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임윤지의 아버지 임경수가 심장병으로 생사를 오간 지 7년, 마침내 기적처럼 적합한 심장을 찾았다. 하지만 수술을 하루 앞둔 밤, 7년을 함께 산 남편 강도혁이 그 심장을 내연녀에게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강도혁이 꼿꼿한 자세로 서 있었다. 얼굴에 임윤지가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빛이 서려 있었다. “윤지야.” 그의 목소리에 그 어떤 감정의 동요도 묻어나지 않았다. “나희 상태가 갑자기 급격하게 나빠졌어.” 차가운 부름에 임윤지의 심장도 차갑게 얼어붙었다. 문득 불길함이 엄습해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심장을 이식해야 해.” 임윤지를 빤히 쳐다보는 강도혁의 두 눈에 일말의 타협이나 반항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단호함이 섞여 있었다. “지금 당장.” 그가 내뱉은 한마디 한마디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이제 막 희망의 불씨가 타오르던 그녀의 가슴을 잔인하게 난도질했다. 임윤지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강도혁,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우리 아빠... 이 심장을 무려 7년이나 기다렸어!”
View More세미나 당일, 심한결이 거액을 들여 체격이 우람한 경호원들을 몇 명 고용해 임윤지를 밀착 경호하게 했다.경호원들에게 가로막힌 강도혁이 분통을 터뜨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비서가 세미나 입장권 한 장을 그에게 건넸다.“대표님, 입장권이 한 장뿐이라 저는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돌아설 때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도혁을 보고는 낮게 말했다.“대표님, 알아서 잘하시길 바랄게요.”사회자의 열띤 소개와 함께 임윤지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단상에 올라 인사했다. 깔끔하게 틀어 올린 머리에 순백의 정장을 입어 우아하고 지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다.“안녕하세요, 임윤경입니다.”전 세계에서 모인 최정상급 심장 전문가들 앞에서도 임윤지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그녀의 당당한 태도와 전문 분야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장내 모든 이들의 찬사를 자아냈다.강도혁은 단 한순간도 임윤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임윤지는 과거의 열등감을 완벽하게 던지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사회자가 심장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묻자 임윤지가 무대 아래의 강도혁을 힐끗 쳐다봤다.“저희 아빠 때문입니다. 아주 심각한 심부전을 앓으셨거든요. 5년 전에 심장 이식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악의를 품은 누군가에 의해 그 기회를 무참히 빼앗기고 말았죠. 그 끔찍한 절망 속에서 인공 심장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강도혁이 의자 팔걸이를 꽉 쥔 바람에 팔뚝에 핏대가 솟았다. 그가 갑자기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갔다.“윤지야, 그 건강한 심장 아직 병원에 보관되어 있어. 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고. 지금 당장 병원에 연락해서 수술 준비하라고 할게.”장내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임윤지에게 쏠렸다. 그녀가 심호흡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여러분께 소개하죠. 이 남자가 바로 저의 전남편이자 5년 전 아빠에게 이식될 예정이었던 심장을 가로챈 장본인입니다. 이유가 뭔지 아세요? 내연녀가 가벼운 협심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그 순간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얼굴에 철판을 깔았나? 내
임윤지와 안하영이 가볍게 술 몇 잔을 마셨다. 안하영은 강도혁이 또 나타나 귀찮게 굴까 봐 임윤지를 방까지 데려다주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그녀가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심한결에게서 전화가 왔다.“아직도 안 잤어요?”임윤지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며 안하영과 술을 마시며 회포를 푼 이야기를 꺼냈다.“5년 만에 만났더니 수다가 끝이 없더라고요.”“술만 마셨어요? 출출하진 않고요?”임윤지가 홀쭉해진 배를 쓰다듬었다.“그러고 보니 진짜 배가 좀 고프긴 하네요.”바로 그때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리자 임윤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한결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문밖에 심한결이 배달 음식을 들고 서 있었다.“어때요? 깜짝 놀랐죠?”임윤지가 한 상 가득 차려진 야식을 맛있게 먹으며 물었다.“여기까지 왜 왔는지 아직 대답하지 않았어요.”심한결이 그녀의 컵에 물을 따라줬다.“무운시에 친구들이 있거든요. 친구들 보러 왔어요.”그녀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정말요?”심한결이 그녀의 눈빛을 피하다가 이내 항복 선언을 했다.“난 참 거짓말에 소질이 없네요. 윤지 씨가 걱정돼서 왔어요. 아버님도 윤지 씨가 걱정된다고 그러셨고요. 멀리서 계속 걱정만 하느니 차라리 와서 옆에 있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임윤지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어쩌면 심한결이 딱 맞게 나타나 준 건지도 모른다. 그의 존재가 강도혁의 헛된 미련을 단념시킬 수 있을 테니까.심한결이 그녀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임윤지가 하던 생각을 거뒀다.“그럼 내일 나랑 같이 세미나에 가요. 심한결 선생님이 옆에 있으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한편 비서를 통해 어떤 낯선 남자가 임윤지의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은 강도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미친 듯이 차를 몰아 호텔로 달려갔다.“이 호텔 남은 객실 전부 다 예약할 테니까 당장 체크인 진행해요.”심한결이 로비로 내려와 강도혁의 곁을 스쳐 지나가던
지하실의 육중한 문이 발길질에 쾅 하고 열리며 매캐한 먼지가 일었다.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앙상한 체구의 누군가가 소리를 듣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 기괴할 정도로 창백해진 피부, 매일 주어지는 찐빵 한 개와 물 한 컵이 전부였던 백나희는 이제 뼈밖에 남지 않았고 머리카락도 거의 다 빠져 있었다.그녀가 가느다란 팔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 눈을 가늘게 떴다. 훤칠한 키의 강도혁이 빛을 등진 채 걸어왔다.그의 서늘한 얼굴을 본 순간 백나희가 두 눈을 파르르 떨더니 손과 발로 바닥을 짚은 채 그의 발밑으로 기어갔다.“대표님, 제발 저 좀 나가게 해주세요. 제발요!”강도혁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만하게 백나희를 내려다보았다.“백나희, 내가 왜 아직 네 목숨을 붙여두고 있는지 알아?”그가 비좁은 지하실 안을 천천히 거닐었다.“널 윤지 앞에 끌고 가서 사과하게 해야 하니까. 네가 내 아이를 죽였어. 내 결혼을 망쳐놨다고! 그러니 절대 쉽게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목숨만 간신히 붙여놓고 죽지 못해 사는 게 무엇인지 똑똑히 알게 해주겠어.”백나희가 시멘트 바닥에 널브러졌다. 숨을 쉴 때마다 가래가 끓는 소리가 났다.“강도혁, 진짜 나 때문에 너랑 임윤지 사이가 깨졌다고 생각해?”벽에 기대어 겨우 몸을 일으키다가 먼지를 들이마신 바람에 격렬하게 기침했다. 한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랑 임윤지의 사랑을 죽인 진짜 살인마는 바로 너야. 네가 계속 날 오냐오냐하니까 임윤지가 마음이 식어버린 거라고. 그런데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나한테 뒤집어씌워?”화가 난 강도혁이 백나희의 갈비뼈를 세게 걷어찼다. 뼈가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우두둑 울렸다.그가 허리를 굽혀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백나희, 내가 널 오냐오냐한 건 맞아. 하지만 내가 언제 사람을 시켜서 윤지를 두들겨 패라고 했어?”그들에게도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잃고 말았다. 이건 강도혁의 가슴속에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였다.임윤지의 그 절망적인 눈빛이 꿈
“대표님, 찾았습니다.”비서가 무운시 의료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하나를 내밀었다.[국제 심장병 학술 세미나에 참석하려면 무운시로.]강도혁이 초청자 명단을 꼼꼼히 훑었지만 임윤지의 이름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사모님께서 신분을 지우고 떠나셨으니 이름을 바꾸신 게 아닐까요?”아니나 다를까 명단에 임윤지와 느낌이 비슷한 이름 하나가 있었다.[임윤경.]“당장 이 임윤경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사해. 이 사람이 윤지일 확률이 높아.”비서의 일 처리가 아주 신속했다. 전화 몇 통을 돌린 끝에 ‘임윤경’이 묵고 있는 호텔을 알아냈다.1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던 강도혁이 즉시 차를 돌려 호텔로 향했다.하지만 호텔 프런트 직원 역시 공항 직원과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임윤경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비서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강도혁이 호텔을 다 때려 부쉈을 것이다.“대표님, 차라리 가장 무식한 방법이 낫겠어요. 여기서 기다리시죠.”그렇게 강도혁과 비서가 호텔 로비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임윤지는 방에서 간단히 씻은 뒤 호텔 근처의 작은 선술집에서 안하영과 가볍게 한잔할 생각으로 내려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로비 소파에 앉아 있는 강도혁을 한눈에 발견했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필사적으로 태연한 척하며 밖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때 강도혁이 다가와 그녀를 잡았다.“윤지야.”임윤지가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죄송한데 사람 잘못 보셨어요.”강도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윤지야, 나한테 화내는 건 다 참을 수 있어. 하지만 모른 척만은 하지 마.”임윤지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제 이름은 임윤경입니다. 그쪽이 말하는 윤지가 아니니 자중하세요. 한 번만 더 이러면 당장 경찰 부를 겁니다.”강도혁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윤지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날 모른다고 할 수 있어?”그녀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강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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