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그것은 죄인에게 내려지는 가장 큰 형량이었다.설령 나중에서야 무죄임이 밝혀져도 돌이킬 수 없는 유일한 처벌이었다.“다시 한 번 생각해주십시오!”“이로써 모든 재판을…”“존경하는 재판장님, 이건 무언가 잘못되었습니다! 이럴수는 없습니다! 모함입니다!!”“..마치도록 한다.”‘탕. 탕. 탕.’재판장의 손에 들린 나무 막대가 바닥을 세 번 울리는 모습이 아주 느리게 흘러갔다. 이럴 수는 없다. 이럴수는…“형의 집행은 이번주 내로 하는걸로 하지요.”황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이었다. 내가 이성을 놓아버린 것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몰라도 손목이 묶인채로 달려들어 가장 가까이에 있던 시아를 덮쳤다. “아아아!!”이빨로 어디든 물어뜯었다. 증오스러운 시아 렌디. 주근깨어린 얼굴도 나보다 작고 여린 몸도 전부 찢어버리고 싶었다. 비릿한 피가 튀고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그러나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엄청난 힘이 뒤에서부터 나를 끌어안았다.“놔!! 놓으라고! 내 말이 들리지 않는가!!”뜨거우리만치 따뜻한 체온과 함께 새벽공기 같은 나무 향이 느껴졌다. 손쉽게 나를 안아든 남자에 발이 허공을 찼다.“자네가 이럴수록 좋을건 없어.”이런 상황에서 조차 침착한 목소리였다.나는 고개를 돌려 코 앞에 있는 키엘을 노려봤다. 키엘의 검디 검은 눈동자는 저번에 본 흔들리던 표정이 사실이 아닌듯 조금의 요동함도 없었다.억지로 몸의 행동을 제어 당한 사이, 시아는 누군가의 부축을 받고 재판장을 빠져나갔다. 상황이 진정되자 슈미트는 온몸을 구속 당한채 먼저 끌려갔고, 후에는 기사들이 와 나를 밧줄로 묶어냈다. 역겨운 이들의 틈 사이에서 끝까지 내게 시선을 때지 않는 키엘과 눈을 마주하며. 나 역시도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으로 끌려갔다.“어쩌자고 그런 짓을 벌이셨습니까!”지하감옥은 우습게도 라파엘라 가문의 사람들로만 가득했다. 시종과 하녀, 하인들. 집사장과 요리사, 기사들, 심지어는 전속 디자이너들까지 모조리 잡아들인 모양
Last Updated : 2026-08-07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