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장수도의 중심가에 자리한 클래식한 유럽풍 레스토랑은 그날따라 유독 평온했다. 튼튼한 대리석 기둥 사이로 템포가 느린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부드럽게 흘러넘쳤다. VIP 구역 한쪽 구석에는 헬레나가 한젤 부인의 곁에 정중히 앉아 있었다. 식탁 맞은편에는 매혹적인 중년 여성과 함께, 카엘만큼이나 키가 크고 넥타이 없는 캐주얼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그러니까 이쪽이 네 며느리구나, 한젤? 어머나, 정말 사랑스럽네."한젤 부인의 오랜 친구인 사라 부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턱을 괴고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옆에 앉은 젊은 남자에게로 향했다."내 아들 줄리언을 소개할게. 런던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막 돌아온 참이야."줄리언이 헬레나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의 다정한 눈빛이 헬레나의 동그란 눈을 곧바로 응시했다."반가워요, 헬레나. 그냥 줄리언이라고 편하게 불러줘요. 오늘 이렇게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헬레나는 손을 가볍게 맞잡으며, 회의실에서 늘 짓던 단정하고 프로페셔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헬레나라고 합니다, 줄리언 씨. 만나서 반가워요.""그렇게 딱딱하게 굴어요, 헬레나. 우리 지금 회사 밖이잖아요."줄리언이 부드럽게 말을 끊으며 손을 거두고는, 헬레나를 좀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자리를 살짝 고쳐 앉았다. 시어머니가 직접 골라준 마룬빛 벨벳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헬레나의 모습 위로 머무는 그의 눈빛에는 감탄이 숨겨지지 않았다.그 상호작용을 지켜보던 한젤 부인이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헬레나의 어깨를 애정 어린 손길로 툭 쳤다."카엘은 너무 고지식하단 말이야, 사라. 그래서 내가 오늘 일부러 안 데리고 왔잖아. 그 돌부처 같은 표정으로 이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망치기 십상일 테니까.""아하, 바쁜 남자들은 원래 다 그렇지 뭐, 한젤."사라 부인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더니 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줄리언은 다음 달부터 가업을 이어받을 계획이야. 카엘한테서—아니면 이렇게 뛰어난 비서인 헬레
Última actualización : 2026-08-20 Leer má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