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점심, 심예훈은 임초이를 데리고 본가로 갔다.시어머니 채영숙은 임초이를 탐탁해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결혼하던 날에도 식장에 나타나지 않았을 정도였다.결혼 뒤 심예훈은 임초이와 곧바로 따로 살기 시작했고, 두 사람은 어른들에게 인사드리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본가에 들렀다.“여보, 이따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해도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난 언제나 당신 편이야. 밥만 먹고 바로 가자.”심예훈은 임초이의 손을 꼭 잡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안쪽에서 채영숙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아이고, 아기 좀 봐. 손도 발도 어쩜 이렇게 예쁘니? 보기만 해도 마음이 다 녹는다.”임초이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그 자리에 멈춰 섰다.채영숙 옆에 앉은 여자는 임초이도 본 적이 있었다. 바로 그 임산부 화보 속 주인공이었다.“내 친구 딸이야. 서은경이라고 해.”“아기가 생겼는데 가족들이 다 외국에 있어서 내가 좀 챙겨 달라는 부탁을 받았어. 오늘 오전에도 같이 검진 다녀왔고.”채영숙은 서은경의 팔을 끼고 다가와 입체 초음파 사진을 심예훈에게 내밀었다. 눈빛에는 묘한 뜻이 담겨 있었다.“자, 한번 봐. 아기가 엄마 아빠 중 누구를 더 닮은 것 같아?”심예훈의 눈에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낮아진 목소리에는 은근한 경고가 섞였다.“어머니, 쓸데없는 농담하지 마세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은경 씨는 오늘 처음 보는데요.”채영숙은 임초이를 한번 흘겨보더니 서은경을 앞으로 밀었다. “그럼 제대로 소개해 줄게. 서은경이야, 여기는 예훈 오빠야.”서은경의 볼이 발그레해졌다. “예훈 오빠.”심예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한 팔로 임초이를 감쌌다. “이쪽은 내 아내 임초이 씨.”“언니, 안녕하세요.”임초이의 심장은 바닥까지 싸늘하게 식었다. 몸 옆으로 늘어뜨린 손이 뜻대로 멈추지 않고 떨렸다.서은경에 관한 일을 본가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임초이 하나뿐이었다.“왜 그래?” 심예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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