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했어요! 알베르토!” “몸이 안 좋다면 언제든지 오세요.”소녀는 환하게 웃으며 젊은 의사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자, 소년은 심술이 잔뜩 붙은 얼굴로 ‘약을 줬을 뿐이잖아.’라고 읊조리며 소녀의 손을 잡아 내렸다. 돌아오는 길 내내 소녀의 손을 놓지 않는 소년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조용했고, 그 모습이 어색한지 소녀는 괜히 조잘거렸지만, 나 역시 그 어색한 몸짓과 말투에 대꾸해줄 기운이 없었다. 이 소녀를 만난 후부터 머릿속이 너덜너덜했다. “정말로 이런 칙칙한 분위기로 갈 거야? 집에 가는 건데, 조금 더 즐겁게 웃으면 좋잖아!”결국 소녀가 소년의 손을 뿌리치고는 투정 부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쉬이 넘어가지 않을 생각인지 소년은 눈을 번뜩이며 소녀에게 천천히 다가가 그 얇은 팔을 강하게 잡았다. 이번에는 소녀도 놀란 듯했다. “더 이상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마.” “카인,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먹고 싶었어! 전에도 그냥 배가 조금 아팠을 뿐이잖아!”소녀는 카인이 화난 이유가 ‘자몽’이라고 생각한 듯했다. 하지만 아마 그것으로 이렇게까지 서늘하게 가라앉은 건 아닐 것이다. 아마, ‘자몽’으로 불탄 소년의 불꽃에 내가 기름을 부어 넣은 게 원인이지 않을까 했지만, 일단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정말로 진이 빠졌다. 오죽하면 차라리 프란치스코였다면, 이 둘의 훨씬 잘 달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른세수하며 앞장서서 이 수풀을 걸어 익숙하게 저택으로 향하자, 소녀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고 소년의 팔에 붙들려 얌전히 돌아왔다. “저녁은 수프야.” “지겹게 먹었는데….” “시끄러워.”
Terakhir Diperbarui : 2026-08-16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