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영지는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먼저 상처부터 치료할게요.”부석빈은 아무 말도 없었고 태도도 어딘가 이상했다. 심영지가 다가가자 짙은 술 냄새가 훅 끼쳐왔다. 그제야 그가 정말로 취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아마 심영지가 더 이상 자신의 비서가 아니라는 사실조차 잊은 모양이었다.종업원은 구세주라도 만난 듯, 서둘러 레스토랑의 구급상자를 가져왔다.심영지는 오랜 시간 부석빈의 곁을 지키면서 온갖 돌발 상황에 대비해 응급처치도 배워둔 터라, 이런 일쯤은 이미 능숙했다.피투성이가 된 부석빈의 손바닥을 보자, 심영지는 무심코 미간을 찌푸렸다.“조금 아플 거예요, 참아요.”“응.”심영지는 부석빈의 손바닥에 박힌 유리 파편을 조심스럽게 빼내고 약을 발랐다.그리고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자신도 모르게 상처에 입김을 호호 불어주었다.비스듬히 소파에 기대고 있던 부석빈은, 다정하게 치료에만 집중한 심영지의 옆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심영지는 꼼꼼하게 상처를 치료한 뒤, 붕대를 예쁘게 리본 모양으로 묶어서 마무리했다.그리고 웃으며 부석빈을 바라보았다.“대표님, 붕대 다 감았...”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다치지 않은 반대쪽 손으로 심영지의 턱을 잡은 부석빈이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남자의 키스는 뜨겁고 거칠었다.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섞인 채 집요하게 그녀를 몰아붙였다.순간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심영지는 당황한 표정으로 부석빈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두 손으로 부석빈의 가슴을 짚고 거세게 밀쳐냈다.정작 심영지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주저앉았지만, 여전히 당황한 눈빛으로 부석빈을 쳐다보며 외쳤다.“부석빈...”부석빈은 의자에 앉은 채 심영지를 내려다보면서, 잔뜩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영지야, 사실 떠나지 않아도 괜찮아...”심영지의 가슴은 순간 소리 없는 고통으로 옥죄어들었다.‘어제는 그렇게 매몰차게 쫓아내더니, 오늘은 떠나지 않아도 괜찮다고?’‘불과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장난감 취급했잖아?’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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