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 80조 원의 성좌와 복종의 서막북한산 골짜기를 가로지르는 푸르스름한 새벽안개는 평창동 은빛 성전의 높이 20미터 순은색 석조 기둥 마디마디를 타고 내리며 시리도록 투명한 광채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한때 은설아가 전 시댁 가문의 가부장적 폭력과 잔혹한 학대 아래 종처럼 기어 다니며 가평 그린 요양병원 402호 독방으로 끌려갔던 비극의 대저택 터. 1회차 인생의 처참했던 피눈물과 가침의 흔적이 짓밟혀 스러진 그 참혹한 잿더미 위로 들어선 거대한 성전은, 이제 전 세계 자본 정산 서버를 통째로 움켜쥔 세상을 압도하는 포식자의 왕좌로 군림하고 있었다.기둥 표면을 따라 촘촘히 얽힌 인과율 집속 회선들은 푸르스름한 전류 파동과 함께 서늘한 오존 냄새를 사방에 흩뿌렸고, 제단 상석 주변으로는 초고층 전용 가습기에서 피어오르는 습한 장미 향과 차갑게 식어버린 위스키의 알코올 잔향, 그리고 지하 배전반에서 피어오르던 비릿한 선혈의 잔향이 미세하게 얽혀 가슴을 턱 막히게 만드는 오싹하고 치명적인 밀도를 형성하고 있었다.그 거대한 성전의 정중앙, 차가운 은빛 대리석 왕좌 위로 은설아가 우아하게 몸을 묻고 앉아 있었다.순백의 샤넬 트위드 원피스 자락 위에 짙은 버건디색 실크 가운을 느슨하게 걸친 그녀의 자태는, 세상을 집어삼킨 절대적인 군주로서의 위엄과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을 동시에 내뿜고 있었다. 대한민국 정재계와 사법부 잔당, 월가 카르텔, 스위스 결제 연합, 그리고 무덤에서 기어 나왔던 최유라 카르텔과 차원의 신마저 모조리 사냥하고 77조 원이라는 전무후무한 자본의 제국을 그러쥔 여왕.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고여 있는 듯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완벽하게 띄우고 있었지만, 백옥 같은 피부 아래 흐르는 기류는 온 세상을 요리해 버린 최고위 포식자의 본형이었다.설아 씨…… 지하 배전반의 모든 사후 정리와 최유라 잔당들의 시체 청
Last Updated : 2026-08-2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