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장다음 날 아침, 하늘은 여전히 흐렸고 간밤에 내린 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다미안은 엘레나와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 외곽의 낡은 식민지풍 저택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한밤중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급하게 사 온 장난감과 동화책이 담긴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문이 열리고, 헐렁한 회색 스웨터에 편안한 바지 차림의 엘레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카락은 대충 말아 올려 묶은 상태였다. 그녀의 눈가에는 피로가 역력했다."엘레나..." 다미안이 낮은 목소리로, 거의 주저하듯 입을 뗐다."다미안, 아침부터 무슨 일이죠?" 엘레나가 차분하게 물었다. 그녀는 문틀에 기대어 서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그냥...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요. 올리비아, 캐티, 그리고 델야를." 그가 억지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혹시 괜찮다면."엘레나가 몇 초간 그를 응시했다. 분노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온기도 없었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더 활짝 열어주었다."들어와요."다미안이 안으로 들어섰다. 집 안은 따뜻했고 은은한 계피 향이 감돌았다. 그는 벽에 걸린 가족 사진을 잠시 바라보았다. 엘레나와 네 아이들, 올리비아와 캐티, 델야, 그리고 알바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엘레나." 다미안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염치없는 거 알지만, 아이들과 얘기 좀 하게 해줘요. 적어도 내가 아직 그들의 아빠라는 걸 기억하게 하고 싶어요.""엄마!" 안쪽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라색 유니콘 잠옷을 입고 곱슬머리가 헝클어진 델야가 놀이방에서 달려 나왔다.엘레나가 몸을 낮춰 델야를 껴안았다. "아가, 너 보고 싶어 하는 분이 오셨어."델야가 고개를 돌렸고, 다미안을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기억을 더듬으려는 듯 잠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아저씨가… 아빠예요?" 델야가 순진하게 물었다.다미안은 목이 메어 거의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아가. 아빠야. 아빠 기억나니?"
Last Updated : 2026-08-22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