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택은 한바탕 대소란이 일어났다. 피범벅으로 나의 옷을 입은 베가의 모습을 보고 쓰러진 영감과 그 영감 대신 상황을 지휘하던 막 복귀한 게일은 반나절 만에 일어난 온갖 일들을 처리하며 정신없었다. 그리고 얌전히 침대에 누워 나의 눈치를 보는 베가를 보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카인, 화 많이 났어?” “내가 화를 낼 입장인가?” “그럼, 그 표정은 뭐야.”상황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는지, 평소처럼 장난치며 슬쩍 넘어가려고 하지 않았다. “저번에… 브리튼 상점에서, ‘자몽’이라는 과일을 봤어. 그걸 사러 나갔던 거야.” “혼자서?” “… 날 피했잖아. 화해하려고.” “그게 뭔데, 너 혼자 나갔는데.”진이 빠져 대충 묻자, 베가는 입이 삐죽 나왔으면서도 작은 손으로 동그란 모양을 만들며 설명을 이어갔다. “금빛의 동그란 과일이야. 그런데 금빛의 껍질을 까면, 속살은 새빨갛지.” “무슨 그런 게 있어.” “진짜야!” “그래서, 그게 그렇게 맛있어서 혼자서 나갔다?” “아직 안 먹어 봤어! 너랑 같이 먹으려고 했단 말이야! 요즘 서먹하니까….”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러니까, 이런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왜 하필, 그 자몽인데?” “꼭 너와 나 같지 않아?” “뭐?” “금빛은 나인데, 안은 카인이야.”베가는 무슨 의미로 그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 말을 들은 순간, 교회에서의 모습이 떠올라 속이 역했다. 입을 틀어막자 베가는 의아한 표정을 하며 나의 뺨을 쓰다듬었다. 미적지근한 온기가 식은 뺨으로 전해지자
Terakhir Diperbarui : 2026-08-06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