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배신당한 억만장자의 전처: Chapter 51 - Chapter 60

120 Chapters

51

제51장카페 안은 막 손님들로 붐비기 시작하고 있었다. 구석진 자리에 앉은 엘레나는 여름 시즌 론칭을 위한 독점 주얼리 디자인 프로젝트의 새 파트너인 셰라라는 이름의 고상한 젊은 여성과 마주 보고 있었다."클래식한 콘셉트를 유지하되 여기에 로컬 문양 요소를 더하면 유럽 시장에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엘레나가 노트북 화면의 스케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셰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디자인 라인이 마음에 드네요. 깔끔하면서도 개성이 살아있어요. 계절에 맞춰 원석 색상에 변화를 주는 것도 좋겠고요."진지한 모습으로 프로페셔널한 대화를 이어가던 두 사람. 그때 갑자기 다급하고 무거운 발소리가 다가왔다."엘레나!"엘레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테이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데미안을 발견하자마자 몸이 굳어버렸다. 남자는 지쳐 보였고 평소처럼 단정한 차림도 아니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강렬한 집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사정을 아무것도 모르는 셰라는 그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번갈아 바라볼 뿐이었다.데미안은 테이블 앞으로 걸어 나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이런 장소, 이런 때가 아니라는 건 알지만, 더는 참을 수가 없어.""데미안." 엘레나가 나지막이 속삭이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만해요."데미안은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그는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어 파란 벨벳이 깔린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자, 샹들리에 조명 아래 작은 에메랄드 원석이 박힌 화이트 골드 반지 하나가 옅게 빛났다."엘레나..." 떨리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데미안이 말했다. "나랑 다시 결혼해 줄래? 전부 보상하고 싶어.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너랑, 그리고 우리 아이들과 함께."셰라는 깜짝 놀란 데다 덩달아 무안해져 급히 엘레나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카페 안에 있던 손님 몇몇의 시선도 이쪽으로 쏠렸다.엘레나는 반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때 사랑했던, 그러나 이제는 고통만을 안겨주는 그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가슴이 벅차오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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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제52장데미안이 일으킨 소란에도 불구하고 셰라 씨와의 미팅을 무사히 마친 후, 엘레나는 아까 갔던 카페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작은 레스토랑에 잠시 앉아 있기로 했다. 그곳은 조용했고,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과 바닐라 향이 섞인 커피 내음이 그녀의 복잡한 머릿속을 다독여 주었다.그녀는 창가 구석 자리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았다. 손으로는 마실 생각도 없는 자스민 차를 그저 젓고 있을 뿐이었다. 머릿속은 여전히 애원하던 데미안의 얼굴로 가득했다—한때 사랑했던, 그러나 이제는 혐오감과 분노만을 불러일으키는 그 얼굴.'온 세상 앞에 무릎을 꿇는다 해도,' 엘레나는 차갑게 생각했다. '그 자식을 용서하는 일은 없어. 그자가 부숴버린 그 모든 것들은... 반지 하나와 달콤한 말 따위로 다시 세울 수 있는 게 아니니까.'그녀는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을 털어내려 깊은숨을 내쉬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데미안이 없는 그녀의 삶이 훨씬 더 낫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오늘 일은 그 남자가 얼마나 가소롭게 구는지 확인시켜 준 작은 계기에 불과했다."저기... 엘레나 휘트모어 씨?"따뜻한 바리톤 목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깨웠다. 엘레나는 급히 고개를 돌렸고,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얼굴을 알아보기 위해 눈을 가늘게 찌푸렸다. 키가 크고 네이비블루 슈트를 깔끔하게 차려입은 사내, 정돈된 머리카락과 여전히 익숙해 보이는 갈색 눈동자를 지닌 남자였다."죄송하지만, 제가—" 엘레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바라?"남자가 환하게 웃었다. "드디어 기억해 줬네. 날 완전히 잊어버린 줄 알았어."엘레나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라 알렉시? 세상에! 어떻게 지냈어?"바라가 나지막이 웃었다. "난 잘 지내지, 엘레나. 음...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게 교복 입던 학창 시절이었나."엘레나도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어."바라가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앉아도 될까?""당연하지. 앉아."두 사람은 마주 보고 앉았다."그래... 이 도시엔 어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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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장짙은 회색 슈트를 입은 남자가 검은색 차에서 내릴 때도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네이슨은 오랜 지인을 만나고 계신 어머니 소니아 부인을 모시러 가기로 약속했던 레스토랑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금 회사 이사회 회의를 끝마쳤지만, 그의 마음은 온전히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인지 요며칠 그의 머릿속에는 한 사람의 이름만이 맴돌고 있었다. 바로 엘레나 휘트모어.레스토랑 문이 열리자마자 네이슨의 눈에 창가 쪽에 앉아 있는 익숙한 형체가 들어왔다. 어머니가 아니었다. 엘레나였다. 한 남자와 함께 있는 그녀는 나지막이 웃고 있었고, 두 사람의 어깨는 거의 닿을 듯 가까웠다. 그녀의 손은 찻잔을 쥐고 있었지만, 눈길은 맞은편 남자에 fixed 고정되어 있었다.네이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맹목적인 질투 때문이 아니라, 그 광경을 도저히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심장이 가쁘게 뛰었다."아침에 프로젝트가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네이슨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네이슨?"부드럽고 우아한 목소리가 그의 통념을 깨트렸다. 어깨에 얇은 스카프를 두른 소니아 부인이 피곤하지만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아들의 팔을 살짝 두어 번 두드렸다."방금 온 거니?""네, 어머니." 네이슨이 무덤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그의 눈길은 여전히 엘레나에게 쏠려 있었다.소니아 부인 역시 그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신경 쓰지 마라, 아들아. 엘레나가 너에 대한 마음을 제대로 정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그 아이는 너와 인연이 아닐지도 모르는 거란다."네이슨은 급히 시선을 돌렸다. "모르겠어요, 어머니. 게다가 저 남자가 꼭 엘레나의 남자친구라는 법도 없고요."소니아 부인은 더 이상 그 문제를 추궁하지 않았다. 그녀는 네이슨의 팔짱을 끼고 대기용 소파 쪽으로 그를 이끌었다. 그러나 자리에 앉자마자 소니아 부인의 표정이 진지해졌다."이것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있단다, 네이슨."네이슨이 고개를 돌렸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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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장"엘레나, 나—" 네이슨의 목소리는 레스토랑 내부의 시끄러운 대화 소리에 거의 묻힐 뻔했지만, 그의 눈빛은 엘레나로서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무언가를 발산하고 있었다.엘레나는 남자의 표정에 의아해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세요, 네이슨 씨?"네이슨은 대답 대신 엘레나의 손목을 잡고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레스토랑 밖으로 이끌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엘레나는 조금 당황했다."네이슨, 뭐 하는 거예요? 전 아직—""잠깐만요," 네이슨이 말을 잘랐다. "당신이 그 남자와 함께 앉아 있는 걸 더 이상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래요."두 사람은 젖은 인도 위로 발을 내딛었다. 네이슨은 차 문을 열고 평소와는 다른 눈빛으로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타요, 부탁입니다."엘레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차에 올랐고, 네이슨이 문을 닫고 운전석에 앉을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수초 동안 정적이 흘렀다. 전면 유리창에 부딪히는 빗소리가 잔잔한 리듬을 만들어냈다."엘레나," 네이슨이 마침내 앞만 응시한 채 입을 열었다. "그 남자 누구예요?""누구요?" 엘레나가 누구를 말하는지 알면서도 되물었다."레스토랑에 있던 그 남자요. 둘이 아주 가까워 보이던데."엘레나는 나지막이 한숨을 쉬고는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바라 알렉시라는 사람이에요. 오래된 친구죠. 우연히 다시 만나서 이야기 좀 나누던 것뿐이에요. 그게 다예요.""그냥 친구일 뿐이라고요?" 네이슨이 낮고 약간 쉰 목소리로 되물었다."네. 이렇게 중요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에 내가 딴눈이라도 팔 줄 알았어요?"네이슨이 씁쓸하게 웃었다. "미안해요. 내가... 내가 질투가 나서 그래요, 엘레나. 당신이 그 사람과 웃고, 가까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까."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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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제55장 엘레나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단순히 입맞춤 때문만이 아니라, 조금 전 네이슨이 목덜미에 남긴 뜨겁고 깊은, 예기치 못한 입맞춤의 여운으로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아아..." 그녀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온 신음은 네이슨을 살짝 미소 짓게 만들었다. 도저히 부정할 수 없는 무언가를 건드렸음을 아는 남자의 미소였다. "엘레나," 네이슨의 목소리는 잦아들듯 쉰 귓속말이었다. "당신 목에 내 흔적을 남겼어요. 당신은 내 겁니다, 엘레나." 엘레나가 급히 고개를 돌려 눈을 약간 커다랗게 떴다. "네이슨..." "지금 대답할 필요는 없어요," 네이슨이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느끼지 못했다고는 말하지 마요." 엘레나의 몸에 열기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었고, 머릿속은 온통 혼란스러웠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다시 그에게 입을 맞추고, 네이슨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의 목덜미를 따라 입술을 덧대고 싶었다. 하지만 엘레나는 입술을 깨물며 억지로 참아냈다. 그녀는 오른손을 들어 네이슨의 슈트 깃을 만지려다가 이내 다시 내렸다. 그러고는 급히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들어가 봐야겠어요. 바라가 아직 기다리고 있거든요." "엘레나..." 네이슨은 여전히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진심이에요, 네이슨. 여기 더 오래 있다간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겠어요." 거의 중얼거림에 가까운 목소리로 그녀가 솔직하게 고백했다. 네이슨은 붙잡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바쁜 걸음으로 차에서 내리는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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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시계가 저녁 7시를 가리키자 하늘은 서서히 어둠으로 물들어갔다. 도심의 불빛들이 하나둘 밝아졌고, 창문 틈새로 서늘한 밤공기가 스며들었다. 엘레나는 막 알바에게 젖을 먹인 참이었고, 들리야는 바닥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엘레나는 이 밤중에 손님이 찾아올 리 없다고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문으로 빠르게 걸어가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단정한 차림에 그에게 맞춤처럼 딱 맞아떨어지는 어두운 슈트를 입고 우뚝 서 있는 네이슨이 있었다. "안녕." 네이슨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이상하게도 그 미소는 언제나 엘레나의 심장을 가쁘게 뛰게 만들곤 했다. "네이슨 씨?" 엘레나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에요? 온다는 말 없었잖아요?" 네이슨은 등 뒤에서 백합과 흰 장미가 섞인 작은 꽃다발을 꺼내 들었다. "저녁 대접하고 싶어서 왔어요." 그가 기대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이미 예약도 해뒀는데, 같이 가줄래요?" 엘레나는 반사적으로 집 안쪽, 아이들이 놀고 있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안 돼요. 아이들만 두고 나갈 수는 없어요." "다녀와, 엘레나. 아이들은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집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레나의 충직한 비서인 타마라가 커피를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 "나도 퇴근했어. 애들도 나한테 익숙하잖아." "하지만, 타마라..." 타마라가 눈썹을 꼬리치듯 올렸다. "엘레나, 넌 그동안 너무 고생했어. 네 인생이 온통 엄마이자 사장으로만 채워질 필요는 없어. 가끔은 네 시간도 즐겨야지. 게다가 네이슨 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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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장"네이슨, 아까 집에 간 거 아니었어요?" 엘레나가 여전히 그의 품에 안긴 채 부드럽게 물었다. 지나치게 빠르게 뛰는 심장 소리 사이로 묻혀 나온 그녀의 목소리는 겨우 들릴 듯 말 듯 했다.네이슨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그녀를 품에서 풀어주고는 그윽한 눈빛으로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맞아. 하지만 당신이 내 차에 휴대폰을 두고 내렸더라고." 그는 보조석에 놓여 있던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어쩐지 그냥 가버리면 안 될 것 같았어."엘레나는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고마워요."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찰나의 순간이 마치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다. 시간이 멈춘 듯했다.네이슨은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녀의 곁에 앉았다. 하지만 공기 중에는 한층 더 짙은 무언가가 감돌고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 참아내기 힘든 감정, 그리고 그동안 두 사람이 억눌러왔던 마음들이었다."엘레나..." 네이슨이 나지막이, 거의 속삭이듯 그녀를 불렀다. " 그거 알아? 나 당신 생각이 멈추질 않아."엘레나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우면서도 다정하고, 애타면서도 절제된 그 눈빛. 그 순간, 그녀가 쌓아 올렸던 모든 방어벽이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했다.엘레나가 채 대답하기도 전에 네이슨이 다가왔다. 그리고 잠시 동안, 엘레나는 그를 피하지 않았다.그의 입술이 엘레나의 입술에 천천히, 따스하게, 그리고 간절함을 담아 닿았다. 욕망에 찌든 키스가 아닌, 너무 오랫동안 억눌러온 감정의 터짐이었다.처음에 엘레나는 놀란 채 가만히 있었다. 하지만 이내 그 키스에 응해왔다—천천히, 불안해하면서도 진실되게. 그녀의 마음 역시 거부할 수 없었다.부드러웠던 키스는 점차 뜨거워지며 깊고 강렬해졌다. 네이슨의 손이 엘레나의 뺨을 쓸어올린 뒤 목덜미를 감싸며 그녀의 몸을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두 사람이 앉아 있는 소파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네이슨의 입술이 그녀의 목으로 내려가 천천히, 그리고 유혹적으로 키스하자 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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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장이사벨라는 룸 바닥에 선글라스를 내던졌고, 안경알이 사방으로 산산조각 났다. 아직 가라앉지 않은 분노로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게 몰아쉬어졌다."데미안이 감히 날 때려? 그것도 그 뻔뻔한 년 앞에서!" 그녀가 이빨을 짓씹으며 중얼거렸다.그녀는 반쯤 풀린 머리를 쥐어뜯으며 방 안을 왔다 갔다 했다. 수치심과 분노, 상처가 가슴속에서 온통 엉켜 있었다. 데미안이 녀석을 감싸고 돌던 목소리가 귀가에 맴돌았다...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엘레나를 위해서였다."그 여자가 더 좋다는 거야... 단지 엘레나가 랭커스터가의 후계자를 낳아줬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참아내던 이사벨라는 문득 탁자 위에 놓인 휴대폰 화면에 시선이 멈췄다. 그녀는 번개같이 휴대폰을 집어 들고 연락처를 열어 한동안 전화하지 않았던 이름을 눌렀다.신호음이 울리고 연결되었다."여보세요?" 건너편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의뢰할 일이 있어." 이사벨라가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얼마나 줍니까?" 남자가 사무적인 어조로 물었다."어린아이 하나를 납치해 줘. 이름은 알바, 다섯 살쯤 됐어. 사진이랑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 위치를 보내줄게.""진심입니까, 벨라 씨? 어린애를 납치하라고요?" 남자가 픽 웃었다. "리스크가 너무 큰데요.""상관없어.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얼마를 원해?""그럼 5억 부르죠. 현금으로."이사벨라는 이를 악물었다.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데미안의 잔상이 다시금 그녀의 기억을 두드렸다. 그 차가운 눈빛, 그 여자를 감싸던 단호한 목소리."좋아, 5억 줄게. 계좌번호 보내. 대신 명심해, 깔끔하게 처리해야 해. 그리고 이번 일 배후에 내가 있다는 걸 그 누구도 알아선 안 돼.""걱정 마시죠, 벨라 씨. 그런데 정말 괜찮겠습니까?"이사벨라가 차가운 실소를 터뜨렸다. " 그래, 확실해. 데미안이 그 꼬맹이 때문에 엘레나한테 미련을 못 버리는 거라면, 그 애부터 치워버려야지."한편, 데미안은 차 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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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장엘레나의 차가 저녁 퇴근길 정체 속을 천천히 뚫고 나아갔다. 스피커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며 알바의 얼굴을 떠올리는 그녀의 마음을 한결 편안하게 해주었다. 오늘 엘레나는 부티크 일이 바빠 최근 거의 해주지 못했던 아들 마중을 직접 나가기로 약속한 터였다."알바가 엄마가 직접 데리러 온 걸 보면 정말 좋아하겠지." 엘레나가 미소를 지으며 나지막이 속삭였다.엘레나는 대시보드의 시계를 흘끔 바라보았다. 유치원 종이 울리기까지는 아직 10분이 남아있었다. 엘레나는 늦지 않으려고 가속 페달을 살짝 더 밟았다.그때 갑자기 인도 쪽에서 비닐 쇼핑백을 든 한 할머니가 좌우를 살피지도 않고 길을 건너왔다. 엘레나는 반사적으로 브레이크를 세게 밟았다.끼이익!차가 할머니의 몸에서 겨우 몇 인치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세상에!" 엘레나는 문을 열고 급히 내렸다. "할머니! 괜찮으세요?"할머니는 놀란 기색으로 도로 한가운데 뻣뻣하게 서 있더니, 갑자기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아이구... 아이구, 내 다리야! 아파 죽겠네! 치일 뻔했잖아!"엘레나가 즉시 할머니에게 다가갔다. "어머나, 정말 죄송해요, 할머니. 하지만 길을 건너시는 걸 미처 못 봤어요.""운전하는 쪽도 잘했건 없지! 무슨 악귀한테 쫓기는 것마냥 차를 몰고 난리야?! 요즘 젊은것들이란!" 할머니는 훌쩍이며 소리쳤다.뒤에 서 있던 몇몇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 엘레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사방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것을 느꼈다."네, 네, 알겠어요. 오세요, 길 건너시는 것 도와드릴게요." 엘레나는 진정하려 애쓰며 말했다. 엘레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너도록 도왔다.인도에 도달하자, 할머니는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아 더 크게 울부짖었다. "아이구, 우리 손주... 손주 데리러 가야 하는데... 다리가 이 모양이 돼서...""다리는 괜찮으세요. 저도 지금 급하거든요. 유치원에서 아이를 데려와야 해서요. 가족분들한테 연락해 드릴까요, 아니면...""안 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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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제60장"왜 갑자기 CCTV가 고장 난 거죠?!" 침묵이 흐르던 교무실 안에서 엘레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유치원의 IT 담당 직원이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엘레나 씨.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모든 게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오늘 오후에 갑자기 정문 쪽 영상 데이터를 읽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시스템 오류인 것 같아요.""시스템 오류라고요?" 엘레나가 답답함에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제 아이를 데려간 사람에 대한 유일한 단서가 사라졌다는 건가요?"알바의 담당 교사가 엘레나를 달래려 애썼다. "정말 죄송합니다, 엘레나 씨. 하지만 저희는 그 남자분이 엘레나 씨께서 알바를 데려오라고 보낸 분인 줄로만 알았습니다.""됐어요!" 엘레나가 눈시울을 붉히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런 소리 다시는 하지 마세요! 이건 명백한 납치라고요! 납치!"창백해진 얼굴로 엘레나는 교무실 밖으로 뛰어 나갔다.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는 그녀의 손이 덜덜 떨렸다. 엘레나는 즉시 타마라의 번호를 눌렀다."타마라! 내 말 똑똑히 들어. 알바가... 알바가 사라졌어. 알바가 납치당했어," 엘레나의 목소리가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떨려 나왔다."뭐라고? 세상에, 엘레나... 진정해, 지금 어디야?" 타마라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유치원이야. 알바 유치원 CCTV도 고장 났고, 누가 알바를 데려갔는지도 모르겠어! 이건偶然이 아니야, 계획된 짓이라고. 부탁이야, 타마라, 지금 당장 우리 집으로 와줘. 경호원들 전부 불러 모아. 도시 전체를 뒤져서라도 알바를 찾으라고 해!""알았어, 알았어. 금방 집으로 갈게. 내가 기술자도 불러서 CCTV 영상을 확인해 볼게, 혹시 복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타마라가 빠르게 대답했다.엘레나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 엘레나는 차로 돌아가 집을 향해 엄청난 속도로 페달을 밟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알바의 얼굴이 머릿속을 계속 스쳐 지나갔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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