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화 : 핏빛 단두대와 최유라의 도살북한산 암반층 지하 50미터를 뚫고 내리치는 가을 장대비의 포효가 평창동 은빛 성전의 육중한 외벽을 사정없이 뒤흔들고 있었다.초고층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던 습한 장미 향 perfume과 차갑게 식어버린 위스키의 알코올 잔향, 그리고 복구된 지하 배전반의 구리 코일이 토해내는 매캐한 오존 냄새가 한데 엉켜, 성전 안에는 가슴을 압박하는 서늘하고 치명적인 오라가 사방에 피워 올라 있었다.높이 20미터를 호가하는 순은색 석조 기둥 표면을 따라 푸른빛 인과율 집속 회선들이 전압을 되찾고 눈부신 전류 파동을 사방에 흩뿌렸다.그 거대한 성전의 정중앙, 차가운 은빛 대리석 왕좌 위로 은설아가 우아하게 몸을 묻고 앉아 있었다.영등포 지하 사채 금고의 수기 원장이 모조리 타버리고 20조 원 규모의 자본잠식 마진콜 덫이 완벽하게 무력화된 순간, 설아의 망막 위로 시릴 정도로 투명한 황금빛 오버로드 시스템 연산창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전두엽을 후벼파던 초당 50억 번의 연산 오류 통증은 깔끔하게 지워져 있었고, 눈과 코, 입가에서 흘러내리던 붉은 선혈도 깨끗하게 멎어 있었다.그러나 순백의 샤넬 트위드 원피스 자락과 짙은 버건디색 실크 가운 가슴팍 위에는, 방금 전 사지에 몰렸을 때 쏟아냈던 검붉은 핏자국이 장미 꽃잎처럼 기괴하고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은설아의 백옥 같은 오른손에는, 아까 대형 크리스탈 거울을 사정없이 깨부수고 움켜쥐었던 날카롭고 긴 유리 칼날이 여전히 쥐여 있었다. 찢어진 손바닥 피부 사이로 흘러내린 피가 크리스탈 투명한 단면을 타고 뚝, 뚝 대리석 바닥 위로 떨어지며 차가운 핏방울 파동을 만들어냈다.위잉— 쿵!그때, 은빛 성전의 육중한 석조 정문이 기괴한 비명음과 함께 사정없이 열렸다."설아 씨……! 가지고 왔습니다……! 당신의 발밑에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9-05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