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s los capítulos de 통통한 비서, 상사와 계약 결혼하다: Capítulo 31 - Capítulo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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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장아침의 옅은 햇살이 안방 커튼 틈새로 천천히 스며들어 대리석 바닥 위에 황금빛 광채를 드리웠다. 헬레나는 6시가 되기도 전부터 깨어 있었다. 그녀의 곡선미 넘치는 몸은 킹사이즈 침대에서 깊이 잠든 남자의 평화를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고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였다.윌리안 그룹에서 5년간 카엘의 곁을 지킨 개인 비서로서, 헬레나는 이미 상사의 모든 취향을 뼛속까지 꿰고 있었다. 별도의 지시가 없어도 그녀는 넓은 드레스룸으로 들어가 능숙하게 옷을 골랐다. 그녀의 손가락은 매끄러운 원단의 빳빳한 흰 셔츠, 그리고 은은한 대각선 줄무늬가 들어간 실크 넥타이와 조화를 이루는 다크 그레이 컬러의 맞춤 정장에 멈췄다.헬레나는 침실로 돌아와 완벽하게 조합된 업무용 의상을 카엘의 발치, 침대 끝에 조심스럽게 놓아두었다. 일을 마치자 그녀의 발걸음이 돌연 멈췄다. 그녀는 침대 옆에 부동자세로 서서, 평소엔 위압적인 아우라를 뿜어내던 남자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눈을 감고 고르게 숨을 내쉬는 지금, 카엘의 얼굴에서 항상 떠나지 않던 차가운 분위기와 긴장감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듯했다. 새벽빛을 받은 그의 날카로운 턱선은 한결 부드러워 보였고, 검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헝클어진 채 이마 위로 내려와 있었다."이 괴물 같은 인간이... 잠들었을 땐 참 잘생겼단 말이지." 헬레나가 스스로도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작게 중얼거렸다.그녀의 도톰한 입술에 씁쓸한 미소가 잠시 스쳤다가, 이내 헛된 생각이라도 한 듯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헬레나는 곧바로 뒤돌아 안방을 성큼성큼 빠져나갔다. 그가 갑자기 깨어나면 분명 벌어질 아침의 소모적인 대립을 피하기 위해서였다.1층으로 내려가자마자 토스트 향과 갓 내린 커피 향이 그녀의 감각을 반겼다. 따뜻한 다이닝룸에서는 하인들이 식탁 위에 도자기 접시를 세팅하고 있었다. 식탁 끝자리에는 크림색 니트 홈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한셀 부인이 앉아 있었다.한셀 부인은 고개를 들었다가 며느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마자 따뜻한 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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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장오랫동안 닫혀 있던 욕실 문이 마침내 열렸다. 헬레나는 카엘의 책상 위에 두고 온 업무용 서류 몇 장을 챙기기 위해 안방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침대 기둥 근처에 다다랐을 때 그녀의 발걸음이 불쑥 멈추었다. 카엘이 이미 커다란 거울 앞에 서서, 아침에 헬레나가 골라주었던 회색 실크 넥타이를 매느라 씨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카엘은 꽤나 애를 먹는 눈치였다. 평소 계약서와 펜을 쥐는 데 익숙했던 그의 커다란 손은 어젯밤의 열병 여파로 근육에 남아 있던 잔여 피로 때문에 완벽한 윈저 노트를 만들기엔 다소 뻣뻣해 보였다.그 모습을 본 순간, 5년 동안 그 남자를 보필해 온 비서의 본능이 헬레나의 몸을 지배했다. 그녀는 짧게 숨을 내쉬고는 성큼성큼 다가가 그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혔다.“제가 도와드릴게요, 사장님.”헬레나가 부드럽게 말하며, 지극히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카엘의 손을 제지했다.카엘은 멍하니 굳어버렸다. 그는 천천히 양손을 옆으로 떨구며 헬레나가 셔츠 깃에 걸려 있던 실크 천을 넘겨받도록 허락했다. 그는 시선을 낮추어, 자신의 넓은 가슴팍에서 불과 몇 센티미터 떨어진 곳에 바짝 서 있는 굴곡진 몸매의 여자를 내려다보았다.하지만 헬레나가 깃을 바로잡기 위해 까치발을 살짝 들고 고개를 치켜든 순간, 카엘은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아래로 내리깐 매 같은 눈으로 내려다본 헬레나의 블라우스 깃 너머로, 몸을 앞으로 숙인 탓에 살짝 벌어진 그녀의 풍만하고 볼륨감 넘치는 가슴골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안방 조명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그녀의 매끄럽고 하얀 피부는, 그동안 카엘이 억눌러 왔던 욕망의 불길에 즉각적으로 기름을 붓는 에로틱한 광경이었다.젠장!카엘은 속으로 욕설을 삼켰다. 그의 검은 눈동자는 동공이 확장되며 짙은 갈망으로 완전히 물들었다.비누 향이 섞인 헬레나의 달콤하고 신선한 숨결이 그의 얼굴과 단단한 입술 위로 스쳤다. 그것은 그의 명석한 두뇌 속 모든 신경을 뒤흔드는 마약과도 같았다. 카엘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자기 무거운 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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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3장"카엘 님?"혼란스러운 목소리가 갑자기 얼어붙은 마스터 베드룸 안의 정적을 깼다.카엘은 마치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깊은 심연에서 강제로 끌어올려진 사람처럼 거칠게 몸을 떨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그의 눈동자가 순간 흐릿해졌던 시야를 되찾으려 빠르게 깜빡였다. 감각이 완전히 돌아온 순간, 눈앞의 광경을 본 카엘의 심장이 평소보다 두 배는 더 빠르게, 가슴을 아프게 때리며 요동쳤다.헬레나는 여전히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녀의 작은 손은 카엘의 셔츠 깃 위, 회색 넥타이의 매듭을 잡은 채 예의 바른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침대도, 매트리스 위로 던져진 몸도, 아찔한 입맞춤도 없었다."카엘 님, 왜 멍하니 계세요?" 헬레나가 되물었다. 상사의 안색이 갑자기 창백해지고 호흡이 불규칙해진 것을 알아차린 그녀의 미간이 좁아졌다. "괜찮으신 거예요? 현기증이 다시 도진 건가요?"카엘은 거울 앞에 밀랍 인형처럼 굳어 서 있었다. 몸의 모든 근육이 뻣뻣하게 긴장했고, 얼굴로 피가 급격히 쏠리며 귀끝이 화끈거렸다.‘방금 그건… 환각이었다고?’ 카엘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 깨달음은 그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카엘 님?" 헬레나가 세 번째로 그를 불렀다. 카엘이 자신을 향해 쏘아붙이는 날카롭고 어두운 시선에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감지한 그녀의 손가락이 천천히 넥타이에서 떨어졌다. "여전히 몸 상태가 좋지 않으시다면, 하인에게 부탁해서—""내 몸에서 손 떼, 헬레나!"카엘이 갑자기 옥타브를 높여 소리쳤다. 그의 바리톤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긴장되고 쉰 소리가 났다.카엘은 과도할 정도로 거칠게 그녀의 손을 쳐내며 셔츠 깃에서 밀쳐냈다. 그러자 덜 매어 있던 넥타이가 흐트러지며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는 마치 헬레나가 이 세상에서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두 걸음 뒤로 물러나 넓은 거리를 만들었다.헬레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가슴 속에서 충격과 짜증이 순식간에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늦지 않게 넥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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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4장그날 아침 윌리안 그룹 본사 36층은 평소보다 훨씬 더 숨 막히는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전용 엘리베이터 문이 '딩' 소리를 내며 열리자 카엘이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턱은 굳게 다물려 있었고, 시선은 마치 햇살 한 줌 닿지 않은 얼음처럼 차갑게 앞만을 향하고 있었다. 아침 일찍 헬레나가 골라준 짙은 회색 슈트가 그의 큰 키를 완벽하게 감싸고 있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위험한 아우라는 복도의 직원들로 하여금 공연히 화를 입지 않으려 즉시 고개를 숙이게 만들었다.카엘은 비서들의 자리를 지날 때 일부러 보폭을 넓혔다. 그곳에 앉아 있는 곡선미 넘치는 여자를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은 채, 그는 힘껏 사무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딸깍.문이 닫히자마자 카엘은 코로 긴 숨을 내뱉으며 불규칙하게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그는 대리석 책상 위에 업무 가방을 던져버리고는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내려다볼 수 있는 커다란 창가로 걸어갔다. 창틀을 꽉 움켜쥔 채, 그는 집을 나설 때부터 마음속을 태우던 끈질긴 분노와 사투를 벌였다.‘젠장.’ 카엘은 속으로 욕설을 내뱉으며 눈을 감았다. 아침의 그 말도 안 되는 환상 이후로 계속 자신을 괴롭히던 헬레나의 매혹적인 입술을 머릿속에서 지워내기 위해서였다. ‘넌 카엘 윌리안이다. 그런 싸구려 생각 따위로 네 프로페셔널함을 망치지 마.’감정을 다시 통제할 수 있다고 느꼈을 때, 카엘은 책상 귀퉁이에 있는 인터폰 버튼을 거칠게 눌렀다.“크롤리 비서, 3분기 감사 보고서, 남부 지역 확장 프로젝트 초안, 그리고 5년 전 아카이브 파일 전부 가져와. 당장 내 사무실로.”카엘의 지시는 엄격하고 차갑고 타협이 없었다.“네, 카엘 님.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인터폰 너머로 대답이 돌아왔다. 그 목소리는 평소 대화에 깃들어 있던 온기가 완전히 거세된 채, 비정상적일 정도로 평탄하고 맑았다.오래지 않아 문밖에서 세 번의 가벼운 노크 소리가 들리고 헬레나가 들어섰다. 곡선이 아름다운 그녀는 목 끝까지 단정하게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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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5장CEO실 벽에 걸린 시계는 오후 두 시를 훌쩍 넘기고 있었지만, 36층의 긴장감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카엘은 연신 회색 넥타이 매듭을 풀어헤쳤다. 시간이 지날수록 넥타이가 그의 굵은 목을 더 세게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머릿속은 완전히 뒤엉켜 있었다. 지난 한 시간 동안 컴퓨터 모니터에 띄워 놓은 시장 분석 문서는 글자 하나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중하려 할 때마다 헬레나의 얼굴과 매혹적인 입술이 허락도 없이 자꾸만 머릿속을 파고들었다.똑, 똑, 똑.일정한 노크 소리가 카엘의 어지러운 생각을 단번에 끊어냈다.남자는 등을 곧게 펴고 목소리에 섞인 쉰 기운을 없애려 짧게 헛기침을 했다.“들어와.”커다란 오크색 문이 열리고 헬레나가 우아하고 침착한 걸음걸이로 들어왔다. 그녀의 작은 손에는 아침부터 최우선 순위였던 멘텡 프로젝트의 예산 보고서가 담긴 검은색 가죽 파일이 들려 있었다.그녀의 굴곡진 얼굴에는 사무적인 무표정이 고정되어 있었다. 하루 종일 상사의 예측 불허한 기분 변화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쓰고 있던, 유능한 직원의 가면이었다.“요청하신 예산 보고서입니다, 카엘 님. 예비비 할당 섹션에 즉시 서명이 필요한 긴급 수정 사항이 있습니다.” 헬레나가 카엘의 검은 대리석 책상으로 다가오며 무미건조하게 말했다.카엘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파일을 쳐다보다가 헬레나가 내미는 문서를 받기 위해 오른손을 뻗었다.스윽.동작이 너무 급했다.카엘의 커다란 손가락 끝이 실수로 헬레나의 손등을 스쳤다.피부에 닿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순식간에 보이지 않는 전기 충격처럼 카엘의 혈관을 타고 흘렀다.쿵.카엘의 뇌가 갑자기 고장 난 듯했다.그 짧은 접촉은 아침에 겪었던 환각—침대 위에서 그 굴곡진 몸을 짓누르던 감각—을 야생적인 기억으로 불러일으켰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고, 가슴속에는 공포의 파도가 일었다.자신의 반응에 놀란 카엘은 과도할 정도로 급하게 손을 뒤로 뺐다.“아!”헬레나가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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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장비서실 벽에 걸린 시계가 오후 네 시를 막 가리켰을 때, 헬레나는 마지막 서류 뭉치를 책상 서랍에 깔끔하게 정리해 넣었다. 그녀는 오늘 오후 서류가 흩어지던 소동 이후 가슴 속에 맺혀 있던 긴장감을 떨쳐내려는 듯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옷차림이 완벽한지 확인한 뒤, 그녀는 CEO실로 향해 세 번 노크를 하고 문고리를 돌렸다.카엘은 여전히 집무용 책상 뒤에 앉아 눈썹을 깊게 찌푸린 채 휴대전화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헬레나가 안으로 들어와 책상 앞에 멈춰 섰지만, 그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카엘 님.” 헬레나가 최대한 사무적인 말투로 불렀다. “더 이상 검토가 필요한 긴급 서류가 없다면, 오늘 오후에는 조금 일찍 퇴근해도 되겠습니까?”카엘의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즉시 멈췄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억눌린 강렬함이 번뜩이는 날카로운 눈으로 헬레나를 쏘아보았다.“일찍 퇴근? 업무 시간은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는데, 크롤리 비서. 언제부터 개인 비서가 마음 내키는 대로 자리를 비워도 됐지?”헬레나는 이런 퉁명스러운 반응을 예상했다. 그녀는 그의 위압적인 시선 아래서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려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았다.“준비할 시간이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한셀 부인께서 오늘 저녁 지인과의 사적인 만찬에 동행해 달라고 초대하셨거든요.”어머니의 이름이 나오자 카엘의 턱이 굳어졌다. 어머니가 아침에 언급하셔서 만찬에 대해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헬레나가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업무 외적인 중요한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자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다. 설명할 수 없는 불쾌감이 순식간에 그의 가슴을 옥죄었다.“어머니 지인과의 저녁 식사?” 카엘은 가죽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팔짱을 낀 채 비웃듯 코방귀를 뀌었다. “그런 건 긴급한 일이 아니야, 헬레나. 이곳에서의 업무가 훨씬 중요하지. 아까 시킨 멘텡 프로젝트 수정안은 어떻게 됐나? 다 끝냈어?”“10분 전에 법무팀으로 제출했습니다, 카엘 님.” 헬레나는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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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7장헬레나는 계단 아래에서 세 번째 칸에 멈춰 섰다. 그녀는 팔에 정장 재킷을 걸친 채 꼿꼿이 서 있는 카엘을 보며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시선은 너무나 강렬하고 어두워서 마치 그녀의 외양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낱낱이 파헤치는 것만 같았다.“제 옷차림에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카엘 님?” 헬레나가 물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강한 방어 기제가 서려 있었다. 그녀는 와인색 벨벳 드레스의 주름을 가볍게 폈다. “한셀 부인께서 고르신 드레스예요. 오늘 밤 이 옷을 입으라고 부탁하신 분도 부인이시고요.”카엘이 한 걸음 다가왔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자, 그에게서 풍기는 업무 중의 남성적인 향수 냄새와 헬레나를 감싸고 있는 은은한 재스민 향이 뒤섞였다. 그의 턱이 팽팽하게 굳어졌다. “그 드레스는 너무 꽉 끼잖아, 헬레나. 그리고 넥라인도… 너무 파였어.”헬레나는 카엘의 어두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잠시 후, 그녀는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망각하지 않았더라면 비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격식 있는 저녁 만찬을 위한 표준적인 디자인이에요, 카엘 님. 몸을 과하게 노출하는 것도 아니고요. 게다가 이상한 곳에 가는 게 아니라 어머니와 함께 가는 건데요.”“누구랑 가든 상관없어!” 카엘이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 그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높아지며 억눌린 감정으로 팽팽하게 긴장했다. 그가 다시 한 번 성큼 다가서자, 헬레나는 그의 오만한 얼굴을 마주 보기 위해 고개를 들어야 했다. “넌 내 개인 비서이자 계약상의 아내야. 네가 밖에서 어떻게 하고 다니느냐가 내 평판을 결정한다고. 난 내 소유물이 레스토랑의 음흉한 남자들에게 눈요깃거리가 되는 꼴을 못 봐.”쿵.'소유물'이라는 단어가 다시 한번 헬레나의 가슴을 정통으로 때렸다. 심장 깊은 곳에서 너무나 익숙한 통증이 밀려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차분했던 그녀의 동그란 눈에 실망과 분노가 서렸다.“소유물요?” 헬레나가 쉿쉿거리며 쏘아붙였다. 목소리는 아주 미세하게 떨렸지만, 로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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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8장수도의 중심가에 자리한 클래식한 유럽풍 레스토랑은 그날따라 유독 평온했다. 튼튼한 대리석 기둥 사이로 템포가 느린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부드럽게 흘러넘쳤다. VIP 구역 한쪽 구석에는 헬레나가 한젤 부인의 곁에 정중히 앉아 있었다. 식탁 맞은편에는 매혹적인 중년 여성과 함께, 카엘만큼이나 키가 크고 넥타이 없는 캐주얼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가 앉아 있었다."그러니까 이쪽이 네 며느리구나, 한젤? 어머나, 정말 사랑스럽네."한젤 부인의 오랜 친구인 사라 부인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턱을 괴고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옆에 앉은 젊은 남자에게로 향했다."내 아들 줄리언을 소개할게. 런던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막 돌아온 참이야."줄리언이 헬레나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의 다정한 눈빛이 헬레나의 동그란 눈을 곧바로 응시했다."반가워요, 헬레나. 그냥 줄리언이라고 편하게 불러줘요. 오늘 이렇게 만나게 돼서 영광입니다."헬레나는 손을 가볍게 맞잡으며, 회의실에서 늘 짓던 단정하고 프로페셔널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헬레나라고 합니다, 줄리언 씨. 만나서 반가워요.""그렇게 딱딱하게 굴어요, 헬레나. 우리 지금 회사 밖이잖아요."줄리언이 부드럽게 말을 끊으며 손을 거두고는, 헬레나를 좀 더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자리를 살짝 고쳐 앉았다. 시어머니가 직접 골라준 마룬빛 벨벳 드레스를 우아하게 차려입은 헬레나의 모습 위로 머무는 그의 눈빛에는 감탄이 숨겨지지 않았다.그 상호작용을 지켜보던 한젤 부인이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헬레나의 어깨를 애정 어린 손길로 툭 쳤다."카엘은 너무 고지식하단 말이야, 사라. 그래서 내가 오늘 일부러 안 데리고 왔잖아. 그 돌부처 같은 표정으로 이 즐거운 저녁 식사를 망치기 십상일 테니까.""아하, 바쁜 남자들은 원래 다 그렇지 뭐, 한젤."사라 부인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하더니 아들에게 시선을 돌렸다."줄리언은 다음 달부터 가업을 이어받을 계획이야. 카엘한테서—아니면 이렇게 뛰어난 비서인 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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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장"카엘, 이게 무슨 짓이냐?"한젤 부인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분노와 비난으로 가득 찬 눈으로 아들을 노려보았다."내 손님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있는 중이잖니. 네 예의가 그 모양이냐!"카엘은 어머니의 질책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폭풍우처럼 어둡게 가라앉은 그의 시선은 여전히 충격으로 굳어 있는 헬레나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사라 부인의 충격 어린 표정이나 줄리언의 불쾌한 눈빛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카엘의 커다란 손이 휙 뻗어져 나와 헬레나의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집에 가자, 헬레나."반박할 여지조차 주지 않는 권위가 서린, 낮게 짓씹는 목소리였다."카엘 씨, 이거 놔요—"덥석!단 한 번의 강한 힘으로 카엘은 헬레나의 곡선적인 몸을 거칠게 당겨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들었다. 손목을 쥔 그의 손아귀는 신체적인 상처는 입히지 않으면서도 움직임을 옴짝달싹 못 하게 제압할 만큼 단단했고, 절대적인 지배욕을 과시하기에 충분했다.그 광경을 본 줄리언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불쾌감이 역력하게 미간을 찌푸린 채였다."카엘 씨, 아무리 그래도 여자한테 이렇게 무례하게 구는 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내 결혼생활과 관련된 일입니다, 줄리언 씨."줄리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카엘이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끊어치며 말했다. 그는 상체를 살짝 돌려 참을 수 없는 적의가 담긴 매서운 눈빛으로 상대 남자를 쏘아붙였다."그리고 난 내 아내를 다루는 방식에 낯선 놈들이 끼어드는 게 아주 질색이거든.""카엘!"아들의 오만함에 수치심을 느낀 듯 한젤 부인의 중후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며 다시 소리쳤다."죄송합니다, 어머니, 사라 부인. 먼저 가보겠습니다."카엘은 추호의 미안함조차 내비치지 않은 채 짤막하게 내뱉었다.커다란 보폭으로 성성장걸음으로 걸으며 카엘은 헬레나를 레스토랑 VIP 구역 밖으로 끌고 나갔다. 높은 굽을 신은 헬레나는 카엘의 긴 보폭을 맞추느라 반쯤 뛰다시피 해야 했다. 몇몇 웨이터와 손님들이 고개를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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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0장카엘의 무겁고 급박한 발걸음이 마스터 베드룸의 대리석 바닥을 울리며 헬레나를 몇 걸음 뒤에 남겨두었다. 커다란 티크재 문이 찰칵 소리를 내며 잠기자마자, 카엘은 한마디 말도 없이 방 구석에 있는 초호화 욕실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그 거구의 남자는 거친 동작으로 검은색 정장 재킷을 대리석 세면대 위에 휙 던져버렸다. 숨소리는 거칠고 뜨거웠으며 목구멍까지 조여왔다. 오늘 밤 마룬빛 벨벳 드레스를 입은 헬레나의 곡선적인 몸매, 차 안에서 마주쳤던 반항적인 눈빛, 그리고 감각 속에 맴도는 은은한 자스민 향까지 모든 것이 그를 공격하며 이성 줄의 마지막 남은 조각마저 끊어버릴 듯 위협하고 있었다."젠장! 내가 왜 이렇게 열이 받는 거지?!"카엘이 낮게 욕을 짓씹었다.그는 냉수를 틀어 얼굴에 몇 번이고 거칠게 끼얹었다. 대리석 세면대 모서리를 양손으로 짚은 채 카엘은 여전히 불규칙한 호흡을 내쉬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노려보았다. 터져 나오려는 원초적 갈망과, 저 대여품 같은 여자에게 손을 대는 것만큼은 절대 허락할 수 없다는 드높은 자존심 사이에서 맹렬한 싸움이 머릿속에서 벌어지고 있었다."이런 싸구려 본능에 굴복할 순 없어, 카엘."아랫배에서 낮게 타오르는 긴장감을 애써 억누르며 그는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한편, 침실 안에서 헬레나는 길고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넓은 마스터 베드룸에는 창가 근처에 긴 벨벳 소파가 놓여 있었다—한젤 부인 앞에서 부부 행세를 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방을 쓰게 된 이후로 그녀의 침실이 되어버린 자리였다.화장대 앞에 선 헬레나는 마룬빛 벨벳 드레스의 지퍼를 천천히 내리고 느슨한 크림색 새틴 파자마 세트로 갈아입었다. 조심스럽게 화장솜 몇 장과 클렌징 토너를 집어 들고 얼굴의 옅은 메이크업을 부드럽게 지워냈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민낯을 바라보다 그녀의 손길이 멈췄다."소유물이라니, 원."헬레나가 민낯인 뺨을 만지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내 외모가 싸구려 남자들이나 꼬이게 만든다고 했지?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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