까?’‘다른 여자랑 밤새 뒹굴고 나니 나한테 미안하기라도 한 건가?’“그리고 내가 나갈 때 메시지 보냈는데 못 봤어? 언제 일어났어?”심예훈은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최근 며칠째 달라진 임초이의 모습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못 봤어. 방금 일어났어.”임초이는 젓가락을 들었다. 심예훈 때문에 자기 몸까지 굶길 생각은 없었다.아내의 표정에서 아무런 이상도 찾지 못한 심예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잠깐 일 좀 처리할게. 다 먹고 나면 같이 산책하자.”임초이는 식사하며 핸드폰을 켰다.서은경의 SNS에 새 게시물이 올라와 있었다.[진짜 너무 잘해 줘요. 새우만두 먹고 싶다고 한마디했더니 바로 나가서 포장해 왔어요.]함께 올라온 새우만두 사진은 임초이 앞에 놓인 것과 같은 가게의 제품이었다.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던 심예훈이 작게 웃었다.곧 서은경의 게시물 아래에 댓글 하나가 새로 달렸다.심예훈이 남긴 것이었다.[알면 됐어.]잠시 뒤 채영숙도 댓글을 남겼다.[잘해 주는 게 당연하지.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뭐든 말해. 우리 복둥이가 큰일을 해냈잖니? 자리만 차지하고 아이도 못 낳는 누구랑은 다르지.]그 댓글은 심예훈도 볼 수 있었다.임초이는 심예훈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심예훈은 눈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임초이는 피식 웃고 채영숙의 연락처와 SNS 계정을 전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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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미안해. 나 때려도 되고 욕해도 돼. 제발 울지만 마.”심예훈은 임초이를 품에 꽉 끌어안았다.“내가 헛소리했어. 진짜 죽을죄를 지었어.”임초이는 심예훈의 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계속 눈물을 흘렸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심예훈이 말실수한 게 아니었다. 이 모든 잘못의 이유를 임초이에게 돌리고 싶었다.그래야 자신의 외도를 납득할 만한 일로 만들 수 있을 테니까.심예훈은 한층 더 낮은 자세로 임초이를 달랬다.“어머니께는 내가 다시 제대로 말할게. 언젠가 어머니가 당신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면, 그때 다시 차단 풀지 고민해 줘.”임초이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웃었다.‘우리한테는 더 이상 ‘언젠가’도 없어.’그 뒤 이틀 동안 심예훈은 집에 머물며 임초이 곁을 지켰다.임초이가 거의 말을 받아 주지 않아도 직접 주방에 들어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만들어 가져왔다.하지만 서은경의 SNS에는 또 새로운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왔다.심예훈이 주문한 아기용품이 도착했다.서은경을 위해 최고급 산후조리원을 예약했다.그리고 따로 사람을 시켜 보낸 임산부 맞춤 식단까지.심예훈은 그 게시물마다 빠짐없이 ‘좋아요’를 눌렀다.밤이 되자 심예훈은 따뜻한 물을 받아 임초이의 발을 담가 주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처남이네. 큰 계약 하나 따냈다고 친구들 불러서 축하한다는데 우리도 같이 오라고 하나 봐.”심예훈이 스피커폰으로 전환하자 임상민의 목소리가 들렸다.[나... 누나 얼굴 본 지 진짜 오래됐어. 매형이랑 같이 와.]떠날 날까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에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보게 될지도 알 수 없었다.하나뿐인 동생의 부탁이라 임초이는 거절하지 못했다.“그래.”임상민은 친구들을 불러 부모님이 남긴 단독주택 마당에서 바비큐 파티를 열었다.임초이와 심예훈이 도착하자 임상민이 바로 달려 나왔다.“누나가 담배 냄새 싫어하는 거 알아서 애들 담배 다 치우라고 했어. 어때, 나 잘했지?”말이 끝나자마자 옆에 있던 친구들이 웃으며 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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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매형이 누나 마실 우유 데우러 갔어. 차가운 거 마시면 안 된다고. 아무리 처남인 내가 봐도 세상에 이런 매형이 어디 있냐?”“술도 아직 다 못 가져왔으니까 내가 가서 매형 좀 불러올게.”임초이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었다.대체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해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속일 수 있게 되는 걸까?더는 1초도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졸려. 나 먼저 갈게.”“그럼 매형한테 데려다 달라고 할까?”임초이는 임상민을 가만히 바라봤다. “됐어. 좋은 시간 보내는 사람 방해하고 싶지 않으니까.”임초이의 표정을 살피던 임상민은 괜히 뜨끔한 듯 시선을 피했다.“그럼 내가 택시 불러 줄게.”차에 타기 전, 임초이는 제 손으로 키운 동생을 마지막으로 오래 바라봤다.임상민의 시선이 불안하게 흔들렸다. “왜 그래, 누나?”임초이는 눈길을 거두고 아무 말 없이 차 문을 닫았다.집에 도착하자마자 심예훈에게서 전화가 왔다.[왜 말도 없이 먼저 갔어? 이렇게 늦었는데 혼자 가면 내가 어떻게 마음을 놓아?]그와 동시에 서은경의 메시지도 도착했다.[언니랑 예훈 오빠 처음 잔 곳도 이 침대였어요? 오빠가 언니는 너무 얌전해서 해 본 것도 몇 가지 없다고 하던데요?][그래서 이틀이나 언니 옆에 붙어 있으면서도 이렇게까지 참았나 봐요. 오늘은 정말 제 몸이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요.]결혼식 날 밤, 심예훈은 임초이가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걸 누구보다 먼저 알아챘다.심예훈은 신혼집을 나와 임초이를 익숙한 이 집으로 데려왔고, 임초이가 오래 지낸 방으로 함께 들어왔다.처음 몸을 나누던 밤, 심예훈은 힘겹게 참으면서도 끝까지 임초이의 감정을 먼저 살폈다.임초이에게 한없이 다정했고, 소중히 다뤘다.임초이가 울자 심예훈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자기야, 사랑해. 나랑 결혼한 걸 평생 후회하게 하지 않을게.”하지만 지금 임초이는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었다.전화기 너머에서 심예훈이 몇 번 더 조심스럽게 임초이를 불렀다.임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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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이혼합의서는 미리 마지막 장이 펼쳐져 있었다. 심예훈은 받아 들자마자 내용을 읽지도 않고 바로 서명했다.“내용 안 봐?”“시험관 시술 계획 조정하는 서류 아니야? 자기한테 좋은 방법이면 됐지. 난 언제나 당신 뜻대로 할게.”심예훈이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던 임초이는 결국 웃고 말았다. 끝까지 모든 행동이 임초이를 위하는 것처럼 말하는 심예훈이 우스웠다.임초이는 거실 테이블 위에 엿새 동안 놓여 있던 약을 집어 먹었다. 손으로 조심스럽게 배를 쓸자 목 안쪽이 뜨겁고 쓰라렸다.‘아가야, 미안해.’기회는 충분히 줬다. 그런데 심예훈은 단 한 번의 기회도 붙잡지 않았다.임초이는 짐을 모두 챙긴 뒤 혼자 병원으로 향했다.“임신 4주 차고, 심장박동도 확인됩니다. 발달 상태도 정상이에요. 정말 임신을 끝내시겠어요?”“네...”“너무 안타깝네요. 지난번에는 잘못 복용한 탕약 때문에 태아 심장이 멈췄고, 그 뒤로 그렇게 고생해서 겨우 임신하셨는데 또 수술하시면 다음에 아이를 갖기는 더 어려워질 수도 있어요.” 의사가 안타깝게 말했다.“지난번에 아이 심장이 멈춘 게... 잘못 먹은 탕약 때문이었다고요?”임초이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목이 바짝 말라붙은 것처럼 한 글자씩 겨우 물었다.의사는 미간을 좁혔다. “네. 남편분이 말씀 안 해 주셨어요?”‘그 사람도 알고 있었구나.’임초이의 귀 안쪽에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멈추지 않았다.첫 임신 때 채영숙은 일주일에 한 번씩 태아에게 좋다는 탕약을 보내왔다.너무 쓰고 떫어서 마시기 힘들었지만, 그때마다 심예훈이 옆에서 한 모금씩 달래 가며 먹였다.유도분만 이후 몸이 크게 상했고, 그 탓에 자연임신이 어려워져 시험관 시술을 시작해야 했다.임초이는 여태 태아 심장이 멈춘 일이 그저 불운한 사고였다고 믿었다.5년 동안 여섯 번의 시험관 시술, 다섯 번의 실패.심예훈은 임초이가 죄책감과 자책 속에서 끝없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모두 지켜봤다.아이를 잃은 건 임초이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진짜로 잘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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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임초이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에 심예훈도 답장을 남겼다.[여보, 나 금방 갈게. 자기가 준비한 서프라이즈가 뭔지 너무 궁금해.]하지만 창밖에서 불꽃이 터지기 시작할 때까지도 임초이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이 심예훈의 가슴을 짓눌렀다.심예훈이 임초이에게 전화를 걸려 하자 서은경이 핸드폰을 손으로 눌러 막았다.“오빠, 오늘 밤은 저랑 있겠다고 약속했잖아요.”“와이프를 혼자 둘 수 없어.”심예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머릿속에는 온통 임초이뿐이었다. 자신이 나타나지 않았으니 임초이가 얼마나 걱정하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결혼 5주년을 기념하는 불꽃놀이는 함께 봐야 비로소 완성되는 거라고 생각했다.“지금 가도 이미 늦었잖아요. 조금 더 늦는다고 달라질 게 있어요?”서은경은 잠옷의 리본 끈을 심예훈의 손가락에 감아 천천히 당겼다.얇은 잠옷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심예훈의 숨이 조금 거칠어졌지만 입으로는 말했다. “장난치지 마.”서은경은 심예훈 쪽으로 몸을 숙였다. “오빠 고생했다고 선물해 준다고 했잖아요. 정말 싫어요?”심예훈의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서은경은 유혹하듯 웃었다.심예훈은 서은경을 거칠게 품으로 끌어당긴 뒤 깊게 입을 맞췄다.옆에 아무렇게나 던져둔 핸드폰이 몇 번이나 울렸지만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두 시간이 지난 뒤, 심예훈은 옷을 갈아입고 차를 몰아 로즈가든으로 향했다.불꽃놀이는 이미 오래전에 끝났고, 로즈가든 밖에는 예쁘게 핀 장미를 더 구경하려는 사람 몇 명만 남아 있었다.심예훈은 입구 앞에서 일부러 옷매무새를 조금 흐트러뜨린 뒤 문을 열고 들어갔다.“여보, 미안해. 너무 늦었지? 당신이 어떻게 벌줘도 다 받을게...”하지만 안에는 정리를 하고 있는 직원들뿐이었다. 임초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제 와이프는 어디 있어요?”“심 대표님, 사모님은 오늘 오신 적이 없습니다.”심예훈의 표정이 굳었다. “무슨 소리예요? 제 와이프가 여길 안 왔을 리 없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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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임초이가 남긴 ‘서프라이즈’는 아기방에 있었다.그 방은 임초이가 첫 번째로 임신했을 때 심예훈과 함께 하나씩 직접 꾸민 곳이었다.아이를 잃은 뒤 임초이는 차마 그 방에 들어가지 못했고, 한동안 심예훈만 가끔 혼자 들어가곤 했다.그마저도 어느 때부터는 완전히 멈췄다.문을 열려는 심예훈의 손은 계속 떨렸다. 열쇠를 두 번이나 바닥에 떨어뜨렸다.겨우 문이 열렸다.심예훈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테이블 위의 봉투였다.급히 다가가던 심예훈은 테이블 위에 있던 수납 상자를 건드려 떨어뜨렸다.두꺼운 검사 결과지와 수백 개의 주사기가 쏟아져 바닥 곳곳으로 굴러갔다.몇 년 전부터 심예훈이 따로 모아 두었던 것들이었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었다.수납 상자 뚜껑에는 4년 전 심예훈이 직접 쓴 글이 남아 있었다.[심예훈, 꼭 기억해. 임초이가 겪는 모든 고통은 너와의 아이를 위해 견디는 거야. 그러니까 두 배, 세 배 더 잘해 줘. 평생 사랑해. 절대로 배신하지 마.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면 넌 임초이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글씨는 오래돼 흐릿해졌지만 문장 하나하나가 심예훈의 가슴에 깊게 박혔다. 불안은 더 커졌다.심예훈은 테이블 위의 봉투를 들어 조심스럽게 열었다.안에는 일주일 전 날짜가 찍힌 초음파 검사 결과지가 들어 있었다.임초이가 임신했다.심예훈의 눈이 빠르게 붉어졌다. 드디어 임초이가 말했던 서프라이즈가 무엇인지 알았다.‘그래서 그렇게 화가 난 거구나. 나한테 화가 나서 숨어 버린 거야.’심예훈은 얇은 초음파 결과지를 보물처럼 손에 받쳐 들고 한 글자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몇 번이고 읽었다.두 사람이 5년 동안 기다려 온 아이였다.심예훈은 다시 임초이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여전히 연결되지 않았다.메시지를 한 통씩 계속 보냈다.[여보, 어디 있어? 방금 서프라이즈 봤어. 당신한테 할 말이 너무 많아.][조금 전에는 처남이 다른 사람이랑 다툼이 생겨서 내가 처리하러 갔어. 괜히 당신까지 걱정할까 봐 미리 말 안 한 거야.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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