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기 너머는 조용했다.심예훈은 더 조심스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잘못했어. 당신을 속이면 안 됐어. 서은경과는 이제 아무 관계도 없어. 그 아이도 세상에 나오지 못했어.”“여보,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줘. 나는 정말 당신 없이는 못 살아. 돌아오기만 하면 어떤 대가든 다 치를게.”끝까지 대답은 없었다.“여보, 제발 끊지...”심예훈의 목소리가 떨렸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통화가 끊어졌다.당황해 곧바로 다시 걸었지만 이미 번호가 차단된 뒤였다.끝없는 절망이 심예훈을 짓눌러 숨을 쉬는 것조차 힘들었다.마침 어머니 채영숙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어머니, 제발... 그 사람을 다시 찾아주실 수 있어요? 저 정말... 너무 보고 싶은데 그 사람이 제 전화를 안 받아요.”채영숙도 목이 메었다. 늘 자존심이 강했던 아들이었다. 정말 막다른 곳까지 몰리지 않았다면 어머니에게 이렇게까지 부탁할 사람이 아니었다.[이제 그만하면 안 되겠니? 엄마가 부탁할게. 이제 초이 찾는 걸 멈추고 돌아와서 네 삶을 살아. 지나간 일은 좀 내려놓자.]“못 놔요. 진짜 못 놔요.”한동안 두 사람 모두 말이 없었다.전화기 너머로 참지 못한 아들의 울음소리를 듣던 채영숙도 눈가가 붉어졌다.‘내가 처음부터 그런 짓만 하지 않았어도 얼마나 좋았을까?’그랬다면 심예훈과 임초이는 누구보다 행복했을 것이고, 첫 손주도 지금쯤이면 네 살이 됐을 것이다.[엄마가 계속 찾아볼게.]하지만 수많은 사람 속에서 한 사람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임초이는 일부러 발견되지 않으려고 피했다....또 한 달이 흘렀다.심예훈은 번번이 임초이와 엇갈렸고 몸 상태까지 계속 나빠져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임초이는 심예훈 관련 소식이 뜰 때마다 몇 번이나 ‘관심 없음’으로 설정한 끝에 더는 핸드폰에서 그 이름을 볼 일이 없어졌다.여행에만 집중하며 이태준과 함께 두 곳의 먼 지역을 더 돌아봤다.어느 날 밤, 다음 여행지로 떠나기 위해 짐을 정리하던 때 방문을 두드리는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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