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rt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버린 여자에게 다시 반했습니다

By:  오타쟁이Completed
Language: Korean
goodnovel4goodnovel
25Chapters
29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부석빈과 함께한 마지막 밤. 그는 평소와 달리 유난히 거칠었다. 심영지는 무심코 그의 손가락에 낀 반지를 만졌다. 며칠 전 들었던 소문이 떠올랐다. 부석빈이 XP그룹 아가씨와 정략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심영지가 멍해진 걸 눈치챈 부석빈은 고개를 숙여 숨 막힐 듯 긴 키스를 이어 갔다. 심영지가 홀린 듯 정신을 놓은 사이에, 카드 하나를 그녀의 속옷 안으로 밀어 넣었다. “나 다음 달에 결혼할 거니까, 우리 그만하자.” 심영지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심영지가 울지도 떼를 쓰지도 않자, 부석빈은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괜찮아?” 심영지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심영지가 상처받고 아파하던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두 사람을 아는 이들은 모두 알았다. 심영지가 부석빈을 미치도록 사랑했다는 것을. 심영지는 18살부터 그림자처럼 부석빈의 뒤를 쫓아다녔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BH그룹에 입사해서 그의 비서가 되었다. 낮에는 비서로 일했고, 밤에는 그의 욕망을 받아냈다. 이름도 정식 신분도 없이 그의 곁에서 7년을 버텼다. 처음엔 다들 심영지를 두고 분수도 모른다고 비웃었지만, 이제는 결혼 소식은 언제 들려주냐며 농담을 건넬 정도였다. 그 누구도 심영지가 부석빈이 다른 여자와 결혼하는 걸 지켜볼 거라고 믿지 않았다. 부석빈마저 믿지 않았다. 다만 그들은 알지 못했다. 일주일 전, 심영지가 이미 부모님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고향으로 돌아가 맞선을 보기로 했다는 것을...

View More

Chapter 1

제1화

أوليفيا بينيت

أوليفيا: هيا يا أمي، إذا لم نغلق المتجر الآن فلن نصل إلى المنزل في الوقت المناسب لنستعد لحفل تخرج مايك.

كلاريسا: اهدئي يا ابنتي، أنا قادمة حالًا، لقد انتهيت للتو من تقرير المبيعات.

أوليفيا: لا أعرف لماذا تطلب الجدة هذه التقارير دائمًا، وكأنها لا تثق بأبي، مع أنه ابنها.

كلاريسا: عزيزتي، جدتك كانت دائمًا هكذا، صارمة وتحب أن يكون كل شيء على طريقتها، لكنها في أعماقها تحبنا.

أوليفيا: نعم، لكن لا بد أن يكون ذلك في أعماق بعيدة جدًا.

جدتي هي كبيرة العائلة منذ وفاة جدي قبل عدة سنوات، وهي تدير متجر البقالة بقبضة من حديد. يعمل أبي مديرًا للمتجر، بينما تعمل أمي وأنا كبائعتين وعاملتي تنظيف ومسؤولتين عن ترتيب البضائع، وكل ما يلزم لإنجاز العمل.

وبالطبع لا أريد أن أقضي حياتي كلها هنا. أريد أن أدرس في الجامعة، وأسافر، وأكتشف أماكن جديدة. لكن والديّ يريدان مني البقاء في المتجر، وأن أتولى إدارته مستقبلًا مع أخي عندما يتقاعدان.

لطالما كنت الفتاة المطيعة والمثالية، لذلك حبست أحلامي وخططي في درج مغلق واتبعت رغباتهم. أما أخي فهو المتمرد في العائلة، وقد أصر على تحقيق ما يريده، فاضطر الجميع إلى قبول قراره. وفي الخريف سيغادر مايك ليلتحق بالجامعة بعدما حصل على منحة دراسية في برينستون.

أعترف أنني كنت أحسده على شجاعته. كان ينبغي أن أواجه والديّ وجدتي لأحقق حلمي في دراسة الهندسة المعمارية. الحقيقة أنني قُبلت في أربع جامعات مختلفة، كنت قد تقدمت إليها سرًا العام الماضي بعد تخرجي، لكنني لم أخبر أحدًا بذلك. الشخص الوحيد الذي يعلم هو مايك، بعدما وجد رسائل القبول مخبأة في درج غرفتي.

لقد غضب مني كثيرًا وقال إنني لا أستطيع الاستسلام لرغبات والدينا، وإن عليّ السعي وراء أحلامي. لكنني كنت جبانة، والآن سأقضي حياتي كلها في هذه البلدة النائية.

وصلنا إلى المنزل في اللحظة الأخيرة، فصعدنا الدرج مسرعتين لنستعد. أخذت حمامًا سريعًا، ثم توجهت إلى خزانتي وأخرجت فستاني الوحيد المناسب للمناسبات الرسمية، وهو نفسه الذي ارتديته في حفل تخرجي العام الماضي.

كان الفستان أحمر اللون ومفصلًا على جسدي دون مبالغة. أنا لا أحب لفت الأنظار، بل إنني خجولة جدًا. ارتديت صندلي الأسود المعتاد ذي الكعب المتوسط، وربطت شعري على شكل ذيل حصان بسيط، أما المكياج فاقتصرت على أحمر شفاه بلون طبيعي.

نزلت الدرج لأجد أبي ومايك بانتظارنا.

أوليفيا: أنا جاهزة.

مايك: نعم، لاحظنا ذلك... ما زلتِ ترتدين زي القبيحات المعتاد.

أوليفيا: واو! كانت ستؤذيني هذه الإهانة لو كنت أهتم برأيك.

أجبته بفتور.

توم: مايك، لا تتحدث مع أختك بهذه الطريقة.

وبخه أبي.

مايك: لا أقصد الإساءة، لكنني لم أرَ من قبل فتاة جميلة تبذل كل هذا الجهد لتبدو أقل جمالًا.

أوليفيا: أنا لا أفعل ذلك.

كلاريسا: بل تفعلين يا عزيزتي، وفي هذه النقطة عليّ أن أتفق مع أخيك.

أوليفيا: هل يمكنكم التوقف عن الحديث عن مظهري؟ أنا مرتاحة هكذا، ولننطلق، لقد تأخرنا.

توم: نعم، هيا بنا، لقد حان الوقت.

تقدم أبي وأمي إلى الخارج، وعندما هممت باتباعهما أمسك مايك بذراعي.

مايك: أنا جاد يا أختي الصغيرة. عليكِ أن تتوقفي عن إلغاء نفسك من أجل الآخرين. أعلم أنك تتصرفين هكذا لأنك لا تريدين أن تجذبي انتباهًا أكثر من صديقتك كاتي، فهي تحب أن تكون الأكثر شعبية، وأنت تريدين رؤيتها سعيدة.

إلى متى ستستمرين في التخلي عن أحلامك والتوقف عن أن تكوني نفسك لإرضاء الآخرين؟ الحياة واحدة، ويجب أن تُعاش بكل ما فيها، لا تنسي ذلك.

أوليفيا: واو يا مايك، متى نضج أخي الصغير إلى هذا الحد؟

مايك: لا تستخدمي هذه الحجة معي، أنا أصغر منك بعام واحد فقط. عمري ثمانية عشر عامًا وأنتِ بلغتِ التاسعة عشرة للتو.

توم: هيا أيها الأطفال، لقد تأخر الوقت.

خرجنا ونحن نضحك على مزاح بعضنا، وركبنا السيارة حيث كان أبي وأمي ينتظراننا.

رغم مشاحناتنا كأخ وأخت، فإن مايك وأنا كنا قريبين جدًا من بعضنا. كان يخبرني بكل شيء عن حياته، وأنا كذلك أخبره بكل شيء عن حياتي... رغم أن حياتي لم يكن فيها الكثير مما يُحكى.

كان مايك فتىً مشهورًا في المدرسة، قائد فريق كرة القدم، ومرتبطًا بعدة فتيات من قبل. أما أنا فكنت تلك الفتاة الغريبة، العذراء، التي لم تُقبّل أي شاب في حياتها.

وكان مايك دائمًا يقول إنني أتعمد إخفاء نفسي، ولهذا السبب أُبعد جميع الشبان عني.

توم: لقد وصلنا!

أخرجني صوت أبي المتحمس من أفكاري.

كلاريسا: آه، أنا متحمسة جدًا!

مايك: نعم، نرى ذلك، أنتما الاثنان على وشك القفز من الفرح في قاعة الاحتفال.

أوليفيا: دعهما يا مايك. إنهما فخوران بك، فليس كل يوم يتخرج ابنهما مع مرتبة الشرف، ويلقي خطاب الخريجين، ويحصل على منحة دراسية إلى برينستون.

كلاريسا: تقولين ذلك وكأنكِ لم تتخرجي أنتِ أيضًا كأفضل طالبة في المدرسة، ولولا أنكِ تنازلتِ عن منصب متحدثة الخريجين لصديقتك كاتي لكنتِ أنتِ من تقف على المنصة.

أوليفيا: أمي تعرف أنني أعاني من التحدث أمام الجمهور.

مايك: وبالمناسبة، ماذا حدث لكاتي؟

أوليفيا: إنها تعيش الآن في نيويورك وتدرس هناك.

كلاريسا: هيا نجلس، سيبدأ الحفل الآن.

جلسنا نحن الأربعة وبدأت مراسم التخرج. وفي الخارج دوى صوت رعد قوي معلنًا اقتراب العاصفة.

بالنسبة لي كان ذلك نذير شؤم، فأنا أخاف العواصف بشدة، فكيف إذا اضطررت إلى ركوب السيارة على الطريق أثناء أمطار غزيرة؟

لكنني نسيت قلقي مؤقتًا عندما صعد أخي إلى المنصة لإلقاء خطابه. امتلأ قلبي بالفخر وهو يأسر الجميع بكلماته المؤثرة وقدرته الرائعة على التواصل.

وبعد انتهاء الخطاب، ألقى جميع الخريجين قبعاتهم في الهواء معلنين نهاية الاحتفال وبداية حفل الاستقبال.

كلاريسا: عزيزي، يكفي، لقد شربت ثلاثة كؤوس من هذا المشروب. لا تنس أنك ستقود السيارة.

أوليفيا: لو سمح أبي لشخص آخر بقيادة السيارة، لاستطاع أن يشرب دون مشكلة.

توم: مستحيل! لا أحد يلمس صغيرتي.

في الخارج بدأت العاصفة تهطل بغزارة كما كان متوقعًا، وبدأ قلبي يخفق بقوة. كنت دائمًا أخاف العواصف.

بدأت أمي تتثاءب من النعاس، بينما كنت أقضم أظافري خوفًا من المطر.

توم: أعتقد أن الوقت قد حان للعودة إلى المنزل. كلاريسا بدأت تغفو، سأذهب لإحضار مايك.

أوليفيا: لا يا أبي، من الأفضل أن ننتظر حتى تخف الأمطار. قد يكون من الخطر القيادة في هذا الطقس، خاصة بعد أن شربت ثلاثة كؤوس.

توم: لا تقلقي يا ابنتي، أعرف هذه الطرق أكثر من أي شخص آخر. ثم إن أمك بدأت تنام فعلًا، وعليّ أن أستيقظ مبكرًا غدًا لاستقبال بعض موردي المتجر.

بعد كلمات أبي التزمت الصمت، لأنني كنت أعلم أنه عندما يتخذ قرارًا لا يستطيع أحد تغيير رأيه.

ذهب أبي لإحضار مايك، ثم عادا معًا استعدادًا للمغادرة.

أوليفيا: ظننت أنك ستبقى لفترة أطول وتعود مع أحد أصدقائك.

مايك: لا، لا حفلات بالنسبة لي الليلة. لا تنسي أن لديّ مباراتي الأخيرة غدًا، ونحن في النهائي. أريد أن أكون مرتاحًا لأضمن لقب هداف البطولة.

توم: هذا هو بطلي! هيا بنا.

توجهنا إلى موقف السيارات وركبنا السيارة. أدار أبي المحرك وانطلق وسط ذلك الطوفان من الأمطار.

كانت الرؤية شبه معدومة، لكن أبي لم يخفف سرعته. كانت الطرق زلقة، ومع كل انزلاق للسيارة كان قلبي يقفز من مكانه.

وفجأة ظهر شاحنة تسير بسرعة جنونية وقد فقد سائقها السيطرة عليها. أخذت تدور على الطريق متجهة نحونا مباشرة.

ارتبك أبي وحاول الانحراف لتجنبها، لكنه لم يكن سريعًا بما يكفي.

ومض ضوء ساطع أمام أعيننا...

وكان آخر ما رأيته هو أخي ينظر إليّ بذعر...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25 Chapters
제1화
부석빈을 처음 만난 건 심영지가 18살이 되던 해였다.어머니 나정아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 왔다.[영지야, 아빠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지금 응급실에서 수술 중이야.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빨리 병원으로 와.]심영지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앞뒤 가리지 않고 곧바로 뛰쳐나갔다가 그대로 부석빈의 차에 부딪히고 말았다.다행히 부석빈이 제때 브레이크를 밟아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툭툭 털고 일어난 그녀는 절뚝거리며 병원 쪽으로 달렸다.부석빈이 심영지를 붙잡았다. 자초지종을 묻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고, 이내 직접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원장이 직접 최고 의료진을 대동하고 수술실로 들어갔고, 기적처럼 아버지 심철민의 목숨을 구해 냈다.심영지는 나정아와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눈물이 맺힌 흐릿한 시야 너머로, 멀지 않은 곳에서 원장에게 조용하게 인사하는 부석빈의 모습이 보였다.원장을 부른 사람이 부석빈이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빛을 등진 채 서 있던 차가운 인상의 소년은, 그 순간 심영지의 세상에 나타난 구원자 같았다.처음에는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었다. 그래서 부석빈의 뒤를 쫓아다니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도왔다.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곧바로 BH그룹에 입사했고, 뜻밖의 하룻밤을 보낸 뒤 부석빈의 전담 비서가 되었다.감정은 서서히 변해갔고, 이따금 보여 주는 다정함에 품지 말아야 할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한 달 전, 부석빈의 태도가 갑작스럽게 차가워지기 전까지는.심영지는 불안감에 떨며 한참을 망설이다, 관계를 끝낸 어느 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대표님, 제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요?”부석빈의 서늘한 눈매가 굳어지더니, 한참 만에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좀 질려서.”심영지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얼음장 같은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났다.그날 부석빈은 해외 출장을 떠났다.전담 비서인 심영지를 빼놓고 출장을 간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다음 날, 진미령과의 정략결혼
Read more
제2화
심영지가 미처 이유를 묻기도 전에, 부석빈의 사무실 문이 열리면서 진미령이 걸어 나왔다.화려한 맞춤 드레스에 완벽한 화장. 재벌가 아가씨 특유의 기품이 흘러넘쳤다.마치 이 빌딩의 안주인이라도 된 듯 여유로운 태도였다.심영지는 그제야 동료들이 왜 그런 묘한 시선을 보냈는지 깨달았다.다들 심영지가 미래의 사모님이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까.그런데 하루아침에 부석빈이 약혼을 발표하면서, 심영지의 처지가 우스워진 것이다.오히려 진미령은 심영지를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척 다가왔다.얼굴에 화사한 미소를 띤 채, 손에 든 청첩장을 건네며 살갑게 말했다.“심 비서님, 안녕하세요. 다음 주에 저랑 석빈 씨 약혼식이 있어서요. 청첩장 드리려고 직접 왔어요.”“심 비서님이 석빈 씨 곁에 가장 오래 계셨잖아요. 꼭 오셔서 축하해 주셔야 해요.”심영지는 곧바로 흠잡을 데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두 손으로 청첩장을 받아 들었다.“두 분의 약혼을 축하드립니다.”진미령은 미소를 유지한 채 한 발짝 다가오더니, 두 사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본인이 부석빈의 아내가 될 줄 알았다면서? 꿈도 참 크게 꾸셨네.”“석빈 씨가 심 비서 데리고 기술 연습 좀 했나 봐. 그래야 결혼해서 날 기쁘게 해줄 테니까.”“우리 사이의 격차를 똑바로 봐. 서둘러 미련 버리는 게 좋을 거야.”얼굴의 미소는 바뀌지 않았고 태도도 다정했다. 남들이 보면 친근하게 귓속말을 나누는 걸로 착각할 만했다.심영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았지만, 가방끈을 쥔 손가락은 하얗게 질려 있었다.진미령의 행동이 이해는 갔다. 남편의 전 애인이 자기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걸 좋아할 여자는 없으니까.그럼에도 가슴 한구석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심영지는 입술을 깨물더니, 스스로 자세를 한껏 낮추며 대답했다.“걱정 마세요. 제 분수는 제가 잘 압니다.”진미령의 웃음기에 싸늘한 기운이 스쳤다.“그러길 바라요. 하지만 난 원래 남을 믿고 도박하는 성격이 아니라서.”곧 진미령이 심영지의 손
Read more
제3화
집에 돌아온 후, 심영지는 친구들에게 퇴사했다는 소식과 고향으로 내려간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그들은 다음 날 다 같이 밥을 먹기로 약속했다.심영지는 평생 부석빈을 다시 마주칠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 룸으로 향하던 중, 2층에서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하게 되었다.부석빈과 그의 친구가 난간에 기댄 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부석빈은 등을 돌린 채 손끝에 담배를 쥐고 있었고, 그 뒷모습은 왠지 쓸쓸해 보였다.심영지는 한 번 힐끗 보고는 고개를 숙인 채 못 본 척 걸음을 옮겼다.그러나 바람을 타고 부석빈과 친구의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그의 친구가 묻는 소리가 들렸다.“진짜 진미령이랑 결혼할 생각이야? 심 비서가 네 곁에 그토록 오래 있었는데, 난 네가 걔랑 결혼할 줄 알았어.”부석빈은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생각해 본 적 없어.”친구는 웃으면서 농담을 건넸다.“심 비서, 집안 형편만 빼면 외모도 뛰어나고 일도 잘하잖아. 너한테 그렇게 헌신적이었는데, 그렇게 오래 곁에 뒀는데 단 한 번도 흔들린 적도 없었어?”잠시 침묵한 뒤, 싸늘하고 무심한 부석빈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심영지의 귀에 꽂혔다.“내가 어떻게 장난감 따위한테 마음을 주겠어.”심영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면서 그대로 멍하니 굳어버렸다.길을 안내하던 종업원의 의아한 시선과 마주치고 나서야, 심영지는 주먹을 꽉 쥐면서 천천히 뒤를 따랐다.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었다. 친구들은 모두 대학 룸메이트였고, 그동안 심영지가 부석빈에게 어떤 마음이었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심영지가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소식에 기뻐하면서도 안타까워했고, 다 같이 부둥켜안고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왁자지껄하던 시간이 지나고, 친구들은 남편이나 남자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떠났다. 심영지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심영지가 가방끈을 꽉 쥐면서 막 자리를 뜨려던 순간,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심영지는 흠칫 놀랐다. 부석빈의 번호였다.전화
Read more
제4화
심영지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먼저 상처부터 치료할게요.”부석빈은 아무 말도 없었고 태도도 어딘가 이상했다. 심영지가 다가가자 짙은 술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제야 그가 정말로 취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 심영지가 더 이상 자신의 비서가 아니라는 사실조차 잊은 모양이었다.종업원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서둘러 레스토랑의 구급상자를 가져왔다.심영지는 오랜 시간 부석빈의 곁을 지키면서 온갖 돌발 상황에 대비해 응급처치도 배워둔 터라, 이런 일쯤은 이미 능숙했다.피투성이가 된 부석빈의 손바닥을 보자, 심영지는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조금 아플 거예요, 참아요.”“응.”심영지는 부석빈의 손바닥에 박힌 유리 파편을 조심스럽게 빼내고 약을 발랐다.그리고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자신도 모르게 상처에 입김을 호호 불어주었다.비스듬히 소파에 기대고 있던 부석빈은, 다정하게 치료에만 집중한 심영지의 옆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심영지는 꼼꼼하게 상처를 치료한 뒤, 붕대를 예쁘게 리본 모양으로 묶어서 마무리했다.그리고 웃으며 부석빈을 바라보았다.“대표님, 붕대 다 감았...”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다치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심영지의 턱을 잡은 부석빈이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남자의 키스는 뜨겁고 거칠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인 채 집요하게 그녀를 몰아붙였다.순간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심영지는 당황한 표정으로 부석빈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두 손으로 부석빈의 가슴을 짚고 거세게 밀쳐냈다.정작 심영지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여전히 당황한 눈빛으로 부석빈을 쳐다보며 외쳤다.“부석빈...”부석빈은 의자에 앉은 채 심영지를 내려다보면서,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영지야, 사실 떠나지 않아도 괜찮아...”심영지의 가슴은 순간 소리 없는 고통으로 옥죄어들었다.‘어제는 그렇게 매몰차게 쫓아내더니, 오늘은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고?’‘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장난감 취급했잖아?’심영
Read more
제5화
다음 날, 심영지가 잠에서 깨자마자 전 직장 동료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영지 씨 자리에서 목걸이를 주웠는데 이거 가져갈 거예요?]상대방은 사진도 한 장 같이 보냈다. 사진을 확인한 심영지는 흠칫 놀랐다. 재작년에 어머니가 생일 선물로 주신, 평소 가장 아끼던 목걸이였다.퇴사할 때 짐을 챙길 때 정신이 없어서 빠뜨린 모양이었다. 심영지는 곧바로 동료와 점심 약속을 잡았다.약속 장소에 일찍 도착한 심영지가 예전에 자주 가던 레스토랑에서 막 주문을 마쳤을 때였다.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진미령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늘 달고 다니던 가식적인 미소는 온데간데없이, 싸늘한 표정으로 곧장 심영지를 향해 씩씩거리며 다가왔다. 심영지는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당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미령이 다짜고짜 손을 치켜들더니 심영지의 뺨을 힘껏 내리쳤다. 짝-그리고는 일부러 사람들 다 들으라는 듯 목소리를 날카롭게 높였다.“이 천박한 년! 회사에서 쫓겨났으면 그만이지, 어디 감히 내 약혼자를 꼬셔!”레스토랑 안은 순식간에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사람들의 놀란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을 향했다. 뺨을 맞아 고개가 돌아간 심영지는 그제야 진미령이 어젯밤 일로 화풀이를 하러 왔다는 걸 깨달았다.뺨이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주위 사람들도 웅성거리며 수군대기 시작했다.“헐, 상간녀 잡는 거야? 대박.” “맞을 만했네. 멀쩡하게 생겨서 왜 남의 남자를 뺏어?” “저 사람 진미령 아가씨랑 심 비서 아니야? 심 비서가 부 대표랑 몇 년이나 놀아났다더니, 버림받고 약혼녀한테 얻어맞나 보네. 꼴좋다.” “불쌍할 게 뭐 있어? 주제 파악을 해야지. 진미령이 누군데, 감히 진씨 가문 아가씨 남자를 넘봐?”심영지는 모멸감에 온몸이 가늘게 떨렸다. 악의로 가득 찬 진미령의 시선을 마주하자, 입술을 꽉 깨문 심영지는 가방을 챙겨서 미련 없이 자리를 뜨려고 했다.하지만 진미령은 그녀를 순순히 놔줄 생각이 없었다. 오만한 얼굴로 길을 막아서며 차
Read more
제6화
얼음물이 정수리부터 옷 속까지 흘러내리면서 뼛속까지 오한이 들었다.젖은 머리카락이 얼굴에 덕지덕지 달라붙었고, 속옷이 비칠 만큼 흠뻑 젖은 모습은 처참했다.부석빈은 억울함에 눈물이 차오르면서도 꾹 참고 있는 심영지의 두 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미령이한테 사과해.”그래, 부석빈에게는 늘 그랬다.잘잘못 따위는 그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감싸고 싶은 사람만 지키면 그만이었다.옆에 섰던 진미령은 잠시 놀란 기색이다가 이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바뀌었다.그리고는 도발적인 눈빛으로 심영지의 사과를 기다렸다.멍하니 있던 심영지가 입을 뗐다.“사과 안 하겠다면요?”부석빈의 표정에 매정한 기운이 감돌았다.“내 약혼녀를 건드리고도 G시에서 무사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네 카드에 있는 돈, 단 한 푼도 못 가져갈 줄 알아.”심영지는 헛웃음을 터뜨렸다.‘다들 내가 돈 때문에 부석빈을 만났다고 생각했겠지.’‘이 화려한 도시를 놓지 못해 기를 쓰고 버틴다고 여겼겠지.’애초에 오직 부석빈 하나 때문에 이곳에 남았다는 사실은 누구도 몰랐다. 그리고 그깟 돈...심영지는 떨리는 손으로 가방을 열어, 예전에 부석빈이 준 카드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돈, 돌려줄게요.”“G시도 떠날 거예요.”“어차피 고향에 내려가서 맞선 볼 거니까.”‘맞선’이라는 말에 부석빈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심영지는 미련 없이 돌아서서 걸음을 옮겼다.하지만 곧 갑자기 눈앞이 까맣게 변하면서 그대로 바닥으로 쓰러졌다.귓가에 부석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심영지!”심영지가 다시 눈을 뜬 곳은 병실이었다.침대 곁에 앉은 부석빈이 차갑고 알 수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심영지가 깨어난 것을 확인하자, 부석빈은 말없이 검사 결과지 한 장을 툭 던졌다.심영지는 영문을 모른 채 종이를 집어 들었다가, 선명하게 찍힌 ‘임신 6주’라는 글을 보자 순식간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요 근래 통 입맛이 없고 생리도 미뤄지긴 했다.하지만 워낙 극
Read more
제7화
약혼식 내내 부석빈은 딴생각뿐이었다.모든 것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기쁨이나 만족감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견딜 수 없이 불편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이 스며들었다.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고, 머릿속에는 자꾸만 심영지의 창백한 얼굴이 아른거렸다.간신히 버티면서 연회가 끝나자, 진미령이 다가와 먼저 안기면서 그의 목에 두 팔을 감았다.약혼식이 순조롭게 끝난 탓에 기분이 한껏 들뜬 진미령은, 품에 기대어 애교를 부리며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팍을 야릇하게 쓸어내렸다.“석빈 씨, 오늘부터 당신은 온전히 내 거야. 내가 도장이 찍혔으니, 이제 아무도 못 뺏어가.”진미령의 향수 냄새를 맡은 순간, 부석빈은 본능적인 거부감이 일면서 당장이라도 밀어내고 싶었다.진미령의 향수는 너무 달고 끈적했다.거의 향수를 쓰지 않던 심영지와는 달랐다.심영지에게서는 은은한 체취가 맴돌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을 잊을 수 없게 만드는 향이었다.마치 심영지라는 사람처럼, 소리 없이 스며들어 어느새 익숙해지게 만드는 그런 향이었다.하지만 그는 애써 밀어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며 무심하게 웃어 보였다.“진미령인데, 누가 감히 뺏겠어.”진미령이 가볍게 소리 내어 웃었지만, 눈빛에는 싸늘한 기색이 스쳤다.당연히 심영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굳이 먼저 그 이름을 꺼내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는 않았다.진미령은 부석빈의 품에 바짝 파고들면서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석빈 씨, 우리 이제 정식으로 약혼도 했잖아. 나 사실 당신한테 다 줄 준비가 되어 있어. 우리 오늘 밤...”진미령은 그렇게 말하며 날렵하고 잘생긴 부석빈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부석빈이 심영지를 7년이나 곁에 두면서 어떤 밤들을 보냈을지, 그녀도 소문으로 많이 들었다.성인 남자가 아무런 욕망이 없을 리 없다고 믿었다.결심한 듯 눈빛을 반짝인 진미령이 갑자기 까치발을 들고 부석빈의 입술을 향해 다가갔다.하지만 진미령의 입술이 부석빈의 입술
Read more
제8화
경호원이 즉시 정중하게 보고했다.[수술은 이미 끝났습니다. 심영지 씨는 내내 협조적이었고, 수술도 순조롭게 잘 끝났습니다.]핸드폰을 움켜쥔 부석빈의 손에 핏기가 가실 만큼 힘이 들어갔다.한참을 침묵하던 부석빈이 억눌린 목소리로 입을 뗐다.“안 울었어?”말을 내뱉자마자, 부석빈은 미간을 구기면서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부석빈은 답답한 마음에 조수석 서랍을 뒤적여 수첩 몇 권을 꺼냈다.심영지가 봤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그녀가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내다 버린 바로 그 수첩들이었으니까.오만하고 차가운 부석빈이 쓰레기통을 뒤져서 물건을 주워 올 줄은 꿈에도 몰랐을 테니.다행히 쓰레기봉투를 갓 갈아 끼운 상태라 수첩은 더러워지지 않았다.부석빈은 수첩을 펼쳤다. 익숙한 글씨체를 보자 잠시 멍해졌다.수첩에는 심영지가 BH그룹에 입사한 후 관찰한 사소한 것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모든 내용이 오직 부석빈을 향해 있었다.[주의: 대표님은 심한 결벽증이 있음. 항상 소독용 물티슈 챙길 것.][대표님은 쓴 음식 질색함.][감귤 향이 나는... 콘돔을 좋아함.]가끔은 사소한 일화와 함께 그날의 기분과 주의할 점을 적어 두기도 했다.실수해서 혼났던 날의 기록 옆에는, 눈물을 흘리는 여자아이 그림이 앙증맞게 그려져 있었다.끄적여 놓은 그림을 보고 있자니 심영지의 억울해하던 얼굴이 고스란히 떠올랐다.입사 초기, 실수라도 할까 봐 전전긍긍하던 모습부터 지금의 완벽한 수석 비서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이 그의 머릿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심영지가 회사를 떠날 때 문틈으로 그를 훔쳐봤듯, 사실 부석빈도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케이크는 심영지가 보게 일부러 먹은 것이었다. 진미령을 돌려보낸 뒤, 부석빈은 뭔가에 홀린 듯 심영지가 머물렀던 자리로 가서 이 세 권의 수첩을 주워 왔다.수첩을 쥔 부석빈의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다음 순간, 수첩을 서랍에 쑤셔 넣은 부석빈은 곧장 차를 몰아서 병원으로 향했다.심영지가 보고 싶었다.롤스
Read more
제9화
부석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차갑게 쏘아붙였다.“당신들 누구죠? 심영지는 어디 있어요?”두 사람은 흠칫 놀랐다. 먼저 상황을 파악한 여자가 남편에게 귀띔했다.“원래 집주인 말하는 건가 봐.”남자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부석빈의 고급스러운 옷차림과 범상치 않은 기세에 눌린 남자가 깍듯하게 대답했다.“저희한테 집을 팔고 이사를 갔습니다. 고향에 내려가서 맞선 보고 결혼한다고 하던데요.”부석빈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거칠게 남자를 밀치고 곧장 아파트 안으로 뛰어들어갔다.그토록 익숙했던 공간은 이미 딴판으로 변해 있었다.심영지와 지난 몇 년간 함께 채워 넣었던 자잘한 물건들은 단 하나도 남김없이 치워져 있었다.큼직한 소파는 그대로였지만, 그 위에는 낯선 남녀의 짐이 널브러져 있었다.집안 어디를 둘러봐도 심영지와 함께했던 흔적은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향에 내려가 맞선을 본다는 말 따위는 당연히 믿지 않았다. 그저 집을 팔기 위한 핑계려니 했다.하지만 심영지가 이곳을 미련 없이 떠났다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부석빈이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집을 언제 팔았습니까?”“일주일 전요.”부석빈의 가슴 한쪽이 저릿했다. 일주일 전이면, 자신이 관계를 끝내자고 통보했던 바로 그날이었다.그날 심영지는 유난히 순종적이었다. 아무리 거칠게 몰아붙여도 끝까지 받아냈다.한계에 달했을 때만 가끔 눈시울을 붉히며 애원했을 뿐이다.물론 그 모습을 본 부석빈은 더 지독하게 괴롭히기만 했다.그만 만나자는 통보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마치 언젠가 이 순간이 올 줄 알았다는 듯 순순히 받아들였다.알고 보니, 그때 이미 곁을 떠나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던 것이다.부석빈은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이 뭔지 설명할 수가 없었다.심영지를 잘라내기로 결심했을 때, 질척거리면서 매달릴까 봐 내심 걱정했었다.심영지가 자신에게 얼마나 미쳐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니, 이렇게 쉽게 포기할 거라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그토록 순순히 물
Read more
제10화
심영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하준호를 바라봤다. ‘세상에 이렇게 기막힌 우연이 있을 줄이야.’심영지의 고향인 Z시는 G시에서 비행기로 두 시간 거리였다.심영지가 G시에서 대학에 다닐 때였다. 아버지 심철민은 업무차 G시에 오게 되자, 어머니 나정아와 함께 딸을 보러 오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다.수술을 무사히 마친 뒤 G시에서 잠시 요양하던 심철민은 Z시로 돌아갔다. 부부는 이후 줄곧 고향에서 지냈다.두 사람은 딸이 BH그룹에서 부석빈의 비서로 일한다는 건 알았지만, 부석빈과의 은밀한 관계까지는 몰랐다.부부는 생명의 은인인 부석빈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었다. 고향 특산물을 보낼 때면 항상 부석빈의 몫까지 챙겨주라고 당부했다.심지어 심영지를 위한 부적을 구할 때도 부석빈의 것까지 챙겨 올 정도였다.심영지도 어느덧 결혼할 나이가 되자, 두 사람은 딸에게 고향으로 내려와 맞선을 보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심영지는 건성으로 알겠다고만 했을 뿐, 맞선 상대가 누구인지는 귀담아듣지 않았었다.놀라움과 민망함이 뒤섞인 심영지의 표정을 본 하준호가 먼저 입을 열었다.“저희 아버지랑 교수님이 예전에 같은 직장이었어요. 집도 바로 옆집이었고요. 아버지가 G시로 발령이 나면서 이사하긴 했지만요.”“어릴 때 우리 맨날 같이 놀았는데, 다 잊었어요?”하준호는 어릴 적 자주 하던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해 보였다.흐릿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면서, 잊고 있던 옛 기억들이 한꺼번에 눈앞에 밀려왔다.심영지는 그제야 무릎을 쳤다.“아! 맨날 반찬 투정하던 준호 오빠!”하준호가 피식 웃었다.“맞아.”심영지는 저도 모르게 그를 찬찬히 뜯어보았다.하준호는 어릴 적 동네에서 유별난 편식쟁이로 유명했다.지금은 훤칠하고 다부진 체격에 다정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잘생긴 얼굴에는 여전히 어릴 적 장난기 어린 모습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하준호는 눈가에 옅은 미소를 띤 채 말없이 그녀를 바라봤다.어릴 적 소꿉친구라는 사실을 확인하자, 두 사람 사이의 어색했던 공기는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