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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 오랜만에 듣는 이름.

Penulis: 마카리오스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07 11:09:56

“기상! 모두 준비 후 홀로 나오도록.”

하녀들의 일정은 생각보다 더 단순했다.

매일 아침 동이 터오는 시간에 기상해 아침단장을 한다. 옷은 검은 바탕에 하얀 프릴이 달린 그리 풍성하지 않은 생활복을 입어야 했다.

“멜리아. 어쩜 이런 옷을 입어도 고급진 느낌이 난다!”

“그래..? 고마워. 미셀.”

처음에는 혼자 옷을 입어야 한다는 어색함과 끈을 묶는 어색함이 있었으나 미셀을 통해 한두번 배우니 곧잘 하게 되었다.

원래도 암기와 몸을 사용하는 일을 어려워하지는 않았고 배움이 빨랐기에 금방 하였다.

다만 미셀은 지독히도 눈치가 없었지만 오히려 그런 성격이라 다행이기도 했다.

“머리만 하고 어서 나가자.”

머리는 단정히 땋아 양쪽으로 묶거나 어깨에 닿지 않는 짧은 머리여야 했다. 나는 유독 길고 정돈된 머리였기에 아침마다 양옆으로 땋아야 했다.

“오늘 아침은 감자샐러드에 고기가 들어간 스튜래.”

“요 며칠 굉장히 잘 나오네? 무슨 일 있나.”

“우리 같은 하녀가 주인님들 생각을 어떻게 알겠어.”

삼삼오오 모여 사용인 식당으로 내려갈때면 자연스레 그날의 메뉴를 알 수 있었다. 중간중간 여전히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 붙었지만 그 역시도 일주일 정도가 지나니 익숙해졌다.

첫 날에 비하면 힘들지도 않았다.

‘네가 그 아가씨라며?’

‘이곳에서 혹여라도 텃세부리거나 하면 그냥 내비두지 않을거야!’

‘공주처럼 떠받들어 줄거라 생각하지 마. 조금이라도 논땡이를 부리면 바로 시종장님께 말씀드릴거니까.’

아무런 말없이 식당에 내려와 앉아있던 내게 먼저 다가와 온갖 경고와 의심어린 눈빛을 보내는건 기본이었다.

심지어는 그날의 주어진 일들을 다 하는지 보려고 감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상하다. 왜 잘 안 닦이지?’

‘야, 너 이런거 처음 해봐? 걸레질은 물기가 너무 많으면 잘 안닦여. 이럴땐 적당히 짜고 써야 해.’

그들이 곁에서 떠나질 않는 덕분에 오히려 일을 빨리 배울 수 있었다.

애초부터 빠르게 적응하고 인맥을 늘릴려고한 나에게는 최상의 환경이었다.

그로부터 일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엇, 멜리아 왔다!”

“멜리아, 어서 앉아. 너 자리 맡아놨어.”

이렇게 상황이 달라졌으니 말이다.

“고마워. 오늘도 고기가 들어간 아침이라며?”

“너도 들었구나! 백작성에 무슨 바람이 분건지는 몰라도 앞으로 매일 이러면 소원이 없겠다.”

사소하기 짝이 없는 대화를 나누며 멜리아는 웃음지었다. 눈 앞에 있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음식을 입에 집어넣으면서도, 고기 누린내가 느껴져 인상이 찌푸려지는걸 간신히 참으면서도, 맛 대가리 없는 이 음식이 멜리아의 음식이라는 것을 새기며 의무적으로 씹어 삼켰다.

“그 소식 들었어? 황태자 폐하의 탄신일 축하 파티를 백작님이 준비하게 되었다는거!”

“한 번도 그런적 없었잖아.”

“이번에는 아예 황태자 폐하가 지목하셔서 준비하라고 하셨대.”

하루의 대부분의 일이 커다란 저택을 쓸고 닦는것 말곤 없는 하녀들이기에 기계적으로 팔을 움직이면서도 입은 쉬지 않고 열렸다.

“보통은 영애들이 하는 일을 안주인님도 없는 백작가가 준비 해야한다고?”

“두분이 전장에서부터 다져오신 우정이 있으셔서 그런지 각별히 아끼시나봐.”

멜리아 역시 걸레로 투명한 유리창을 닦으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황태자의 탄신일 파티.

원래대로라면 늘 그랬듯이 라파엘라 가문이 도맡아서 준비했어야 했을 일이다. 레일라의 미적 감각이 뛰어난 것과 효율적인 파티 준비를 황가에서 마음에 들어했기 때문이다.

적어도 다른 하녀들의 말처럼, 다른 가문의 영애에게 준비를 맡길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례적인 선택을 한것은..

“신흥귀족파의 입지를 굳히기로 하신겁니까.”

멜리아는 창 밖을 바라보며 아무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지금처럼 존속귀족파가 흔들리는 때야말로 신흥귀족파가 치고 올라오기 좋은때는 없었다. 유독 그들을 좋아하던 황태자를 생각할때 모든게 말이 되었다.

“멜리아, 이제 거기는 그만해도 될것 같아.”

“응, 이제 본관 청소하러 가면 되지?”

멜리아는 아무렇지 않게 걸레와 물통을 집어들었다.

수많은 만감이 교차하는 동시에 치밀한 계획을 짜려면 준비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엘 하르트.

근본도 없는 평민에 가족조차 없는 이였다. 약점으로 써먹을 것도 찾기 힘들다. 일개 하녀에게 저택의 주요 문서를 보여줄리 만무하고 더더욱이 그것이 앙숙과도 같은 나에게라면 더욱 보여줄리가 없었다.

하녀들의 정보력을 이용해 소문을 듣는 것도 딱 거기까지다. 그래봤자 가쉽과도 같은 뜬 소문인것이다.

“헉. 저기봐. 전속시녀다.”

그렇다면 그나마 지금의 신분에서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 올라가, 가까이에서 정보를 얻는것이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었다.

하녀와 시녀는 이름은 비슷해도 하는 일은 달랐다.

“최근에 전속시녀중에 한 사람이 일을 그만두니까 그동안 고생했다고 10골드를 줬다더라.”

“와.. 그정도 돈이면 나는 시녀 되자마자 바로 그만두겠다.”

오직 일을 위해 눈에 띄지 않게 거주하는 하녀와 달리 시녀들은 주인의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필요를 돕는다. 또한 명문가의 자제여도 보다 높은 작위의 가문에 들어가 시녀를 자처하기도 했다.

그만큼 고용된 사용인이라는 의미가 컸다.

“멜리아, 너도 시종장님께 말씀드려서 시녀 수업을 받는거 어때?”

“맞아. 솔직히 글도 읽을 수 있고 능력도 되는데 청소만 하기에는 아깝잖아.”

미셀이 지나가는 시녀들을 힐끔보더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그러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하나둘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녀에서 시녀로 올라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 번 그런 일이 생기면 다른 하녀 아이들에게도 승진의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으로 눈을 빛내는 모습이 너무도 잘 보였다.

‘…공작가의 후계자였던 내가, 고작 시녀가 되기위해 수업을 받고 시험을 보라고?’

불쑥 잊고있던 사실들이 머릿속에서 터져나왔다.

이들은 이제 레일라 라파엘라를 잊었다. 이리도 쉽게 사라진 것이다. 그들의 눈 앞에 있는건 더이상 아가씨도 공작가의 사람도 아닌 그냥 멜리아 였다.

그래… 나는 멜리아 다. 레일라가 아닌.

“음.. 나는 아직 온지 얼마 안되었으니까. 안되지 않을까?”

그깟 신분과 이름은 잊어야 한다. 복수를 위해. 가문의 복권과 안위만을 위해 나 하나쯤은 내려놔야 한다.

“그래도 기회가 있다면 좋긴하겠다만. 아직은 아닌거 같아.”

“그래? 아쉽다. 멜리아는 진짜 가능성 있을거 같은데.”

그러나 이런 식으로의 방법으로는 아니였다.

아등바등 간신히 올라가는 자리가 아닌, 권력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녀에서 시녀로 올라가야 겠지만 조금 더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했다.

황태자의 탄신일 파티까지 앞으로 두 달.

그 안에 반드시 기회를 만든다. 그리고 붙잡는다.

그리고 그 기회는 생각보다 더 빨리왔다.

“오늘부터 3일간 백작님이 출타하신다네.”

“그래? 혹시 친우분들이 오시지는 않겠지?”

“아마 출타중이라고 서신을 보내놓으셨을거야.”

백작가는 키엘 하르트에게 가족도 친척도 없는 대신 그의 친우들의 방문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가족같은 관계의 친구가 워낙 많아 쉴새없이 들락날락 한다고 했다.

‘교우관계가 어찌나 좋으신지.’

멜리아는 비꼬듯 생각하며 눈을 굴렸다.

귀족 세계에 있을때는 이런 점 마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귀족으로서의 의무와 할일을 다하며 살기에도 바쁜 일상을 평민때의 버릇을 버리지 못해 허송세월하는 걸로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도리어 친우들이 방문하는 것이 기회의 문이 되어줄 것이다.

“아, 이런. 오늘 손님이 오셨다는데?”

키엘이 돌아오는 날인 4일째가 되는 날, 염원하던 기회가 생겼다.

“누가 오신거야? 시종장님께 말씀 드렸지?”

“보고 드리려 미셀이 갔어.”

“듣기로는 자주 오시는 분들중 한 분이라는데, 이름이… 헤일릿님?”

아,

멜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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