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제 목숨 귀한 줄 모르는 여자였다.잠시 뒤, 일행은 모두 전청으로 자리를 옮겼다.노부인은 자리에 앉자마자 칼날처럼 매서운 시선을 정은소에게 내리꽂았다.“무릎을 꿇어라.”정은소의 몸이 흠칫 떨렸다. 한 손으로 불러온 배를 받치며 천천히 무릎을 굽히려던 순간, 뱃속의 아이가 세차게 움직였다. 갑작스러운 통증에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할머니.”고명원이 다급히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정 낭자는 지금 무릎을 꿇을 수 있는 몸이 아닙니다. 며칠 전에도 정신을 잃었고, 이제야 겨우 태기가 안정되었는데 또 이처럼 무리하게 하면 자칫…….”“자칫 어찌 된다는 것이냐?”노부인이 싸늘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내가 아직 너를 나무라지도 않았는데, 제 발로 먼저 나서서 감싸는구나?”고명원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런데도 물러서지 않고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 줄곧 침묵하던 고시언이 먼저 말했다.“할머니, 그만두십시오.”크지 않은 목소리였으나 감히 거역하기 어려운 위압감이 실려 있었다.노부인의 곁에 서 있던 조청아도 곧바로 팔을 부드럽게 붙잡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거들었다.“할머니, 정 낭자는 아이를 품은 몸이잖아요. 마음이 많이 상하셨겠지만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우선 뱃속의 아이부터 생각해 주세요.”노부인은 못마땅한 듯 코웃음을 쳤다.“너희가 하나같이 이런 식으로 감싸고도니 저 아이가 갈수록 겁도 없이 구는 게 아니냐.”하지만 끝내 정은소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그 뜻을 알아차린 조청아는 곧 시녀를 돌아보며 일렀다.“정 낭자에게 의자 하나를 가져다주렴.”조청아는 사려 깊고 너그러운 태도로 노부인이 명을 거둘 명분을 만들어 주는 한편, 자신이 얼마나 관대한 사람인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춘화는 둥근 걸상 하나를 가져와 아랫자리에 놓았다.정은소는 눈을 내리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노부인과 아가씨께 감사드립니다.”그러고 나서야 천천히 의자에 앉았다. 두 손은 흐트러짐 없이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았다.노부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