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배신당한 억만장자의 전처: Chapter 21 - Chapter 30

120 Chapters

21

제 21장작은 아파트 안은 평소보다 훨씬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차갑고 딱딱하기로 유명한 네이던이 지금은 거실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는 네이던이 사들고 온 간식과 장난감을 신나게 뜯어보는 세 명의 어린 소녀가 둘러앉아 있었다."네이던 삼촌, 봐봐요. 이 인형 말도 해요!" 딜랴가 방금 선물 받은 작은 곰인형의 배를 누르며 외쳤다.인형에서 우스꽝스러운 소리가 흘러나오자 아이가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네이던은 스스로도 낯선 감정을 느끼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아이들과 이렇게 편안하게 어울린 적이 언제였던가?주방에서 커피를 휘젓고 있던 엘레나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풍경이었다. 그녀가 아는 네이던은 늘 차갑고 엄격하며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는 마치 오래전부터 알던 사이처럼 아이들과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네이던의 곁에 앉아 있던 카티가 갑و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빤히 올려다보았다."네이던 삼촌요," 카티가 불렀다."응?" 네이던이 여전히 무뚝뚝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카티가 가슴 앞에서 두 손을 깍지 낀 채 순진무구한 얼굴로 물었다. "네이던 삼촌이 우리 새 아빠예요?"막 커피를 한 모금 마시려던 네이던이 그대로 사레가 들렸다. 얼굴이 벌게질 때까지 캑캑거리며 기침을 해댔다.그 질문을 들은 엘레나 역시 깜짝 놀라 하마터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카티!" 엘레나가 얼굴이 홍당무처럼 벌개져서 소리쳤다.카티는 그저 눈을 깜빡이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왜요, 엄마? TV에서 보니까 착한 삼촌이 자꾸 찾아와서 선물 사주면 그 사람이 보통 새 아빠가 된다던데요!"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 딜랴도 거들었다. "맞아요! 네이던 삼촌 너무 좋아요! 우리 새 아빠 해도 되겠는데요, 엄마?"네이던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엘레나는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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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 22장호화로운 병실 안, 아기 데이비드가 침대에 힘없이 누워 있었다. 작은 몸은 두꺼운 담요로 덮여 있었고, 핏기 없는 얼굴에는 링거 줄이 꽂혀 있었다. 희귀 혈관 질환이 데이비드를 공격하면서 고열과 함께 피부 곳곳에 붉은 발진이 올라온 상태였다. 의사는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집중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침대 곁에는 다미안이 굳은 얼굴로 앉아, 아들의 가냘픈 손을 꽉 쥐고 있었다. 그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채 불안한 눈으로 데이비드를 지켜보았다. 아들이 잠결에 작게 끙끙거릴 때마다 그는 즉시 패닉에 빠져 의사가 대기하고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하지만 병실의 다른 한구석에서 이자벨라는 아들의 상태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소파에 편하게 앉아 있었다. 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넘기느라 바빴고, '퀸 엘리자베스(Queen Elisabeth)'의 최신 주얼리 컬렉션 게시물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와… 디자인 정말 끝내주네." 이자벨라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이건 꼭 가져야겠어."처음에는 데이비드에게 집중하던 다미안이 결국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자기 혼자 바쁘군."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이자벨라는 태연하게 그를 힐끗 쳐다봤다. "왜? 퀸 엘리자베스 컬렉션을 좀 보고 있었을 뿐이야."다미안이 거칠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의 눈에는 분노가 이글거렸다. "우리 아들이 심각하게 아프다고, 이자벨라! 그런데 당신은 보석 구경이나 하고 있는 거야?!"이자벨라는 별일 아니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데이비드는 최고의 치료를 받고 있잖아, 다미안. 이 병원은 국내 최고야. 분명 괜찮아질 거야."다미안이 주먹을 꽉 쥐었다. "당신은 정말 피도 눈물도 없군."이자벨라는 그를 귀찮다는 듯 쳐다보았다. "드라마 좀 찍지 마. 여기 며칠이나 갇혀 있었는데, 기분 전환 좀 하려던 것뿐이야."다미안은 감정을 억누르려 숨을 몰아쉬었다. "지금 당신 입으로 그 말을 하는 거야? 우리 아들보다 보석이 더 중요해?"이자벨라가 비꼬듯 웃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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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제 23장병원 VIP 병실, 아기 데이비드가 며칠간의 집중 치료 끝에 드디어 퇴원 허가를 받았다. 다미안은 아들의 작은 몸이 부드러운 담요 아래에서 따뜻하게 유지되도록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의사가 데이비드의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안심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하지만 다미안과 달리 이자벨라는 무척 여유로워 보였다. 아들을 걱정하기는커녕, 그녀는 휴대폰으로 독점 주얼리 카탈로그를 구경하느라 바빴다."여보, 이거 봐!" 이자벨라가 다미안의 얼굴 앞에 휴대폰 화면을 들이밀며 외쳤다. "이 펜던트 정말 멋지지 않아? '퀸 엘리자베스(Queen Elisabeth)'의 최신 작품이야. 나 이거 갖고 싶어."다미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자벨라, 우리 아들이 이제 막 병원에서 나왔는데 지금 주얼리 생각밖에 안 나?"이자벨라가 입술을 삐죽였다. "뭐 어때? 데이비드 이제 괜찮잖아, 그렇지? 그냥 축하하는 의미에서 작은 선물 하나 받고 싶을 뿐이야. 어쨌든 난 당신 아들의 엄마라고, 다미안. 펜던트 하나 사주는 게 그렇게 아까워?"다미안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으면 그녀가 절대 멈추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퀸 엘리자베스'라고?" 다미안이 이자벨라가 언급한 디자이너의 이름을 읊조렸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이자벨라가 열정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요즘 엄청 뜨고 있는 주얼리 디자이너거든. 컬렉션마다 없어서 못 팔 정도고, 해외 부자들도 거액을 주고 사려고 안달이라고!"다미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연락해 볼게."이자벨라가 곧바로 환하게 웃었다. "당신이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줄 알았어, 자기야!"다미안은 귀찮다는 듯이 휴대폰을 들어 '퀸 엘리자베스'의 관리자 연락처를 검색했다. 공식 홈페이지에 기재된 번호를 찾자마자 그는 즉시 전화를 걸었다.아파트, 딜랴와 놀아주던 타마라의 휴대폰에 발신 전화가 들어왔다. 화면에 뜬 낯선 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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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제 24장호화로운 방 안, 이자벨라는 메이크업 거울 앞에 앉아 조용히 얼굴을 다듬고 있었다. 그녀는 가끔씩 소파에 앉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 다미안을 힐끗거렸다."그게 무슨 소리야, 거절했다니?" 다미안이 마침내 나쁜 소식을 전하자 이자벨라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튀어 올랐다.다미안이 얼굴을 거칠게 문질렀다. "관리자가 개인 주문은 안 받는다고 하더군. 가격은 얼마든지 제시하겠다고 했는데도 거절당했어."이자벨라가 코웃음을 치며 들고 있던 립스틱을 거칠게 내려놓았다. "말도 안 돼! 그 '퀸 엘리자베스'라는 사람이 배가 부른 모양이지. 내가 누군지 몰라? 난 당신 아내, 다미안의 아내라고! 내가 자기네 보석을 착용해 주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지."다미안이 그녀를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당신의 신분으로 뭐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 퀸 엘리자베스는 자기만의 규칙이 있고, 당신이 누군지 따위는 전혀 관심 없어!"이자벨라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분노가 가득한 얼굴로 다미안에게 다가갔다. "그래서 그쪽에서 거절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겠다고? 당신이 내 남편 맞아? 내가 원하는 건 뭐든 얻어내야 할 거 아니야!"다미안은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이자벨라를 바라보았다. "들어, 이자벨라. 나도 인내심이 바닥났어. 하루 종일 병원에서 데이비드를 돌보고 왔는데, 지금 보석 타령이나 하고 있는 거야? 당신이 얼마나 이기적인지 알아?"이자벨라가 가슴에 팔짱을 꼈다. "내가 이기적이라고? 당신 아들을 낳아줬잖아! 내가 원하는 걸 들어주면서 보상해야지!"다미안이 비꼬듯 웃음을 터뜨렸다. "오, 그래서 당신이 데이비드를 낳았으니까 내가 당신의 그 모든 미친 욕망을 다 받아줘야 한다는 건가?"이자벨라가 다미안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했다면, 나한테 선물 하나 주는 데 망설이지 않았을 거야."다미안이 일어서서 차갑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사랑? 우리 관계가 사랑에 관한 거라고 생각해? 이자벨라, 당신은 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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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 25장네이던은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턱을 괸 채 컴퓨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정신은 그곳에 있지 않았다. 앞에 놓인 재무 보고서에 집중하려 몇 번이고 애썼지만, 그 장면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되었다.그 키스.짧았고, 예상치 못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깊은 인상을 남긴 순간이었다.네이던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생각을 떨쳐버리려 했지만, 무언가가 그를 그 기억 속에 묶어두는 것만 같았다.젠장, 왜 자꾸 그 생각이 나는 거지? 그저 사고였을 뿐인데.그럼에도 불구하고……네이던은 의자에서 일어나 사무실 창가로 걸어가 창밖의 도시 풍경을 해석하기 힘든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엘레나는 그저 그의 직원일 뿐이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그 이상도 아니지…… 그렇지?한편, 디자인실에서 엘레나는 손에 든 서류들을 정리하느라 분주했다. 하지만 아까 네이던의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릴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나 미친 건가?" 그녀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다. 이렇게 계속할 수는 없었다. 어차피 네이던도 그녀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엘레나!"엘레나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수석 디자이너인 디바 씨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무슨 일이죠, 디바 씨?""이 서류 좀 네이던 씨 사무실에 갖다 줄 수 있을까?" 디바가 꽤 두꺼운 파일을 건네며 말했다. "지금 당장 사인이 필요해서."엘레나는 즉시 긴장했다. 왜 하필 그녀여야 하는가?"디바 씨, 혹시 다른 사람이—""다른 사람은 없어." 디바가 말을 잘랐다. "다들 새 프로젝트 때문에 바빠. 지금 가장 한가한 건 너잖아."엘레나는 반박하고 싶었지만 결국 입을 닫고 말았다."알겠어요."무거운 마음으로 그녀는 서류를 들고 디자인실을 나와 네이던의 사무실로 향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이 천근만근처럼 느껴졌다.왜 마치 거대한 벽을 마주하는 기분이 드는 걸까?문 앞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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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제 26장이사벨은 호화로운 저택의 소파에 앉아 짜증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는 타마라에게 연락하는 데 썼던 휴대전화가 여전히 가볍게 진동하고 있었다. 그녀는 화가 난 채 메시지를 입력했다.타마라: [죄송합니다, 이사벨라 님. 엘리자베스 여왕님은 스케줄이 매우 촉박하여 고객님의 주문을 받을 수 없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다른 프로젝트가 너무 많습니다.]이사벨라의 눈이 커지더니,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이사벨라: [무슨 소리야? 내가 세 배나 더 준다고 했잖아! 그 큰돈을 거절하겠다고?!]타마라에게서 곧바로 답장이 오지 않자, 이사벨라의 속은 더욱 끓어올랐다.이사벨라: [그 디자이너한테 당장 내 디자인을 만들라고 전해! 난 엘리자베스 여왕의 특별한 보석을 꼭 가져야겠어!]몇 초 뒤, 마침내 답장이 도착했다.타마라: [죄송하지만, 이 결정은 최종적입니다.]이사벨라가 숨을 죽인 채 휴대전화 화면을 응시했다. 분노가 치솟은 그녀는 격분하며 휴대전화를 바닥 내동댕이쳤다.쾅!거실로 막 들어서던 데미안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또 왜 그래, 이사벨라?"이사벨라가 고개를 들어 감정으로 붉어진 얼굴로 데미안을 노려보았다. "그 건방진 디자이너가 나를 거절했어! 높은 가격을 불렀는데도 거절당했다고!"데미안이 미간을 좁혔다. "엘리자베스 여왕 말이야?""그럼 누구겠어?!" 이사벨라가 짜증 섞인 소리를 내지르며 좌절감에 머리칼을 헤집었다. "말했잖아, 난 그 사람의 독점 디자인 펜던트를 원한다고! 다들 그 사람의 디자인을 탐내는데, 내가 그 첫 번째 사람이 되어야 한단 말이야!"데미안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데이비드의 건강이 더 중요하다는 거 몰라? 그런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쓸 때야?"이사벨라가 눈을 부라렸다. "쓸데없는 일이라니 무슨 소리야?! 이 보석은 귀중하다고! 전설적인 작품이야, 데미안! 사교계 여자들이 다들 소유하려고 안달이라고!"데미안이 매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네 아들이 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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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 27장의사는 하얀 가운을 정돈하며 차분한 표정으로 엘레나를 바라보았다."큰문제는 없습니다, 엘레나 씨. 그냥 피로가 누적된 것뿐입니다. 무리하지 마시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세요."엘레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감사합니다, 의사 선생님."병상 곁에 서 있던 네이선이 팔짱을 낀 채 입을 열었다."지쳤다고요?"목소리는 덤덤했지만, 그의 눈빛에는 따끔한 질책이 서려 있었다.엘레나는 그를 힐끗 바라보더니 곧바로 시선을 피했다."전 괜찮아요."의사가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조심하셔야 합니다, 엘레나 씨. 임신 중이시니 피로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퇴원 허가를 받은 뒤, 네이선은 곧바로 자신의 차에 엘레나를 태우고 그녀의 아파트로 향했다. 말수는 적었지만, 그의 시선과 태도에는 건강을 돌보는 데 소홀했던 그녀를 향한 짜증이 여전히 역력히 드러나 있었다.아파트에 도착하자마자 올리비아와 카티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엄마 곁에 서 있는 네이선을 발견한 두 아이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네이선 삼촌!"올리비아가 깡충깡충 뛰어와 그에게 안겼고, 카티도 종종걸음으로 그 뒤를 따랐다.아이들의 열정적인 환대에 엘레나가 미소를 지었다."안녕, 우리 애기들."하지만 올리비아와 카티가 갑자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자신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이어 똑같은 눈빛으로 네이선을 쳐다보자 엘레나의 미소가 순식간에 굳어졌다."엄마, 네이선 삼촌 엄청 다정하지 않아요?"올리비아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카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엄마 아팠는데, 네이선 삼촌이 도와줬어요!"네이선이 눈썹을 으쓱했다. 두 아이의 말투가 어딘가 수상쩍었기 때문이다."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거란다."올리비아와 카티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킥킥거리며 웃었다."네이선 삼촌이 새로운 아빠가 되면 정말 좋겠다!"올리비아가 느닷없이 소리쳤다.엘레나가 컥 하고 크게 기침을 터뜨리며 침을 삼키다 사레가 들렸다. 그녀의 눈이 충격으로 커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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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 28장그날 아침, 엘레나는 세 딸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느라 부엌에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작은 집안에 토스트 굽는 냄새가 가득 퍼졌다. 카티와 델야는 벌써 식탁에 앉아 기대에 찬 얼굴로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올리비아는 여전히 부엌 문가에 선 채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올리비아, 왜 그렇게 조용히 서 있어? 자, 와서 아침 먹어," 엘레나가 접시를 식탁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올리비아가 입술을 깨물더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엄마…" 목소리가 너무 낮아 거의 속삭이는 것 같았다.엘레나가 하던 일을 멈추고 올리비아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왜 그러니, 우리 딸?"올리비아가 심호흡을 하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엘레나를 올려다보았다. "내일 학교에서 가족 행사가 있어요. 내 친구들은 다 엄마 아빠랑 같이 온대요…"엘레나는 이 이야기가 어디로 향할지 즉시 알아차렸다. 그녀는 올리비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우리 딸, 엄마가 같이 가면 되잖아.""하지만 친구들이 아빠도 꼭 와야 한대요…" 올리비아가 옷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엄마… 아빠한테 와달라고 부탁해주면 안 돼요?"엘레나는 잠시 말없이 침묵했다. 언젠가는 이런 요청이 나올 줄 알고 있었다. 마음이 무거웠지만, 올리비아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카티와 델야가 그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카티가 올리비아를 돌아보았다. "아빠는 안 와. 아빠는 우리한테 관심 없거든.""카티!" 엘레나가 부드럽게 나무랐다."하지만 진짜잖아, 그렇지?" 카티가 어깨를 으쓱했다.올리비아가 아랫입술을 깨물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난 아빠가 왔으면 좋겠어…"엘레나가 깊은 한숨을 쉬며 올리비아의 눈높이에 맞춰 쭈그려 앉았다. "엄마가 아빠한테 전화해 볼게, 알았지? 하지만 만약 아빠가 못 온다고 해도 우리 딸 씩씩하게 있어야 해, 알았지?"올리비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임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아이들이 아침을 먹는 동안, 엘레나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데미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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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제 29장그날 밤, 엘레나는 데미안의 집 문 앞에 서 있었다. 추위 때문이 아니라 마음속을 휘젓는 혼란스러움 때문에 두 손이 사정없이 떨려왔다. 데미안과 이사벨라가 어떤 인간들인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았지만, 올리비아를 위해서라면 자존심 따위는 개나 줘버려야 했다.깊은숨을 몰아쉬며 엘레나가 문을 두드렸다. 잠시 후 발소리가 가까워지더니 문이 열렸다. 편안한 티셔츠 차림의 데미안이 서 있었다. 앞에 선 엘레나를 본 그의 얼굴에는 피곤함과 약간의 짜증이 묻어났다."또 뭐야?" 그가 차갑게 물었다.엘레나가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할 말이 있어요."데미안이 거칠게 한숨을 쉬었다. "애들 문제라면, 우리 이혼했어, 엘레나. 난 더 이상 어떤 의무도 없다고—""올리비아 일이에요." 엘레나가 재빨 말을 끊었다.데미안이 눈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또 뭔데?"엘레나가 치밀어 오르는 수치심을 억누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내일 학교에서 가족 행사가 있어요. 아이 아빠가 와줬으면 한대요."데미안이 짧고 빈정거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거기 가줄 거라고 기대한 건 아니겠지?"엘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비아가 정말 당신이 와주길 바래요, 데미안. 당신한텐 별거 아닌 일일지 몰라도, 올리비아한테는 엄청나게 큰 의미라고요."데미안이 코웃음을 치며 문틀에 기대어 섰다. "그런 사소한 일에 시간 낭비할 생각 없어."엘레나가 주먹을 꽉 쥐었다. "제발요, 데미안. 딱 하루만, 단 몇 시간만이라도요. 올리비아가 정말 기대하고 있어요—"그때, 집 안에서 다른 발소리가 들려왔다. 실크 나이트가운 차림에 머리를 대충 틀어 올린 이사벨라가 나타났다. 엘레나를 발견한 그녀가 곧바로 비틀린 미소를 지었다."엘레나? 무슨 일이야?" 이사벨라가 낄낄거렸다. "전남편 집까지 기어와서 다시 매달리기라도 하겠다는 거야?"엘레나는 그 빈정거림을 무시했다. 그녀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다시 데미안을 바라보았다."데미안, 제발요. 올리비아를 위해서요." 그녀의 목소리는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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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 30장네이선이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 욕실에서 걸어나왔다. 그는 방금 일어난 일이 어색한지 뒷목을 문지르며 쭈뼛거렸다.엘레나 역시 탁자 쪽에 선 채로 어색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네이선과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려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가슴속의 불편함을 가라앉히려 애썼다.네이선이 깊은숨을 들이쉬더니 마침내 입을 열었다. "미안해."엘레나가 고개를 돌렸다. "뭐가요?"네이선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선을 넘었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가 말을 흐리며 엘레나를 바라보았다. "불편하게 했다면 사과할게."엘레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저만 그런 게 아니에요. 저도 잘못했어요, 네이선 이사님. 저도… 이사님의 손길이 싫지 않았고, 그런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엘레나의 말에 네이선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응시하며 그녀의 얼굴에 서린 표정을 읽어내려 애썼다."엘레나," 네이선이 성큼 다가와 저도 모르게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엘레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네이선 이사님—""딱 하나만 물어볼게," 네이선이 그녀의 머리 위로 낮게 속삭였다. 그는 살짝 품에서 떨어져 나와 진지한 눈빛으로 엘레나의 눈을 응시했다. "나 좋아해?"엘레나가 눈을 깜빡였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팔을 감싸쥔 단단한 손길도, 네이선의 눈빛에 담긴 진심도 고스란히 느껴졌지만—"안 좋아해요, 네이선 이사님."거짓말처럼 그 말이 엘레나의 입술 밖으로 툭 튀어나왔다.네이선이 미간을 좁혔다. "뭐?"엘레나는 굳은 표정으로 네이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제 감정은 메말라버렸어요. 사랑 때문에 상처받을 만큼 받았거든요, 네이선. 다시는 그런 감정 느끼고 싶지 않아요."네이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어나 처음으로 현실이라는 거대한 벽에 뺨을 맞은 기분이었다.엘레나가 네이선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저 이만 가볼게요."대답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엘레나는 성큼성큼 걸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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