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하영이 한마디 내뱉을 때마다 하윤성의 얼굴은 더욱 창백해졌고, 온몸의 떨림은 더욱 심해졌다. “헌데 이제 와서...”서하영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순간, 그녀의 눈빛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하지만 그것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미련이 아니었다. 모든 것을 깨달은 뒤 찾아온 씁쓸함과, 너무 오랜 시간 버텨 온 끝에 남은 깊은 피로였다.“저를 연모한다고 하시는 겁니까?”그녀는 아주 옅게 웃었다. 그 미소는 너무 창백하고 허무해서, 금방이라도 바람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았다. “허나 제 사랑은 이미 당신이 몇 번이고 보여준 차가움과 의심, 버림과 상처 속에서 조금씩 닳아 없어졌습니다. 다 소진되었고... 완전히 죽어버렸습니다.”그녀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이곳의 모든 것, 그리고 눈앞의 이 사내까지도 그녀에게는 그저 숨 막히는 존재와도 같았다.“하영아!”하윤성은 다급히 앞으로 달려 들어온 힘을 다해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마치 의지할 곳 없는 아이처럼 소리 내어 울부짖었다.“가지 말거라! 한 번만 더 기회를 다오! 제발 한 번만! 맹세하마. 남은 생을 다 바쳐 너에게 잘하겠다. 네가 겪은 고통을 모두 갚아주겠다. 예전보다 천 배, 만 배 더 잘하겠다... 부탁이다, 하영아. 내가 부탁한다... 네가 없으면 나는 죽는다...”서하영은 몸부림치지 않았다. 그저 그가 붙잡은 채로 두었다.그녀의 시선은 저 멀리 아득한 하늘과 땅이 맞닿은 곳을 향했다. 목소리는 담담하기만 했지만, 그 안에는 단호한 결심이 담겨 있었다.“하윤성, 놓으십시오.”“싫다! 죽어도 놓지 않겠다!”하윤성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마치 손을 놓는 순간, 그녀가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그때였다.멀리서부터 한 사내의 호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영아, 네가 부탁한 상처약을 다 달여왔다. 서 의원께서 가져다드리라고 하셔서...”그러나 눈앞의 광경을 본 순간, 그의 목소리는 뚝 끊겼다.하윤성이 흠칫 고개를 들었다.핏발 선 눈이 날카로운 시
Ler ma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