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희가 강도혁의 비서에게서 임윤지와 임경수가 함께 종적을 감췄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그녀가 병실에서 펄쩍펄쩍 뛰며 기뻐하더니 당장 간병인을 불러 짐을 챙기라고 했다. 오늘 바로 강도혁의 집으로 들어갈 심산이었다.샤넬 투피스를 차려입고 손에 에르메스 신상 백을 든 백나희가 현관문 옆에 비스듬히 기대어 섰다. 그러고는 선글라스를 벗고 이사 업체 직원들에게 손가락질하며 지시했다.“조심 좀 해요. 그쪽 물건들 다 한정판 보석들이라고요.”“아앗, 내 드레스. 바닥에 끌리잖아요.”일렬로 늘어선 도우미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거실에 서서 안주인 행세를 하는 백나희를 지켜보았다.백나희가 그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거들먹거리며 쏘아붙였다.“왜들 그렇게 쳐다봐? 당장 올라가서 안방 치우지 못해? 미래 사모님의 일을 그르치면 너희들이 책임질 거야?”도우미들이 서둘러 우르르 몰려가 방을 치우기 시작했다. 다들 앞으로 이 집에서의 나날이 험난할 것이라며 불평을 늘어놓았다.백나희가 옷장에서 잠옷을 꺼내 입고 거실 소파에 대자로 누웠다. 그러고는 각도를 바꿔가며 셀카를 수십 장 찍은 뒤 임윤지에게 모조리 전송했다.[임윤지, 네가 공들여 꾸며놓은 이 집에 내가 이렇게 빨리 들어올 줄은 몰랐지?][네 덕분에 힘 하나 안 들이고 재벌가 사모님 생활을 누리게 생겼네.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하나?]...며칠을 미친 듯이 찾아 헤맸음에도 강도혁은 임윤지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그날 오후 비서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나쁜 소식이 전해졌다.“임윤지에 관한 정보가 말소되었다고? 아예 조회가 안 돼?”비서가 전화 너머로 다시 한번 말했다.“네, 사모님의 휴대폰 번호는 물론 SNS 계정도 전부 삭제되었어요. 대표님, 주제넘은 말씀입니다만 사모님께서 대표님이 절대 찾지 못하도록 스스로 모든 퇴로를 끊어버리신 것 같아요. 아무래도...”강도혁이 바에 앉아 술을 연거푸 들이켰다.바 테이블에 던져둔 휴대폰이 끊임없이 진동했다. 발신자가 백나희였으나 화면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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