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옥은 두 사람 사이의 냉랭한 기류를 느꼈는지 기태우에게 온진아의 그릇에 반찬을 좀 얹어주라며 넌지시 압박을 가했다.이에 기태우는 별다른 표정 없이도 할머니의 체면을 세워주려는지 온진아 앞의 생선국을 한 국자 떠주었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기유영은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애꿎은 밥그릇만 뒤적이며 속에서 들끓는 살기를 억눌렀다.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기태우가 국그릇을 내밀려는 찰나, 온진아가 불쑥 할머니의 앞접시에 음식을 덜어주었다.“할머니, 이거 드셔보세요.”그녀의 움직임에 기태우가 내민 손이 허공에 덩그러니 멈췄다. 무안할 정도로 민망한 상황이었다.박현옥 역시 그 미묘한 신경전을 눈치채고는 더 이상 두 사람에게 강요하지 않았다.반면 기태우는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삼키며 내밀었던 그릇을 다시 제 앞으로 가져왔다.잠시 후, 박현옥은 대화가 끊긴 틈을 타 온진아의 손을 유심히 살폈다. 늘 왼쪽 약지에 끼워져 있던 다이아몬드 반지가 보이지 않아 의아한 듯 물었다.“진아야, 반지 어디 갔어?”예전엔 그 반지를 어찌나 아끼던지, 무슨 일을 하든 절대 빼지 않았던 온진아였다.사실 그 반지는 결혼할 때 온진아가 제 돈을 털어 직접 산 것이었다. 기태우가 그녀에게 끼워준 적 없는, 오직 그녀 혼자만의 애착이 담긴 반지였다.한때는 그 작은 원형 안에 사랑과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가득 채워 넣었지만 이제 그 모든 의미는 재가 되어 사라진 지 오래였다.“아, 실수로 잃어버렸어요.”온진아가 담담하게 답했다. 사실은 이미 내다 버린 뒤였다.“잃어버렸다고? 그렇게 아끼던 걸 어쩌다?”박현옥이 놀란 기색으로 되물었지만 온진아의 메마른 표정을 보고는 이내 말을 아꼈다.“뭐, 반지 하나일 뿐인데 별수 없지 뭐. 나중에 태우랑 같이 가서 새로 하나 맞추렴.”식사가 끝나고 박현옥은 온진아를 자신의 침실로 따로 불렀다. 그녀는 금고에서 귀한 에메랄드 목걸이를 꺼내 직접 걸어주려 했다.이에 온진아는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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