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빈은 뭔가를 깨달은 듯 본능적으로 심영지의 말을 막으려고 했다.‘말하지 마.’그 한마디만 하면 됐지만, 떨리는 입술은 끝내 떨어지지 않았다.곧 심영지의 입에서 나올 말이 자신을 무너뜨릴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그럼에도 끝까지 듣고 싶었다.‘도대체 왜 날 떠난 거야?’심영지의 잔잔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지만, 그 부드러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처럼 부석빈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당신을 사랑하게 되는 건 정말 쉬웠어요. 능력도 뛰어나고, 누구보다 눈부신 사람이었으니까요.”“사업 감각도 남달랐고, 무심코 던진 조언 한마디에도 나는 늘 많은 걸 배웠어요.”잠시 말을 멈춘 심영지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하지만 당신을 사랑하는 건 정말 힘들었어요.”“7년 동안 나는 늘 당신 뒤만 쫓아다녔어요.”“당신과 나란히 서고 싶어서 당신이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나는 밤잠까지 줄여 가며 그 거리를 좁히려고 애썼어요.”“내 세상은 온통 당신뿐이었어요.”“나는 심영지가 아니라 부석빈 비서로만 살았어요. 내 취향도 내 삶도 내 모습도 모두 잃어버렸어요.”“당신 앞에서는 한 번도 진짜 내 모습으로 살아본 적이 없었어요.”심영지는 씁쓸하게 웃었다.“조금씩 지쳐 가던 순간들이 있었어요.”“당신이 자기 마음도 모른 채 나를 밀어냈다 다가왔다 하던 그때도 그랬고.”“친구들 앞에서 나를 사랑할 일은 없다고 말하던 그 순간도 그랬어요.”“그리고...”잠시 숨을 고른 심영지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당신이 날 버리던 그날.”“잘못은 진미령에게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약혼자라는 이유만으로 끝까지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죠.”“그리고 진미령과 약혼했고, 나는 수술실에서 우리 아이를 잃었죠.”심영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그때 이미 다 끝났어요.”“너무 지쳤고... 더는 당신을 사랑할 힘도 남아 있지 않았어요.”심영지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스쳤다.“지금은 정말 나를 사랑한다고 해도...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부석빈 씨는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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