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의 주인공은 진승호였다.그는 기천 그룹 강진 지사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이자 매출의 80%를 책임지는 거물이었다. 온진아의 모든 협력사 중에서도 단연 소통하기 제일 편한 상대이기도 했다.그 당시 온진아에게 강진은 척박한 땅이었다. 가진 것 없는 신출내기였던 시절, 세상의 냉대 속에 웅크려 있던 그녀에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 준 사람이 바로 진승호였다. 그가 투자를 시작하자 비로소 다른 이들도 온진아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진승호는 협상 과정에서 억지를 부리거나 몸값을 깎는 일 없이 늘 호탕하고 진솔했다. 어쩌면 이런 점들이 그가 수년간 온진아의 ‘귀인’이었던 이유이기도 했다.그녀는 빠르게 감정을 추스르고 전화를 받았다.“승호 씨, 안녕하세요.”“네, 온진아 씨.”진승호는 언제나 그랬다. 깍듯하고 겸손한 태도로 갑을 관계의 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온진아가 몇 번이나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지만, 그는 한결같이 예의를 지켰다.“부성으로 돌아갔다는 소식 들었습니다.”“네, 어젯밤에 도착했어요.”혹여 일 때문에 걱정할까 봐 온진아가 덧붙였다.“프로젝트는 양정원 씨한테 인수인계 다 마쳤어요. 궁금한 점 있으시면 그쪽으로 연락하셔도 되고 저한테 직접 말씀해주셔도 됩니다.”“일 때문에 연락 드린 건 아닙니다.”진승호는 그녀가 말을 마치고 나서야 조용히 입을 뗐다.“급하게 내려가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요?”“그게...”망설임 끝에 온진아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실은 어머니가 편찮으셔서요.”“많이 위중하신가요? 제가 뭐 도와드릴 거라도 있나요?”그 말에 온진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어머니의 일을 알게 된 후, 처음으로 들은 진심 어린 걱정이었다.미처 대답하기도 전, 진승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돈 필요해요 아니면 다른 지원을 해드릴까요?”다른 사람이었다면 불쾌했을 질문이었지만 진승호의 어조는 지나치게 따뜻하고 진중했다. 온진아는 알 수 있었다. 이건 계산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말이다.벼랑 끝에 몰린 탓이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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