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배신당한 억만장자의 전처: Chapter 41 - Chapter 50

120 Chapters

41

제 41장엘레나가 태블릿 화면을 다시 한번 응시했다. 데이비드의 사진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보는 이의 마음을 아프게 만드는 슬픈 미소를 지닌 순진한 얼굴이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슬픔이 담겨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것은 아직 완전히 죽지 않은 과거 속에서 소리 없이 스며 나오는 서늘한 기운이었다."저 아이가 참 안쓰러워."엘레나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의 숨소리에 묻힐 정도로 작았다."아이는 잘못이 없어. 전혀."타마라가 엘레나의 미세하게 변하는 표정을 알아차렸다."너… 복잡해 보여.""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타마라."엘레나가 의자에 다시 주저앉으며 허탈하게 몸을 기댔다."한때는 그 남자를 사랑했어. 하지만 그 사람이 전부 망쳐버렸지. 나를 파멸시키고, 내 아이들을 버렸고, 그의 집안은—"목이 메어 목소리가 갈라졌다."내 세 딸을 마치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대했어. 내가 알바를 임신했을 때조차도."타마라가 엘레나의 곁에 앉았다."하지만 넌 그 모든 걸 이겨냈잖아, 엘레나. 일어섰고, 네 힘으로 아이들을 키워냈어."엘레나가 친구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서서히 단단해졌다."뭐가 가장 뼈저리게 아팠는지 알아? 데이미언이 이자벨라와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 때문만이 아니야. 랭커스터 가문 전체가 나와 내 아이들은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굴었다는 거야."엘레나가 씁쓸한 실소를 터뜨렸다. 운명을 조롱하는 듯한 쓴웃음이었다."웃기지 않아… 그 집 아들이 죽었을 때는 온 세상이 애도했어. 하지만 내 세 딸이 태어났을 때는… 아무 대단한 일도 아니었지. 내 딸들의 탄생은 환영받지 못했어."타마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결코 아물지 않은 오랜 상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엘레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가로 걸어간 그녀가 먼발치 하늘을 응시했다."그들은 랭커스터 가문의 후계자를 잃었다고 슬퍼하지.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게 있어… 후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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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제 42장그날 아침의 기자회견이 그토록 순식간에 온 세상을 뒤흔들 줄은 엘레나 자신도 예상하지 못했다. 로열 엠프레스 코퍼레이션 건물 밖을 나서자마자 그녀의 휴대폰은 단 한 시도 쉬지 않고 진동 울렸다. 수천 통의 메시지와 언론 매체들의 쏟아지는 전화, 심지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의 협력 제안까지 밀려들었다.하지만 그녀를 진정으로 놀라게 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오로지 단 하나의 목적—청혼을 하기 위해 그녀의 집 문 앞까지 찾아온 두 명의 젊고 잘생긴 성공한 남자들이었다."엘레나 씨,"캐나다 최대 기술 기업의 CEO인 조지 모로가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압도적인 자신감을 뿜어내며 입을 열었다."당신의 커리어를 오랫동안 지켜봐 왔습니다. 그리고 그 기자회견을 본 이상…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저와 함께 저녁 식사라도 하시지요. 엘레나 씨의 의향은 어떠십니까?"엘레나가 대답하기도 전에 두 번째 남자가 불쑥 끼어들었다."저녁 식사라면, 이미 예약해 뒀습니다."바람둥이로 유명하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지닌 젊은 이탈리아 출신의 CEO 펠릭스 디안젤로가 가로채듯 말했다."트라이베카의 프라이빗 루프탑입니다. 라이브 피아노 재즈와 최고의 와인까지 준비되어 있죠."조지가 코웃음을 쳤다."루프탑이랑 와인 따위로는 부족하지. 나한테는 전용기가 있어—오늘 밤 바로 파리에서 저녁을 먹을 수도 있다고."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있었지만, 엘레나는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청혼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을 두고 두 남자가 벌이는 기싸움 같은 상황은 평생 겪어본 적이 없었다."자, 두 분 다 진정해요."비공식적인 결투를 막으려는 듯 엘레나가 손바닥을 들어 보였다."두 분 다 너무 앞서 나가는 것 같네요."펠릭스가 씩 웃었다."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조지가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왔다."엘레나 씨, 진심입니다. 당신이 강하고 독립적인 여자라는 거 잘 압니다. 하지만 당신에게도 곁을 지켜줄 사람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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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제 43장네이선이 엘레나의 턱을 가볍게 감싸 쥐며 천천히 들어 올렸다."사랑해, 엘레나…"깊고 애틋한 눈빛으로 네이선이 속삭였다."다시 키스해도 될까?"엘레나의 얼굴이 사정없이 달아올랐지만,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 피했다."안 돼요, 네이선…"네이선이 동작을 멈췄다. 아쉽지만 그녀의 의사를 존중하듯 그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스쳤다."왜?"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가 물었다.엘레나가 길게 숨을 내쉬었다."난 5년 전에 차 안에서 먼저 안아달라고 조르던 그런 싼마이 여자가 아니라고요."그녀가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날의 일을 떠올리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워졌다.네이선이 무언가 입을 떼려던 찰나, 바닥을 세차게 울리는 구두 소리가 들려와 두 사람의 고개가 동시에 소리가 들린 곳으로 돌아갔다.깔끔한 남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성난 발걸음으로 방 안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뺨이 핼쑥해지고 턱선은 꽉 다물려 있었으며, 눈동자에는 깊은 상처가 서려 있었다."데이미언…"엘레나가 나직하게 읊조리자마자 온몸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네이선이 반사적으로 엘레나의 앞을 가로막으며 그녀를 보호하듯 섰다.데이미언이 한 손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엘레나, 내 아들 알바는 어디 있지?"그의 시선이 엘레나를 꿰뚫을 듯이 박혔다—그 순간 그의 눈동자 속에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후회와 공허함이 뒤섞인 눈빛이었다."알바를 만나게 해줘. 그 아이는 내 아들이잖아, 그렇지?"엘레나가 두 주먹을 꽉 쥐었다."당신이… 이 모든 세월이 지나서 한다는 말이 고작 그거야?""알바는 내 아들이다, 엘레나."짝!분노와 오래된 상처가 터져 나온 엘레나의 손바닥이 데이미언의 뺨을 매섭게 내리쳤다.뺨이 돌아간 데이미언은 아무런 항변도 하지 않은 채 눈을 질끈 감았다."그때 내가 미쳤었어. 하지만 데이비드를 잃고 나서야 깨달았지… 모든 걸 바로잡고 싶어. 알바를 만나고 싶다. 내가 그 아이의 아버지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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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제 44장"그럼… 소니아 여사님은요? 당신 어머니는 뭐라고 하셔요?"조금은 미심쩍은 눈빛으로 엘레나가 물었다."우리 사이를 허락하실까? 그분… 며느릿감에 대한 눈이 엄청 높으시잖아."네이선이 엷은 미소를 지으며 엘레나의 옆자리에 나란히 앉았다."알고 있어? 난 늘 '퀸 엘리자베스'의 디자이너 작품을 동경해 왔어."눈을 동그랗게 뜬 엘레나가 네이선을 바라보았다."정말이야?"네이선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디자이너가 당신인 줄은 어머니도 몰랐지. 하지만 네가 기자회견장에 직접 디자인한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을 때, 어머니가 그 자리에서 그러시더군. '저 퀸 엘리자베스라는 디자이너는 상류층의 취향을 제대로 아는 것 같구나. 우아하면서도 과하지 않아.' 그러면서 네가 내 아내 감으로 딱이라고 하셨어."엘레나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하지만 어머니가 내 아이 넷까지 받아들여 주실까?""물론이지, 어머니는 네 아이들도 기꺼이 받아주실 거야, 엘레나."네이선이 엘레나의 손을 꽉 잡아 쥐었다."어머니는 절대 두 번 다시 너를 거부하지 않으실 거다."엘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어붙었던 가슴이 따스하게 어루만져지는 기분이었다. 평생 처음으로 온전한 받아들여짐을 느꼈다."고마워요."엘레나가 나직하게 속삭였다.네이선이 다정하게 그녀의 뺨을 쓸어내렸다."자, 그럼 어때? 나랑 저녁 식사라도 같이 할래?"엘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한편, 랭커스터 가문의 화장터 상공에는 잿빛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향 피우는 냄새와 하얀 백합 향기가 공기 중에 엉겨 붙어 짓누르는 듯한 침묵을 자아냈다.랭커스터 가문 사람들 전원이 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자벨라는 레이스 베일로 얼굴 절반을 가린 긴 검은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데이비드의 작은 십자가 목걸이를 쥔 그녀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입술이 잘게 떨렸지만 어떤 소리도 새어나오지 않았다.그녀의 곁에서는 데이미언이 꼿꼿이 서 있었지만, 그의 눈은 온통 충혈되어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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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제 45장데이미언은 화장터 뒤편의 공원 벤치에 여전히 묵묵히 앉아 있었다. 가느다란 비가 그의 머리칼과 어깨를 적시기 시작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은 데이비드의 작은 십자가 목걸이를 꽉 쥐고 있었다.이자벨라가 걸어왔다. 검은색 드레스 자락이 축축한 흙먼지를 살짝 끌고 있었다. 그녀는 데이미언의 곁에 말없이 앉아 잿빛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적막 속에 몇 분이 흐른 뒤, 이자벨라가 마침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데이미언, 설마 이 일 끝나고 나랑 이혼이라도 하려는 거야?"데이미언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앞을 응시한 채 이자벨라가 쓴웃음을 지었다."요즘 온 세상이 시끄러운 그 뉴스 못 봤어? 엘레나—그 여자가 바로 퀸 엘리자베스였다잖아. 게다가 알바의 존재까지 까발렸어, 그 아이가 랭커스터의 핏줄이라고."데이미언이 미간을 찌푸렸다."그 여자한테 갈 거야?"목소리는 낮았지만 비수가 처럼 파고들었다."엘레나한테 후계자가 있으니까—당신이 그토록 바랐던 아들이 있으니까 그 여자한테 다시 빌붙으러 갈 생각이냐고."감정을 읽을 수 없는 표정으로 데이미언은 아내를 한참 동안 응시했다.하지만 대답하는 대신, 데이미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비와 눈물로 젖은 얼굴을 대충 쓸어내렸다."데이비드 유골을 수하러 가야 해.""데이미언…"이자벨라가 불렀지만, 남자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성성장걸음으로 걸어 나갔다.장례식은 다음 날 치러졌다. 마치 세상을 등진 것처럼 하늘은 여전히 우중충했다. 새로 파헤쳐진 붉은 흙은 전날 밤 내린 비에 푹 젖어 있었다.데이비드의 유골은 자유를 상징하는 갈매기가 새겨진 하얀 도자기 유골함에 담겼다.랭커스터 가문의 일가친척들과 유가족들이 유골함이 묻힐 무덤가 주위에 모여들었다. 데이미언은 오른쪽에 서서 유골함을 꽉 쥐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앞쪽의 맨땅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이자벨라는 그와 마주보는 편에 가문의 여인들과 함께 뻣뻣하게 서 있었다.추모기도가 낭독되기 시작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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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제46장다미안은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간절함과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나올 대답에 대한 두려움이 서려 있었다."엘레나,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줄 수는 없을까?" 그가 나지막이 물었다.엘레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잠시 고개를 숙였다. 바람이 부드럽게 불어와 갓 세워진 묘비에서 풍기는 젖은 흙내음과 재스민 향을 실어 날랐다."두 번째 기회요?" 엘레나가 나지막이 되뇌었다. 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다미안과 마주쳤다. 깊고 맑으면서도 상처로 가득 찬 눈동자였다."미안해요, 다미안..." 그녀가 차분하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두 번째 기회 따위는 없어요."다미안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게 무슨 소리지?""난 그동안 너무 많은 걸 겪었어요. 내 정체를 숨기고 사는 세월, 네 아이들을 혼자 키우며 버틴 시간, 당신 가족과 당신 어머니에게서 받은 수모들. 그 모든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이제 와서 기회를 달라고요? 정말 뻔뻔하군요!""하지만 미안해, 엘레나. 그때 내가 실수했어. 이사벨라가 아들을 낳았을 때 너무 기쁜 나머지... 내가 진작 알았더라면—""데이비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당신은 내게 상처를 줬어요." 엘레나가 날카롭게 말을 잘랐다. "올리비아, 캐티, 그리고 델야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던 건 말할 것도 없고요. 그건 정말 뼈아픈 상처였어요."다미안은 침묵했다.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엘레나의 말이 옳다는 걸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엘레나... 제발." 다미안이 한 걸음 더 다가섰다.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을게."엘레나는 남자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한때 사랑했고, 내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길 꿈꿨던 그 얼굴. 하지만 지금은... 상처가 너무 깊게 패어 있었다."다미안." 엘레나가 부드럽게 말했다. "우린 과거로 돌아갈 수 없어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 수도 없고요. 당신이 변하길 기다리기엔 난 너무 멀리 와버렸어요.""하지만 이제는 변할 수 있어. 당신을 위해서. 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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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제47장다음 날 아침, 하늘은 여전히 흐렸고 간밤에 내린 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다미안은 엘레나와 아이들이 살고 있는 마을 외곽의 낡은 식민지풍 저택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한밤중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급하게 사 온 장난감과 동화책이 담긴 작은 상자가 들려 있었다.문이 열리고, 헐렁한 회색 스웨터에 편안한 바지 차림의 엘레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머리카락은 대충 말아 올려 묶은 상태였다. 그녀의 눈가에는 피로가 역력했다."엘레나..." 다미안이 낮은 목소리로, 거의 주저하듯 입을 뗐다."다미안, 아침부터 무슨 일이죠?" 엘레나가 차분하게 물었다. 그녀는 문틀에 기대어 서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그냥...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요. 올리비아, 캐티, 그리고 델야를." 그가 억지로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혹시 괜찮다면."엘레나가 몇 초간 그를 응시했다. 분노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온기도 없었다. 그녀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더 활짝 열어주었다."들어와요."다미안이 안으로 들어섰다. 집 안은 따뜻했고 은은한 계피 향이 감돌았다. 그는 벽에 걸린 가족 사진을 잠시 바라보았다. 엘레나와 네 아이들, 올리비아와 캐티, 델야, 그리고 알바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엘레나." 다미안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염치없는 거 알지만, 아이들과 얘기 좀 하게 해줘요. 적어도 내가 아직 그들의 아빠라는 걸 기억하게 하고 싶어요.""엄마!" 안쪽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라색 유니콘 잠옷을 입고 곱슬머리가 헝클어진 델야가 놀이방에서 달려 나왔다.엘레나가 몸을 낮춰 델야를 껴안았다. "아가, 너 보고 싶어 하는 분이 오셨어."델야가 고개를 돌렸고, 다미안을 본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마치 기억을 더듬으려는 듯 잠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아저씨가… 아빠예요?" 델야가 순진하게 물었다.다미안은 목이 메어 거의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아가. 아빠야. 아빠 기억나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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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제48장알바가 거실로 나타났을 때, 다미안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아이는 잠이 덜 깬 듯 눈을 비비며 느릿느릿 걸어 나왔다. 다섯 살배기 소년은 로켓 그림이 그려진 남색 잠옷을 입고 있었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져 있었다."엄마, 누나들, 저 사람은 누구예요?" 알바가 천진난만하게 물으며 다미안을 가리켰다. 다미안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리움이 가득 찬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다미안은 알바의 눈높이에 맞추어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그의 얼굴에 진심 어린 미소가 번졌다. "안녕, 알바... 나 말이야, 네 아빠란다."알바는 순간 흠칫했다. 아이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표정을 굳혔다. "어? 아니에요! 당신은 내 아빠가 아니야!" 알바가 소리치며 자신의 어깨에 닿으려던 다미안의 손을 쳐냈다."알바..." 다미안이 더 가까이 다가오며 부드럽게 말했다. "넌 영리한 아이니까 알 거야. 아빠는 그저 너랑 더 친해지고 싶어서 온 거야. 아빠는 너를 사랑한단다...""싫어!" 알바가 소리를 지르며 다미안의 몸을 작은 손으로 밀쳐냈다. "난 당신 몰라! 당신은 내 아빠가 아니야!"다미안은 침묵한 채 넋을 잃고 말았다. 그의 눈빛이 흐릿하게 가라앉았다.알바는 재빨리 몸을 돌려 엘레나에게 달려갔고, 엘레나는 곧바로 몸을 굽혀 아들을 껴안았다. 알바는 엄마의 배에 얼굴을 묻은 채 엘레나의 허리를 꽉 잡았다."난 아빠 같은 거 없어." 알바가 작게 웅얼거렸다. "엄마가 아빠는 죽었다고 했잖아!"다미안이 고개를 들어 반박하려는 듯 엘레나를 쳐다보았다. "엘레나, 왜 알바한테 그런 말을 한 거야?"엘레나는 알바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다미안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그게 사실이니까요, 다미안.""내가 그 아이의 진짜 아빠야!" 다미안이 절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엘레나!"엘레나가 꼿꼿이 일어서며 일그러진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내가 알바를 임신했을 때 나랑 이혼했어! 내가 아들을 낳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나와 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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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제49장다미안이 도심에 있는 호화로운 저택 문을 열자마자 흐느끼는 소리가 그를 맞이했다. 밖에서 묻혀온 한기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집 안의 열기는 숨이 막힐 듯 뜨거웠다. 온도가 높아서가 아니라, 타오르는 감정 때문이었다.이사벨라는 핏빛 새틴 나이트가운을 입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눈은 퉁퉁 부어 있었고,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손에는 2년 전 죽은 아들 데이비드의 사진 액자가 들려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그것을 다시 잃어버릴까 두렵다는 듯 액자를 꽉 움켜쥐고 있었다."데이비드는 우리 외아들이었어." 이사벨라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당신이 유일하게 자랑스러워하던 아이였잖아."다미안은 외투를 의자에 툭 던져버렸다. 형식적인 인사 따위는 없었다. 그의 목소리는 날카롭고 차가웠다. "엘레나네 집에서 방금 돌아왔어. 엘레나에게 돌아갈 거야."이사벨라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눈빛은 흐릿했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다미안?"다미안은 망설임 없는 표정으로 곧게 섰다. "이혼해, 이사벨라. 엘레나에게 돌아갈 거야. 알바를 위해서라도. 그 아이는 랭카스터의 후계자니까. 이제 유일하게 남은 핏줄이야."이사벨라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신 미쳤어! 알바를 위해서라고? 당신이 인정조차 하지 않았던 그 아이 때문에?! 내가 당신을 위해 했던 모든 일들은 어쩌고? 당신한테 모든 걸 다 바친 내가!""데이비드는 이미 떠났어." 다미안이 차분하게 말했다. "그리고 깨달았지. 멍청한 집착 때문에 정작 더 소중한 걸 버렸다는 걸. 이제 바로잡아야겠어."이사벨라는 데이비드의 사진을 꽉 움켜쥐었다. "내가 아들을 하나 더 낳아줄 수 있어. 우린 아직 할 수 있다고! 난 아직 건재해! 죄책감 때문에 이런 짓 하지 마.""죄책감 때문이 아니야." 다미안이 건조하게 대답했다. "속죄를 하려는 거지. 당신과 더는 이렇게 살 수 없어, 이사벨라. 난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단 한 번도 사랑한 적 없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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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제50장그날 오후, 하늘은 엘레나의 심정을 대변하듯 잔뜩 흐려 있었다. 엘레나는 작고 고풍스러운 카페 구석에 앉아 은은한 향이 풍기는 따뜻한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 쥐고 있었다. 그녀 앞의 테이블 위에는 작은 수첩과 펜, 그리고 짙은 갈색 토트백이 단정하게 놓여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 학교 인테리어 디자인 프로젝트를 함께할 새로운 파트너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집중해야 했다. 지금 그녀에게 필요한 건 오직 그것뿐이었다.그때 카페 문에 달린 종이 딸랑거렸다. 엘레나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으나, 곧이어 들려오는 익숙한 구두 굽 소리와 위압적인 남자의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순간, 그녀는 기가 차서 헛웃음이 나올 뻔했다."세상에... 엘레나?" 부드럽지만 가식으로 가득 찬 목소리였다. 비싼 코트를 입고 라펠에는 진주 브로치를 단 마가렛 랭카스터가, 예전보다 늙었지만 여전히 오만함이 뚝뚝 묻어나는 남편 찰스와 함께 서 있었다.엘레나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 마가렛 숙모님... 찰스 숙부님." 그녀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의자를 권하지도, 예의 바른 미소를 짓지도 않았다."여기서 너를 보게 될 줄은 몰랐구나." 찰스가 친근한 척하며 말했다. "정말 많이 달라졌네."엘레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5년이 지났으니까요. 달라지는 게 당연하죠."마가렛은 뻔뻔하게 자리에 앉았다. "너를 만나서 반갑구나, 엘레나.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인사치레하러 온 건 아니란다."찰스 역시 자리에 앉으며 집주인이라도 된 듯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진지하게 할 얘기가 있어서 왔다."엘레나가 그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숙부님과 숙모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고 싶은 건지 말씀해 보세요."마가렛이 어색하게 웃었다. "우리가 너한테 결코 공정하지 못했다는 건 알고 있단다."엘레나가 눈썹을 치켜세웠다. "와, 이제야 그걸 아시네요. 그러시면서 딸 셋을 낳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를 하녀 부리듯 하셨잖아요.""미안하구나." 찰스가 서둘러 말을 잘랐다. "그리고 다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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