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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Penulis: 블루 마운틴
차선호는 소파에 반쯤 몸을 기댄 채 편안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의 옆자리엔 다름 아닌 임유진이 있었다.

임가영은 잠시 걸음을 멈췄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룸 안으로 들어섰다.

그녀는 창가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곁에 있던 동창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었다.

잠시 후 차선호가 다가와 그녀의 옆에 앉으며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가영아, 이틀 동안 내 문자에 답장도 없고 뭐가 그렇게 바빠?”

임가영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한편 차선호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자기 할 말을 이어갔다.

“하긴, 너도 좀 사회생활을 배울 필요가 있어. 유진이처럼 누구랑도 두루두루 잘 지내는 성격을 본받아야지.”

임가영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입가에 비웃음이 스쳤지만 대충 알겠다는 듯 짧게 대꾸할 뿐이었다.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누군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게임을 제안했고 임유진이 가장 먼저 호응하며 나섰다.

“좋아, 그럼 술병 돌리기 하자. 병이 가리키는 사람이 질문에 즉답하는 거야. 망설이면 안 돼!”

모두가 찬성하며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몇 차례 술병이 돌아간 끝에 병구는 정확히 차선호를 가리키며 멈췄다.

임유진이 생긋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그럼 우리 미래의 제부한테 첫 질문 할게. 고양이 아니면 강아지?”

“강아지.”

“샤브샤브? 일식?”

“일식.”

“여름? 겨울?”

“겨울.”

차선호는 쏟아지는 질문마다 망설임 없이 속사포처럼 대답했다.

그러자 곁에서 구경하던 이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 가영이 고양이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맞아! 그리고 얘 날것은 냄새 때문에 힘들다고 일식도 안 먹잖아. 오히려 유진이는 좋아하지...”

“그러게. 겨울 좋아하는 것도 유진이 아니야?”

사방에서 흘러나오는 소곤거림이 파도처럼 임가영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다만 그녀는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그 자리를 지켰다.

그때 임유진이 눈을 반짝이며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임가영? 임유진?”

차선호의 대답은 찰나의 고민도 없이 튀어 나왔다.

“임유진.”

순간, 북적이던 룸 안의 소음이 툭 끊겼다.

자신의 말실수를 깨달은 차선호는 그제야 멋쩍은 듯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나 뭐래? 질문이 하도 빨라서 정신이 없잖아. 당연히 내 여친 임가영이지.”

사람들은 그제야 다시 왁자지껄 웃음을 터뜨렸다.

“우리 차 수석께서 게임 반응 속도가 왜 이래? 좀 더 분발해야겠어!”

“그러게. 하마터면 여친한테 찍힐 뻔했잖아.”

아무도 그 실수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임가영의 곁에 앉아 있던 친한 여자 동기가 다가와 작게 물었다.

“너 괜찮아?”

임가영은 고개를 돌려 웃어 보이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방금 이슈가 단순한 게임 효과가 아니라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것은 차선호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은 진심이었다.

임가영은 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선호가 그녀의 움직임을 곁눈질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어디 가?”

임가영은 무덤덤한 말투로 짧게 대꾸하며 의자를 밀고 밖으로 향했다.

“술기운 올라서 화장실 좀.”

룸을 빠져나오며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몇 년 전의 차선호를 떠올렸다.

어릴 적부터 임가영은 늘 집 안의 ‘투명 인간’이었다.

부모님은 임유진만 챙겨서 그녀가 감기 기운이 있어도 호들갑을 떨며 병원으로 달려갔다. 정작 임가영은 심각한 질병이나 출혈이 있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애가 별 유난을 다 떤다’라는 핀잔을 듣기 일쑤였다.

시간이 흐르며 임가영은 그 상황에 익숙해졌다.

중학생 시절, 손목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처음 알았을 때도 딱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차피 말해봤자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을 게 뻔했으니까.

하지만 차선호는 달랐다. 그녀의 불편함을 알아채곤 강제로 손목을 붙잡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접수하고 줄을 서고 검사를 받는 등 오후 내내 뛰어다녔던 그 남자.

의사는 선천적인 일시적 근육 무력증이라고 했다. 일상에 지장은 없으나 꾸준한 재활 치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었다.

임가영은 괜찮다며 손사래를 쳤지만 차선호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건 사소한 문제가 아니야. 너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만드는 건 무조건 해결해야 해.”

그날 이후로 차선호는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의 손목을 찜질하고 마사지해주었고 재활 훈련을 할 때면 옆에서 꼼꼼히 감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기억을 되짚어봐도 차선호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임가영의 그 어떤 사소한 일도 세상 그 무엇보다 크게 여겨주던 사람.

그가 거듭해서 사람을 착각할 때마다 용서하고 또 용서했던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한때는 그토록 다정했으니까.

그 다정함이 곧 영원할 거라고 믿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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