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 마지막 성배, 50조 원의 군주평창동 골짜기 산자락을 가득 메운 새벽안개는 밤새 불어온 차가운 바람을 타고 은빛 신단의 거대한 석조 구조물 사이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었다. 한때 은설아를 개처럼 학대하고 가평 그린 요양병원 독방으로 처박았던 전 시댁 가문의 대저택 터. 그 잔혹했던 폭력의 성채가 가루가 되어 스러진 잿더미 위로 세워진 거대한 제단은, 이제 태양빛을 받으면 시릴 정도로 번뜩이는 은빛의 위용을 온전히 드러내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높이 20미터의 은빛 석조 기둥들과 그 표면을 촘촘하게 타고 흐르는 인과율 집속 회선들이 기이한 주파수를 웅웅거리며 대지를 짓밟듯 서늘하게 안광을 뿜어내었다.그 거대한 은빛 신단의 중심부, 차가운 은빛 대리석으로 다듬어진 지상 제단 위로 순백의 모피 코트를 걸친 은설아가 우아하게 걸어 올라왔다.그녀의 하얀 실크 장갑 끝에는 차가운 새벽바람이 머물다 떠났다. 대한민국 정재계와 월가, 그리고 스위스 결제 연합의 40조 원을 그러쥐고 세상의 포식자들을 모조리 사냥해버린 최악의 지배자. 눈가에는 여전히 슬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듯한 가련하고 순결한 피해자의 가면을 완벽하게 쓰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 이면에서 웅웅거리며 회전하는 연산 회로는 이미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절대적인 악귀의 형상이었다.설아 씨, 평창동 신단 전체의 상부 골조 공사와 지상부 은빛 제단 타설이 대표님의 명령대로 단 한 줄의 오차도 없이 100퍼센트 완공되었습니다.대성 인베스트먼트 대표 백현재가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으며 길게 엎드렸다.검은 와이셔츠 단추가 풀어진 채 그의 억센 가슴팍에는 여전히 사직동 펜트하우스에서 설아의 손톱에 찍혔던 서늘한 핏자국이 잔상처럼 남아 있었고, 피로 얼룩진 넥타이는 바닥에 사정없이 내팽개쳐져 있었다. 백현재는 백옥처럼 매끄러운 설아의 구두등과 허벅지 자락에 제 뺨을 비벼대며,
Last Updated : 2026-08-19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