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준은 바닥을 짚고 일어나 수술 동의서를 낚아챘다. 떨리는 손으로 서명하며 울부짖었다.“제 혈액형이 맞습니다. 필요한 검사를 바로 할 테니 제 피라도 쓰세요. 제발 산모와 아이를 꼭 살려주세요!”1인 중환자실에서 나는 다리 사이를 붕대로 감싼 채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다. 온몸에는 여러 관이 연결돼 있었고, 수액이 투명한 줄을 따라 천천히 떨어졌다.병실 안에는 의료기기가 규칙적으로 울리는 소리만 낮게 퍼졌다.강호준은 침대 앞에 무릎을 꿇고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침대 가장자리에 얼굴을 묻은 채 어깨를 계속 떨었다.얼마 뒤 강호준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 곁에 서 있던 경호원들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명령했다.“그날 집에 있었던 관련자 전원을 한 명도 빠짐없이 데려와.”강호준은 진상을 철저히 밝혀 내게 설명하고, 아내를 해친 모든 사람에게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할 생각이었다.조사가 끝나자 모든 증언은 단 한 사람, 백유연을 향했다.오랫동안 폭력에 시달렸고, 부모마저 세상을 떠나서 가엾기만 하다던 여자였다.강호준이 평생 지켜 주겠다고 맹세했던, 온순하고 다정한 여자이기도 했다.강호준은 백유연이 미정에게 이토록 잔혹한 짓을 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부드러운 모습 아래에 이토록 독한 마음을 숨기고 있었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비서 최재범마저 백유연의 편에 서서 자기 아내에게 그토록 냉혹하게 굴었다.그 모든 일을 저지를 배짱도, 사람들을 움직일 권력도 결국 강호준이 쥐여 준 것이었다.강호준은 병원 밖 흡연 구역에 서서 담배를 연달아 피웠다. 표정은 기이할 만큼 담담했다.마지막 담배를 비벼 끈 뒤에야 백유연의 병실로 천천히 걸어갔다.문을 열자마자 백유연과 시선이 마주쳤다.강호준이 들어오는 것을 본 백유연은 곧바로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호준아, 왔어? 선생님이 아이 상태는 좋대. 그래도 이틀 정도 더 지켜봐야 한다고 그러셨어.”“미정 언니는 어때?” 백유연은 강호준의 팔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반응을 살폈다.“병원에 실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