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지자, 고요하기만 하던 별채가 갑자기 분주해졌다.침상에 누워 있던 정은소는 별채의 대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는 것을 들었다. 곧 여러 사람의 어지러운 발소리와 무거운 물건을 옮기는 소리가 차례로 이어졌다.새 숯과 솜이불, 먹을거리와 약재가 들어왔다.고명원은 떠나기 전, 고시언이 앞으로 별채에도 좀 더 마음을 쓰겠다고 약속했다며 일러 주었다.그러나 정은소의 마음에는 아무런 파문도 일지 않았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저 물건들은 자신을 위해 보내온 것이 아니었다. 모두 뱃속의 아이를 위한 것이었다.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자신에게 닥칠 운명은 달라지지 않는다.바깥방에서 연아와 어멈이 큰 소리로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쪽 방에 정은소가 누워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조금도 거리끼지 않는 말투였다.“어머, 귀한 물건이 이렇게나 많네. 횡재했네, 횡재했어.”연아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거리낌이 없었다.“어떤 사람은 정말 낯짝도 두껍죠. 뱃속에 아이 하나 들었다고 위세를 부리고, 아픈 척하면서 동정이나 사려 드니 말입니다.”연아는 음흉하게 두어 번 웃더니 일부러 목소리를 한층 더 높였다. 안쪽에 있는 정은소가 똑똑히 들으라는 듯했다.“헌데 제가 듣기로는 그 아이도 태어나자마자 조 아가씨께 보내 기르게 한다던데. 그때가 되면 누구는 어떻게 살아가려나 모르겠네요?”어멈도 비웃음을 흘렸다.“아이를 무사히 낳을 수 있을지부터 두고 봐야지. 노부인과 장군께서 그 아이를 정말로 소중히 여기셨다면, 오늘 일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넘기셨겠어?”정은소는 아랫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손톱이 손바닥 깊숙이 파고들었지만, 입 밖으로는 아무런 말도 내지 않았다.잠시 뒤 연아가 발을 걷고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약사발 하나가 들려 있었다. 사발 가장자리에는 약 찌꺼기가 지저분하게 묻어 있었고, 약은 이미 김이 식어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자, 어서 마셔.”연아는 침상 머리맡에 약사발을 툭 내려놓았다.“나중에 아이에게 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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