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배신당한 억만장자의 전처: Chapter 31 - Chapter 40

120 Chapters

31

제 31장엘레나는 곁에서 방방 뛰는 올리비아의 해맑은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학교 행사가 끝나고 난 뒤, 큰딸의 얼굴에 피어난 미소를 보니 그동안의 피로가 모두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네이선은 말없이 그들 곁을 걸었다. 그의 한 손에는 아까 올리비아에게 선물했던 커다란 곰 인형이 들려 있었다."점심은 뭘 먹을까요?" 네이선이 올리비아의 말 때문에 아직 조금 어색해하는 엘레나를 힐끗 보며 물었다.엘레나는 미소 지으며 휴대전화를 꺼냈다. "먼저 타마라에게 전화 좀 해볼게요. 캐티와 델리아를 너무 오래 혼자 둘 수는 없어서요."그녀가 빠르게 번호를 누르고 귀에 휴대폰을 갖다 대자, 곧 타마라가 전화를 받았다."엘, 걱정 마. 내가 잘 돌보고 있으니까. 사실 지금 캐티가 델리아한테 틱톡 댄스 가르치고 있어." 타마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세상에... 알겠어. 그럼 잠시만 더 부탁할게. 밥 먹고 바로 갈게.""천천히 먹고 와." 타마라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통화를 마친 엘레나는 올리비아와 네이선을 향해 돌아섰다. "타마라가 애들 괜찮대요. 그럼... 식사하러 갈까요?"네이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아이들도 좋아하고 음식 맛도 괜찮은 곳을 알고 있습니다."그들은 네이선의 차가 세워진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의 걸음이 멈췄다.주차장 건너편, 짙은 색 슈트를 차려입은 다미안이 서 있었다. 그는 흥미 없다는 듯 휴대폰을 확인하고 있는 이사벨라를 껴안고 있었다.다미안의 시선이 곧장 엘레나와 네이선, 그리고 올리비아에게 꽂혔다. 그는 낮게 코웃음을 치며 그들에게 빠르게 다가왔다."엘레나." 다미안이 비꼬는 투로 불렀다.엘레나는 반사적으로 올리비아의 손을 꽉 잡았고, 그녀의 눈빛은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네이선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엘레나의 앞을 든든하게 막아섰다.다미안은 네이선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와, 여기서 당신을 볼 줄은 몰랐네. 당신의 그 쓸모없는 애 둘은 어디 갔어?""그만해, 다미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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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제 32장카페 안은 훈훈한 분위기로 가득했다. 엘레나는 네이선, 그리고 세 딸과 함께 웃음꽃이 피어나는 점심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올리비아, 캐티, 델리아는 마치 친아빠의 사랑을 되찾은 듯 네이선 곁에서 너무나 편안해 보였다.하지만 우아한 차림의 중년 여성이 카페 안으로 들어서자 그 따스함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날카로운 눈매가 실내를 훑더니 이내 네이선에게 고정되었다. 엘레나와 아이들과 함께 앉아 있는 아들의 모습을 본 그녀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졌다.어머니의 등장을 알아챈 네이선이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니." 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인사했다.소니아 부인이 다가왔다. 그녀의 차가운 시선은 엘레나와 세 딸에게 꽂혔다. "네이선, 저 여자는 누구니?" 그녀가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엘레나는 당혹감을 느끼며 서둘러 일어나 정중하게 미소 지으려 애썼다. "안녕하세요, 사모님. 저는 엘레나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은 제 딸들인 올리비아, 캐티, 델리아예요."소니아 부인은 소개를 무시한 채 다시 네이선을 바라보았다. "네이선, 너와 할 말이 있다. 지금 당장."네이선이 한숨을 내쉬며 엘레나를 돌아보았다. "미안해요, 엘레나. 잠시 자리를 비워야겠어요."엘레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네이선과 그의 어머니가 카페를 나간 뒤, 엘레나는 음식과 대화로 아이들의 주의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사벨라가 나타나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엘레나, 꼴이 아주 볼만하네." 이사벨라가 조롱하듯 말했다.엘레나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원하는 게 뭐야, 이사벨라?"이사벨라가 낄낄거렸다. "그저 딸 셋 딸린 과부가 어떻게든 부자를 꼬셔보려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말이지."엘레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느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이사벨라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찰진 소리가 카페 안에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일제히 침묵했다.이사벨라가 얼얼한 뺨을 부여잡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감히!"그때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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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제 33장엘레나가 택시에서 내리며 사뿐히 발을 내디뎠다. 머리는 단정하게 묶어 올렸고, 얼굴에는 피로가 서려 있었지만 눈빛만은 결연했다. 그녀가 네이선 사무실 로비의 유리문을 통과하려던 찰나, 검은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죄송합니다, 엘레나 씨. 사장님께서 외부 회의 중이십니다. 이쪽으로 따라오시죠."엘레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건물 앞에 세워진 번쩍이는 검은색 세단을 보는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 차창이 천천히 내려갔다. 그 뒤로 소니아 부인의 오만한 얼굴이 드러났다."타라. 할 얘기가 있으니." 그녀가 거절할 수 없는 어조로 툭 내뱉었다.엘레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이내 걸음을 옮겨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올라탔다. 문이 자동으로 잠겼다. 차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차 안의 공기는 마치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 숨이 막혔다."어떤 말씀을 하시려는 건가요?" 엘레나가 가슴이 쿵쾅거리는 것을 억누르며 차분하게 물었다.소니아 부인은 군더더기 없이 호화로운 핸드백에서 두툼한 흰색 봉투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엘레나의 무릎 위에 올려놓았다."여기에 10억이 들어있다. 너와 세 아이들이 편안하게 살기에 충분한 돈이지… 다른 도시에서 말이야. 원한다면 다른 나라로 가도 좋아. 단, 조건이 있다."엘레나는 봉투를 손으로 만졌지만 열지는 않았다. 그녀는 옆에 앉은 여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무슨 말씀을 하시려는지 알겠어요." 그녀가 나직이 말했다. "네이선 씨 곁에서 떠나라는 거죠?""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소니아 부인이 쏘아붙였다. "네가 누군지 다 알고 있다. 네 가정 배경, 그리고 네 과거가 얼마나 난잡했는지도 말이야. 내 아들이 너 같은 여자 때문에 망가지는 꼴은 못 본다."엘레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여전히 참고 있었다. 하지만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말씀 다 하셨나요?" 그녀가 건조하게 물었다."아직이다." 소니아 부인이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더 날카롭게 덧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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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 34장오후부터 내리던 장대비가 건물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하늘이 어둑해지며 거리의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드로잉 도구들을 폴더에 챙겨 넣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빗방울이 가득 맺힌 사무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정말 긴 하루였어.' 그녀는 생각했다. 다행히 모든 디자인 작업은 끝났고 수정본도 발송했으니, 더 남은 일은 없었다."엘레나 씨, 아직 퇴근 안 하셨어요?" 얇은 레인코트를 입고 우산을 든 밀라가 물었다.엘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가방을 챙겨 메었다. "택시를 기다리고 있어요."밀라가 밖을 힐끗 보았다. "비가 너무 많이 오네요. 전 로비에서 기다릴게요."엘레나는 그저 미소 지을 뿐이었다.밀라가 작별 인사를 하고 떠난 뒤, 엘레나는 로비로 내려갔다. 건물 앞 계단에 고인 웅덩이 때문에 구두가 젖어 들었다. 건물 입구 지붕 아래에 서 있었지만, 들이치는 비 때문에 머리카락도 조금씩 눅눅해지기 시작했다.엘레나는 보도에 서서 앱으로 택시를 부르려 했지만, 모든 차량이 '배차 불가' 상태였다."세상에, 이럴 수가." 그녀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파고들어 손끝이 떨려왔다.멀리서 검은색 차량의 불빛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그녀 앞을 멈춰 섰다. 창문이 내려가고, 운전석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엘레나!"네이선이었다. 역시나.엘레나는 못 본 척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가방을 꽉 껴안은 채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척했다.네이선이 커다란 검은 우산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엘레나에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막아주었다."여기서 혼자 다 젖으면서 뭐 하는 거예요?" 네이선이 엘레나 위로 우산을 씌워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택시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엘레나가 짧게 답했다. 추운 날씨와 갑작스러운 네이선의 등장에 정신이 조금 혼미했다."차에 타요, 엘레나. 빨리요, 정말로 병나겠어요." 네이선이 다정하게 타이르며 엘레나의 떨리는 팔을 건드렸다.엘레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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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제 35장엘레나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아파트에 들어섰다. 문이 닫히자 외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잠시 문에 등을 기댄 채 눈을 감고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네이선의 차 안에서 있었던 일들이 여전히 생생하게 떠올라 뺨이 뜨거워졌다."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고요한 방 안,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엘레나는 눈을 뜨고 아늑하지만 단출한 아파트를 둘러보았다. 불도 켜지 않은 채 그녀는 욕실로 향했다. 마치 생각의 무게가 중력을 더하는 것처럼 발걸음 하나하나가 무겁게 느껴졌다.욕실에 도착한 엘레나는 불을 켜고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평소 반짝이던 갈색 눈동자는 이제 의구심과 후회로 가득 차 희미해 보였다."엘레나, 넌 더 강해져야 해." 그녀는 마음속의 혼란을 다잡으려 스스로에게 힘내라고 속삭였다.엘레나는 비에 젖어 살갗에 달라붙은 옷을 하나씩 벗어 던졌다. 완전히 알몸이 된 그녀는 샤워 부스로 들어가 따뜻한 물을 틀었다. 물방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을 적셨다. 마치 육체의 오염뿐만 아니라 마음속에 쌓인 감정의 짐까지 모두 씻어내려는 듯했다.엘레나는 눈을 감고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물줄기를 느꼈다. 생각은 다시 네이선과의 차 안으로 돌아갔다. 그의 다정한 손길, 그윽한 눈빛, 그리고… 그 입맞춤.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이런 일이 일어나게 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물소리에 묻혀 나직한 탄식이 흘러나왔다.하지만 후회 밑바닥에는 또 다른 감정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바로 그리움이었다. 전남편 다미안이 다정하게 그녀를 만져준 지는 벌써 3년이 지났다. 네이선과 함께 있을 때 느꼈던 온기는 그녀의 삶에서 오랫동안 사라졌던 것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하지만 이건 잘못된 거야." 그녀는 다시 한번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다.몇 분 후, 엘레나는 샤워기를 끄고 수건을 집어 들었다. 그녀는 마치 피부를 문지르는 매 순간이 마음을 진정시켜 주기라도 하듯 천천히 몸을 닦았다. 편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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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6장다음 날.해 질 녘, 서쪽 지평선 너머로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할 무렵 엘레나는 타마라에게 메시지를 받았다. 그녀는 소박한 아파트 거실에 앉아, 감정이 벅차오르는 얼굴로 억누를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타마라] 엘레나, 믿기지 않을 거야! 새 파트너들이 대금을 입금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야. 타마라가 커다란 웃음 이모티콘과 함께 메시지를 보냈다.엘레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뿌듯함과 안도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정말이야, 타마라? 결과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 그간의 노력이 드디어 결실을 보는구나.]타마라의 답장은 금방 도착했다. [응, 엘레나. 모든 거래가 완료됐어. 이제 네이선 씨 회사에서의 업무도 완벽하게 끝마쳤고.]엘레나는 뺨을 어루만지며 살며시 미소 지었다. [그래, 맞아. 이제 내가 앞으로 나아가 새 출발을 할 때가 된 것 같아.]엘레나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커다란 창가에 섰다. "모든 계획은 세웠어. 이 도시를 떠날 거야. 하지만 누구에게도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리지 않을 거야.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나만의 사업 제국을 세워야 해." 그녀가 나직이 혼잣말을 읊조렸다.잠시 후, 타마라가 종이와 펜을 들고 거실로 나타났다. "엘레나, 네이선 씨 회사에 제출하라고 한 사직서를 작성해 왔어." 그녀가 진지하면서도 따뜻한 어조로 말했다.엘레나가 가까이 다가갔다. "한 번 볼 수 있을까?"타마라가 건네준 종이를 엘레나가 꼼꼼히 읽어 내려갔다. "이 정도면 적당하겠지? 모든 게 분명하게 명시됐고?" 그녀가 회의적인 말투로 물었다."응. 이 사직서를 제출할게. 그리고 한 가지 더, 누구도 내가 떠난다는 사실을 몰라야 해. 이곳에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을 거야. 모든 걸 깔끔하게 처리해 줘." 엘레나가 단호하게 대답하며 친구이자 비서인 타마라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타마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 엘레나. 사직서는 최대한 빨리 제출할게. 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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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제 37장다음 날 아침.네이선은 손도 대지 않은 커피 잔을 앞에 둔 채 서재에 앉아 있었다. 그는 노트북 화면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문을 두드리는 조심스러운 노크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들어와." 그가 짤막하게 대답했다.비서가 갈색 폴더를 들고 서재 안으로 들어왔다."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네이선 씨." 비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늘 아침 막 도착한 중요한 서류가 있어서요. 엘레나 씨에게서 온 것입니다."네이선의 눈빛이 즉시 날카롭게 변했다. "엘레나라고?""네, 사장님." 케빈이 폴더를 건네며 대답했다.네이선은 그것을 낚아채듯 받아 들고 폴더를 열었다. 그의 눈이 빠르게 내용을 읽어 내려갔고, 순간 그의 턱이 딱딱하게 굳어졌다."사직서?"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억누를 수 없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비서가 마른침을 삼켰다. "네, 사장님. 공식적인 사직서입니다. 그녀는 모든 업무를 완벽히 마무리하고...""내 허락도 없이?" 네이선이 말을 자르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냥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정말이지 대단하군!"비서는 남자가 뿜어내는 차가운 아우라의 압박에 반 걸음 뒤로 물러났다."그녀에게 연락해 봤나?" 네이선이 날카롭게 물었다."해봤습니다, 사장님. 하지만... 엘레나 씨의 번호가 지금 비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모든 연락처를 끊은 것 같습니다."네이선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냥 이렇게 떠날 수는 없어. 특히 그런 뒤에..."말끝이 흐려졌다. 그는 잠시 창밖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이내 빠른 걸음으로 서재를 나섰다."차 준비해!" 문이 닫히기도 전에 그가 명령했다.네이선이 엘레나가 살던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그는 차에서 내려 빠른 걸음으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경비원이 그를 불렀지만 네이선은 무시했다.그는 엘레나가 살던 5층으로 올라가 문을 거칠게 두드렸다."엘레나, 나야! 네이선!" 그가 소리쳤다.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는 더 세게 다시 두드렸다. 여전히 침묵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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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 38장평소와 다름없이 그날 오후도 국제공항은 북적였다. 사람들은 가족을 마중 나가거나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하지만 그 인파 속에서 선글라스를 쓴 긴 머리의 여성이 네 아이를 동반한 채 우아하게 걸어 나왔다. 선글라스 뒤로 엘레나의 눈동자가 주변을 살폈고, 그녀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공기를 한껏 들이마셨다."엄마, 여기가 엄마가 예전에 살던 곳이야?" 곧 다섯 살이 될 아들 알바가 엄마의 손을 꼭 잡으며 물었다.엘레나는 내려다보며 웃음을 터뜨렸고, 다정하게 알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응, 아가. 엄마랑 너의 세 누나들이 예전에 여기서 살았단다.""와, 생각도 못 했어요. 이 도시에 다시 오게 되다니!" 이제 십 대 소녀가 된 올리비아가 감탄했다.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엘레나를 닮아가고 있었다.캐티와 델리아는 공항 밖으로 보이는 높은 빌딩들을 구경하느라 바빴다. 아이들의 얼굴엔 설렘이 가득했다."모든 게 다 달라 보여요." 캐티가 말했다."그때는 세 살밖에 안 돼서 이 도시를 잘 몰랐거든요." 델리아가 덧붙였다.엘레나는 그저 옅은 미소를 지었다. 5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녀는 상처와 희망만을 안고 떠났지만, 이제는 성공과 강인함을 품고 돌아왔다. 그녀는 당당히 자신만의 사업 제국을 건설해 냈다.다른 한편, 도시에서 가장 큰 패션 기업이 입주한 마천루 안에서 네이선은 재무제표를 검토하고 있었다. 그는 꼿꼿이 앉아 차분하지만 집중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의 비서 케빈이 조용히 노크를 하고 들어왔다."네이선 씨." 케빈이 인사했다.네이선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물었다. "무슨 일인가?""방금 정보를 하나 입수했습니다." 그가 서류 파일을 건네며 말했다. "엘레나 씨가… 귀국했습니다."그 순간, 네이선은 하던 모든 일을 멈췄다. 그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엘레나?" 그가 속삭였다. "확실한가?"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오늘 아침 네 아이와 함께 입국했습니다."네이선은 의자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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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9장"하지만 전 여전히 떠날 거예요." 엘레나가 말했다."엘레나..." 네이선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솔직하게 말할게요." 네이선이 말을 이었다."말씀하세요, 네이선 씨.""당신을 사랑해요, 엘레나."엘레나가 작게 숨을 들이켰다. 그녀는 시선을 피하려 했지만, 네이선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진실한 눈빛으로 엘레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당신의 그림자를 안고 5년을 살았어요. 당신이 돌아오길 바랐던 5년이었죠. 그런데 이제 당신이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났어요.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요."엘레나는 눈을 감고 감정을 추스르려 애썼다. "네이선 씨, 그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왜죠?" 네이선이 부드럽게 말을 잘랐다. "과거 때문인가요? 전남편에게 받은 상처 때문인가요?"엘레나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누구도, 저 자신조차도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아요. 더 이상 마음을 열고 싶지 않아요, 네이선 씨."네이선이 한 걸음 더 다가왔고, 그의 목소리는 더욱 부드러워졌다. "나와 함께라면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엘레나. 당신을 다치게 하지 않을게요."엘레나는 눈물이 고인 눈으로 네이선을 바라보았다. "제 삶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당신은 몰라요. 한 사람을 믿었고, 제 인생 전부를 맡겼었는데... 그가 모든 걸 망가뜨렸죠. 그 상처 속에서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했어요.""알아요. 아이들을 홀로 키우며 당신이 느꼈을 감정을 느낄 수 있어요. 엘레나, 당신은 내가 아는 가장 강인한 여자예요."엘레나는 강해지려고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미안해요, 네이선 씨. 하지만 지금 당장은 당신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아직 트라우마에서 회복되지 않아서인가요?" 네이선이 그녀를 깊이 응시했다. "그렇다면 그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게 해줘요. 강요하지 않을게요. 그저 당신 곁에 있고 싶을 뿐이에요."엘레나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마음을 다시 열 수 있을지 모르는 사람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아요."네이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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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제 40장지난 두 달 동안, 다미안과 이사벨라의 유일한 아들 다비드는 스위스의 유명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한때 희망과 부유함 속에서 태어났던 다섯 살 소년은 이제 백혈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다미안, 다비드 열이 다시 올라요." 중환자실 앞, 이사벨라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항상 흐트러짐 없던 그녀의 머리는 대충 묶어 올린 상태였고, 얼굴은 창백하며 눈은 퉁퉁 부어 있었다.다미안은 검은 정장이 구겨진 채 그녀 옆에 서 있었다. 지난 두 달 동안 그의 눈은 제대로 감긴 적이 없었다. "몸이 약해졌는데도 항암 치료를 멈추지 말라고 했잖아." 그가 자신에게 하듯 나직이 읊조렸다."다비드는 강하지 않아요, 다미안... 그 작은 몸이 너무 지쳤다고요." 이사벨라는 무너져 내릴 것 같은 심장을 보호하듯 자신의 몸을 껴안았다.다미안이 주먹을 꽉 쥐었다. "그 아이는 랭커스터의 후계자야. 다비드는 강해야만 해."의사가 급히 그들에게 다가왔다. "랭커스터 씨, 다비드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즉시 수술실로 옮겨야 합니다. 유일한 선택지입니다."이사벨라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수술요? 지금 당장요?""네, 부인. 더 지체하면 의식을 영영 잃을 수도 있습니다."다미안이 의사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무슨 수를 써서든 해내시오. 최고의 장비를 쓰고, 사방에서 전문의들을 불러 모아!""어제부터 계속 연락하고 있습니다. 수술실을 준비 중입니다."의료진이 호흡기를 단 다비드의 쇠약해진 몸을 싣고 이동하자, 이사벨라는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그녀는 수술실 앞까지 아들의 침대를 뒤따랐다. 다미안은 멍하니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리에 굳어 있었다.두 시간 후...수술실 문이 천천히 열렸다. 의사가 침통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이사벨라는 몸을 떨며 즉시 일어섰다."선생님... 우리 아이는요?" 이사벨라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의사가 고개를 떨구었다.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30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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