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5장젖은 보도블록 위로 여행 가방을 끌고 가던 헬레나의 발걸음이 뒤에서 황급히 달려오는 소리에 툭 멈춰 섰다. 그녀가 돌아서기도 전에, 강인한 두 팔이 글래머러스한 그녀의 몸을 거칠게 감싸 안았다. 절박함과 소유욕이 한데 얽힌 격정적인 포옹이었다.카엘은 온몸을 심하게 떨며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 그는 헬레나의 목덜미와 어깨 사이에 얼굴을 묻고, 가슴을 집어삼키는 압도적인 공포를 토해냈다. 그 포옹이 어찌나 가혹하고 절망적인지, 헬레나는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에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이것 놓으세요, 사장님! 숨을 못 쉬겠어요!" 헬레나는 목구멍에 걸린 목소리로 소리치며, 남편의 억센 팔을 풀어내려 발버둥 쳤다.숨이 턱 막힌 그녀의 애원을 들은 카엘은 즉시 팔을 가다듬었다. 그는 헬레나를 돌려세워 자신을 바라보게 한 뒤, 마치 손을 놓으면 공기 중으로 사라져 버리기라도 할까 두려워하듯 그녀의 양 손목을 조심스럽게 잡아쥐었다.가랑비에 젖은 희미한 가로등 불빛 아래, 카엘의 날카로운 눈동자는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지친 눈가에 눈물이 차올라, 언제나 범접할 수 없는 존재 같았던 대표이사로서의 위엄과 자존심을 산산조각 내고 있었다."제발... 내 설명부터 들어줘, 응? 제발... 딱 한 번만 내 말 좀 들어줘." 카엘이 쉰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읊조렸다. 깊은 저음이 떨리고 있었다.헬레나는 눈물로 부어오른 눈을 가늘게 떴다. 그리고는 차갑고 느릿한 손길로 카엘의 손을 자신의 손목에서 털어냈다. 그녀는 평복을 정돈한 뒤 고개를 돌려버렸다. 방금 자신의 심장을 부숴버린 남자의 눈을 직시하기를 거부한 것이다."좋아요. 말씀하세요." 헬레나가 감정 없는 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간은 5분입니다, 사장님."카엘은 가슴이 시릴 정도로 길고 무거운 숨을 내쉬었다. 약간 젖은 얼굴을 문지른 그는, 그 귀중한 몇 분이 허망하게 흘러가 버릴까 봐 가능한 한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어제... 어머니 건강이 갑자기 악화되셨어." 카엘이 목소리에 서린 패닉을
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1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