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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 피하고 싶던 만남.

Penulis: 마카리오스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8-07 11:10:27

멜리아는 살면서 그리 운이 없다고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적어도 공작가가 없어지기 전까지는.

별의 별 일들을 겪으며 나름 불운에는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키엘이 노예시장에서 나를 데려온것보다도 더 최악이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기에 실행해야 했지만 왜 하필이면 그 여자란 말인가!

“헤일릿 르부.”

멜리아는 입 안을 멤도는 이름을 발음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하녀들과 시녀들이 다른 가문의 영애를 맞이하기는 힘들거라 생각한 시종장이 멜리아에게 차 시중을 들라 명했기 때문이다.

멜리아는 언제부터 그 여자를 신경쓰기 시작했나 떠올렸다.

아마, 키엘과의 첫 만남이었을 것이다.

“키엘 공. 정말 필요한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인가?”

황제는 아픈 중에도 몸을 이끌고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럴만도 했다. 그동안 골머리를 앓던 이웃 나라들에 대한 전쟁을 모두 불식 시키고 온 영웅이 아니던가.

그리고는 하는 말이 ‘저는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다만 나라의 안위와 폐하께서 강건하시기를 바랄뿐입니다..’ 라니.

누가보아도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훤칠한 몸에 인물이 사는 얼굴을 가지고 저런 말을 하니 세상에 다시 없을 영웅이었다.

“이상하구나..”

성년식을 치르기 전의 레일라는 본인과 또래로 보이는 키엘을 관중석에서 지켜보며 여상히 내뱉었다.

“네? 뭐가 이상해요? 완전 꿈의 기사님 같지 않아요?!”

당시 곁에 착 붙어 다니던 시아가 깜짝 놀라 되물었다. 레일라는 처음 그를 멀리서 봤을때부터 탐탁치 않았다.

“자꾸…”

그러나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제국의 영웅이자 멀쩡히 생긴 저 남자와 자꾸만 눈이 마주친다고. 그것도 굉장히 노골적이고 집요한 시선이 따라 붙는다고.

‘내가 자의식과잉이 아니라면 저 사람이 할 말이 있는거겠지.’

레일라는 그리 생각하며 끝나지를 않는 황제와 키엘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뭐라도 좋으니 말해보아라. 작위와 금전적인 상은 이미 내렸으니, 다른 소원을 말해보거라.”

이미 주어진 보상이 엄청난 것이었으나 황제는 멈출 줄을 몰랐다. 당시를 회상한다면 황제는 누가보아도 나라의 절반이라도 내어줄듯 굴었었다.

“…그렇다면 두 가지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말해보거라! 이왕이면 세 가지도 허락하마.”

황제는 껄껄 웃으며 답했다.

“하나는 먼 훗날 제가 한 가지 상소문을 올리면 그것을 승낙해주십시오.”

“흠.. 그것이 어떤거라도 말이냐?”

“예. 그것이 어떠한 부탁이든 허락해주십시오.”

그것은 말도 안되는 괴변이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 누구도 하늘같은 황제 폐하께 자신의 소원 한 가지를 무조건적으로 들어달라 할 수 없었다.

“허…”

황제도 예상 밖이었는듯 허탈한 웃음같은 한숨이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일단 두 번쨰 부탁까지 들어보고 결정하마.”

“두 번째는, 제게 가족과도 같은 이가 있습니다. 그녀에게도 작위를 내려주셨으면 합니다.”

키엘의 말에 주위가 어수선하게 술렁였다.

평민에게 작위가 수여된 이례적인 날. 그는 무려 두 번째 이례적인 특혜를 황제께 고하고 있었다.

“그녀라 함은, 그대의 배우자인가.”

황제는 아까보다 더 심각해진 얼굴로 물어왔다.

“아뇨. 이성적인 관계가 아닌 말그대로 동생같은 존재입니다.”

“흠… 좋다. 이 자리에서 공표하마, 나 루이스터 하이르트 황제의 이름 하에 키엘 공에게 어떠한 상황에서도 한 가지 부탁을 들어주리라 약조한다. 그리고 그대의 가족에게 자작위를 수여한다.”

황제의 근처에 서있던 황궁 기록사와 재정재무사, 그리고 기사들까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러나 이미 황제의 입 밖으로 나와버린 이상 그 말은 절대적인 효력을 가진 약조였다. 결국 기록사는 울며 겨자먹기로 모든 발언들을 기록했다.

“키엘, 나는 정말.. 괜찮은데..!”

모임이 파할때쯤 그 여자가 나타났다.

키엘이 가족처럼 여기는 여자,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으나 단숨에 귀족이 되어버린 여자.

헤일릿 르부.

연하디 연한 갈색 머릿결 사이로 축쳐진 순한 눈매가 인상 깊은 여자였다. 키엘에게로 달려가는 그 짧은 거리에서 조차 얼마나 불안불안 한지 넘어질듯 뛰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레일라는 아무런 생각이없었다. 그저 조금 눈에 거슬리는 둘일 뿐이었다.

헤일릿과 본격적으로 사이가 안좋아진 것은, 키엘과 사사건건 부딪치기 시작하면서부터 였다.

‘그는 귀족사회에 낯설어요..! 그래도 노력하고 있다구요!’

‘그런 노력은 작위를 받기 전에나 통하는 것들이죠. 지금은 노력이 아닌 녹아들어 적응을 해야하는 게 맞습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우리 키엘을 건드리지 마세욧!’ 하는 모양새가 꽤나 애틋했다.

‘귀족뿐만 아니라 백성들을 생각할때…’

‘하, 당신만이 백성을 위한다 생각하나 보죠? 그런 말뿐인 위선이야 얼마든지 떨 수 있지만 정치는 실제이고 삶입니다. 그저 감정적으로 접근해봤자 결과만 망할 뿐입니다.’

지금와 생각해보면 그런 여자가 얼쩡거리든, 눈물을 쏟아내든, 무시하고 넘어갔어야 했다. 나조차 나답지 않게 매번 흥분하고 감정적이 되고는 했다.

‘아마.. 닮았다고 생각해서겠지.’

멜리아는 창 밖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서 어릴적 모습이 떠올랐다. 정치와 귀족사회를 처음 배워가던 어린 날의 자신을. 이제는 아득히 먼 과거가 되어버린 그날을.

“후…”

그러나 지금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했다.

손에 들린 쟁반을 바로 잡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전자와 찻잔 세트를 들고 손님이 있는 접객실 문을 두드렸다.

‘똑. 똑.’

통통 울리는 나무로 만들어진 하녀 기숙사 문과는 달리, 거대하고 웅장한 문에서는 듣기 좋은 울림이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미성의 고운 여자의 목소리가 안에서 들려왔다.

최대한 눈을 내리깔고 감정을 억누르는 척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손님들을 위한 접객실은 하얀 대리석으로 감싸인 고급지면서도 깔끔한 공간이었다. 순도 높은 휜색보다는 약간의 따뜻함이 감도는 하얀 색이었다.

곁눈질로 확인해보니 소파에 헤일릿 앉아있고 그 옆으로 시종장이 뒷집을 진채 서있었다. 둘은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시선을 돌려 방에 들어온 나를 바라봤다.

“…헙..”

헤일릿은 많이 놀랐는지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시종장님은 차분한 눈길로 테이블을 가르켰고 나는 들고 있는 쟁반을 가지고 다가갔다.

“오늘 오신다는 얘기를 못들어서 다른 아이들이 많이 바쁩니다. 그래서 새로 온 아이를 불렀는데 괜찮으실까요.”

“아… 그야 물론.. 아니 그러니까… 이분.. 이 사람은…”

헤일릿은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한듯 안절부절 못하며 손을 떨었다. 소파가 들썩이는걸 보아 자리에서 일어날지 말지를 고민하는 것 같았다.

그러는 사이 테이블과 두 사람 가까이 도착한 나는 그대로 쟁반을 고이 올려두었다. 주전자를 두손으로 받쳐 잡고 찻잔에 따랐다. 그동안 눈으로 보고 배운 행동이었다.

잘 말린 장미의 향긋함이 접객실을 가득 채웠다.

“아.. 역시 저는… 그냥.. 이만 가는 게…”

헤일릿은 눈을 내리깐채 차를 따르는 내 모습을 보고 자리를 뜨기로 결정하였는지 조심스레 운을 띄었다. 그리고 그 순간.

‘촤악—’

“앗..!”

의도된 순간에 맞게 뜨거운 차를 쏟았다. 나의 손등바로 위로.

“세상에..! 괜찮으…”

“이게 뭐하는 짓이야!”

헤일릿은 사색이 되다 못해 울상이 된 얼굴로 내게 다가오려했지만 그보다 시종장이 빨랐다.

“이런 바보같은 실수를 해? 그것도 주인님의 손님 앞에서?!”

시종장은 분개했다.

당연했다. 귀족사회의 철저한 계급 신분을 생각할때, 이런 일은 최소한 매질을 당해 마땅한 일이었다. 단순 실수로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방금 이 사고로 헤일릿 아가씨가 크게 다칠뻔 했어!”

만에 하나 정말로 그런 일이 생겼다면 매질로는 끝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헤일릿에게는 물 한 방울 튀기지 않았다. 거리감을 계산하고 쏟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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