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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겁탈하지 마
자유를 겁탈하지 마
Penulis: 블루 마운틴

제1화

Penulis: 블루 마운틴
임가영은 멍하니 휴대폰 화면을 응시했다. 그때 마침 차선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지나치게 온화했다.

“미안해, 가영아. 내가 또 착각했어. 유진이를 너인 줄 알았지 뭐야. 근데 스튜디오 촬영 일정이 이미 다 잡혀서 사진작가님도 재촉하시고 지금 다시 너를 데리러 가기엔 시간이 도저히 안 나네. 다행히 둘이 똑같이 생겼으니까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를 거야.”

임가영은 휴대폰을 꽉 쥐어서 손마디가 하얗게 질렸다.

벌써 20년을 넘게 들어온 말.

어릴 적 상을 타왔을 때, 부모님은 언니로 착각해 언니만 데리고 여행을 떠났었다.

중학교 시절, 언니가 수업을 빼먹고 징계를 받을 때, 임가영으로 오인되어 징계가 그녀 이름으로 내려졌다.

고등학교 시절, 밤낮으로 공부해서 명문대를 참관하는 자격을 따냈지만, 부모님은 언니와 함께 참가했고 돌아와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 던졌었다.

“유진이가 너인 줄로 착각했나 보지.”

그날 밤 임가영은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 숨이 넘어갈 듯 울었다.

그때 차선호가 그녀를 찾아냈다.

청량하던 소년은 그녀를 품에 안고 턱을 그녀의 머리 위에 댄 채 단호하게 말했다.

“가영아, 난 절대 다른 사람을 너로 착각하는 일 없을 거야.”

그는 정말 약속을 지켰다. 인파 속에서도 언제나 임가영을 가장 먼저 찾아냈고 쌍둥이 언니 임유진과 착각하는 일도 결코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학교 축제 날, 쌍둥이 자매 임가영과 임유진이 똑같은 하얀 원피스를 입고 나왔는데 차선호는 임유진을 보고 임가영이라 불렀다.

그 이후로 이 남자가 착각하는 횟수는 점차 늘어났다.

처음엔 진심 어린 사과를 건넸지만, 나중에는 그 사과마저도 점점 건성으로 변해갔다.

심지어 오늘 웨딩 촬영을 하러 가서 사람을 착각했을 때도 그저 ‘똑같이 생겼으니 아무도 모를 거다’라고 퉁 칠 정도였다.

임가영이 입을 떼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에서 임유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호야, 이리 좀 와봐.”

차선호는 즉시 다정하게 대꾸하고는 임가영에게 말했다.

“됐어, 가영아. 우리 거의 다 찍었어. 곧 집에 갈게. 오늘 유진이가 너 대신 하루 종일 고생했으니까 저녁에 맛있는 거라도 좀 해줘.”

전화가 끊어지고 화면이 어두워졌다.

임가영은 화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차선호가 그녀들을 헷갈리기 시작한 이후로 임가영은 쌍둥이 언니와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입지 않았다.

수수한 옷차림으로 말없이 지내며 자신을 언니와 반대되는 존재로 만들었다. 오로지 착각 당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임가영은 눈을 지그시 감고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그렇게 구별하기가 힘들까?

그런데 왜 모든 좋은 일은 언니에게만 돌아가고 나쁜 일은 전부 임가영의 몫인 걸까?

그녀는 휴대폰을 끄고 집을 나섰다.

머리카락을 백금발로 물들이고 와인색 원피스를 골라 입은 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태어나서 처음으로 마음에 드는 모습이었다.

집으로 돌아오자 거실은 이미 축제 분위기였다.

부모님은 임유진을 가운데 두고 웨딩 사진을 감상하는 중이었다. 엄마 오수희가 입이 귀에 걸릴 지경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진짜 예쁘다. 우리 유진이는 역시 사진발을 잘 받는다니까. 가영이었으면 이런 느낌 절대 안 났을 거야.”

아빠 임창균도 맞장구를 쳤다.

“맞아. 얼굴은 똑같은데 분위기가 천지 차이라니까. 어릴 때부터 걔는 참... 볼품이 없었어.”

임가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차선호가 그 소리를 듣더니 고개를 홱 돌렸다.

“가영아, 나갔다 왔어? 유진이가 종일 너 대신 사진 찍느라 끼니도 못...”

다만 임가영을 본 순간 말문이 턱 막히고 눈동자에 당혹감이 스쳤다.

“너... 염색했니?”

오수희가 대뜸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가영이 너 지금 제정신이야? 머리는 또 왜 이 모양인데? 종일 돈 쓸 궁리만 하고! 어릴 때부터 왜 이렇게 사람 속을 썩여? 유진이 반만 닮아봐!”

임가영은 그저 실소가 터졌다.

언니 임유진은 매달 600만 원씩 용돈을 물 쓰듯 썼지만, 누구 하나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다만 자신은 대학 4년 내내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벌며 집에 손 한 번 벌린 적 없는데 이제 와 제 돈으로 염색 좀 했다고 죄가 되는 모양이었다.

임가영은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평이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차피 제가 뭘 하든 언니보다 못할 거라고 생각하시잖아요. 돈이나 낭비하는 애라고 하셨으니 이왕 하는 거 확실히 해야 효도 아니겠어요? 그리고 두 분 맨날 언니랑 저랑 헷갈린다면서요. 이제는 확실히 구분하시겠죠? 설마 색깔까지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시죠?”

오수희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임가영! 말버릇이 그게 뭐야!”

그때 임유진이 재빨리 오수희를 부축하며 온화하면서도 훈계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가영아, 엄마한테 말이 너무 지나치잖아.”

임가영이 덤덤하게 되물었다.

“내가 틀린 말 했어?”

참다못한 임창균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임가영의 뺨을 후려치려 했다.

“이런 불효막심한 년이!”

임가영은 피할 새도 없었지만, 손바닥은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

차선호가 그녀 앞에 막아서며 임창균의 손목을 낚아챈 것이다.

“아버님, 진정하세요.”

그는 뒤를 돌아 임가영을 내려다보며 목소리를 한층 부드럽게 낮췄다.

“가영아, 오늘 일 때문에 화났어? 미안해. 다 내 잘못이야. 우리 내일 다시 가서 예쁘게 찍자, 응? 괜히 토라져서 그런 말 하지 말고, 집안 분위기만 망치잖아.”

그렇게 말하며 차선호는 주머니에서 태블릿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네가 좋아하는 웨딩 장식도 오늘 새로 주문했어. 한번 봐봐.”

평소 같았으면 이 남자 입에서 결혼식 이야기가 나오면 임가영은 금세 기분이 풀려 아무것도 따져 묻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오늘은 화면을 힐끗 쳐다보더니 태블릿을 밀어냈다.

“나 보라색 안 좋아해.”

그녀는 차선호를 올려다보며 평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난 아이리스 꽃 알레르기 있어.”

온 가족이 아는 사실, 아이리스 꽃을 좋아하는 건 임유진이었다.

임가영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차선호의 표정이 굳었다.

임가영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덤덤하게 내뱉었다.

“이왕 언니가 좋아하는 장식이라면 이 결혼도 언니한테 양보할게.”

말을 마친 그녀가 계단을 오르려 하자 차선호가 잠시 넋 놓고 있더니 다급하게 따라와 앞을 막아섰다.

“가영아, 아무리 화가 나도 이런 일로 농담하는 거 아니야. 내 신부 될 사람은 오직 너라고.”

임가영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그 신부 자리도 언니한테 양보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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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를 겁탈하지 마   제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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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를 겁탈하지 마   제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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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를 겁탈하지 마   제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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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를 겁탈하지 마   제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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