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 오후 2시]대한민국의 심장부는 평소와 다름없이 분주했다. 점심시간을 갓 넘긴 직장인들의 발걸음과 횡단보도를 가득 메운 인파, 그리고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대는 차량의 행렬.하지만 거대한 빌딩 숲 사이, 세종대왕상을 마주한 대형 LED 전광판에 ‘뉴스 특보’ 자막이 핏빛으로 뜨는 순간, 도시는 약속이라도 한 듯 숨을 죽였다.[...결국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강력범죄 포화 상태 해결을 위한 '특수 교도소 내 특별 생존 프로토콜', 일명 '아레나 법'이 가결되었습니다.]전광판 위로 ‘서바이벌’, ‘합법적 살인’이라는 단어들이 기괴하게 점멸했다. 화면 속 앵커의 목소리는 단호했으나, 그 내용은 인륜을 저버린 광기에 가까웠다.겉으로는 교도소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고 강력범에게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명분이었으나, 실상은 달랐다. 그것은 태화그룹 박현석 대표를 필두로 한 기득권층이 설계한 ‘합법적 살육장’의 탄생이었다. 그들에게 감옥은 이제 교화의 장소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눈엣가시들을 흔적도 없이 지워버릴 수 있는 비공개 소각장이자, 죽음을 구경하며 배팅하는 잔혹한 유희장일 뿐이었다.시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경악했고, 누군가는 환호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이 광기의 법안이 가장 먼저 누구의 목을 겨누게 될지.[태화그룹 본사 32층, 전략기획팀장실]통유리창 너머로 아수라장이 된 광장을 내려다보는 남자가 있었다.태화그룹의 전략기획 팀장, 한도진.명문대 최연소 졸업, 입사 5년 만의 초고속 승진. 세간에서 '황태자'라 불리는 그가 기획한 사업 중 실패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완벽하게 재단된 다크 네이비 수트와 단 한 올의 흐트러짐도 없는 머리카락 아래, 그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다.국가가 범죄자들을 사냥터에 몰아넣는다는 기괴한 뉴스보다, 자신을 둘러싼 이 기묘한 정막이 더 불길했다. 3개월 전, 박 대표의 은밀한 비자금 세탁 경로를 거부했던 날부터 전략팀 주변의 공기는
Last Updated : 2026-08-18 Read more