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의 시점이제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가르쳐주었으니까. 먼저 손바닥을 펴서 넓고 느린 원을 그리고, 클리토리스 양옆으로 손가락을 벌려 쓸어내린 뒤, 입구를 애태우며 맨 윗부분을 좁고 정확한 압력으로 문지르는 것. 소파 위에서 나를 완전히 무너뜨려 놓았던 바로 그 박자를 되살려내려 애쓰며, 이를 악물고 눈을 질끈 감은 채 대본이라도 따르듯 그 순서를 그대로 밟아나갔다.느낌은 좋았다.단지, 그의 손길 같지 않았을 뿐이다.내 손가락은 너무 작았다. 각도도 맞지 않았다. 언제 속도를 늦추고 올려야 하는지 일러주는 낮고 차분한 목소리도 없었다. 온몸이 덜덜 떨릴 때까지 벼랑 끝에 억지로 나를 묶어두는 또 다른 손도 없었다. 손바닥에 묵직하게 닿아오거나 가버리는 동안 입술을 비집고 들어오던 굵직한 성기도 없었다. 쾌락은 얕고 답답한 상태에 머물렀고, 마침내 멎어버리기 전까지 나를 한층 더 안절부절못하게 만들 만큼만 차올랐을 뿐이었다.다시 시도해 보았다.더 세게, 그리고 더 빠르게 손을 놀렸다. 그가 했던 것처럼 내 안으로 두 손가락을 밀어 넣고 문지르며, 그가 그토록 쉽게 찾아내던 자극점을 쫓았다. 약한 맥동이 한 번 파르르 일었다가 이내 사그라들었다. 헐떡이는 숨을 내쉬며 허벅지를 떨었다. 민망할 정도로 여전히 흠뻑 젖어 있었지만, 아까 그가 내게서 쥐어짜 냈던 그 격렬한 해방감에는 털끝만큼도 미치지 못했다."씨발," 갈라지는 목소리로 어둠 속에 대고 속삭였다.손을 홱 떼어내고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내가 스스로 흥분해 뿜어낸 애액의 냄새가 손가락에 배어 있었다. 그 밑바닥에서 여전히 은은한 삼나무 향이 스쳐 지나가는 것만 같았다.엎드렸다가, 옆으로 누웠다가, 다시 등을 대고 바로 누웠다. 잠은 도무지 오지 않았다. 눈을 감을 때마다 소파 위로 되돌아갔다. 내 안을 벌려내던 그의 손가락, 내가 스스로를 만지게 하던 음란한 파열음, 내 입안에 사정할 때 그가 내뱉던 거친 신음, 그리고 마치 이 모든 일이 지극히 단순하
Last Updated : 2026-09-04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